어렸을 때 형제들 사이의 경쟁에 너무 심하게 시달렸던 늑대 한 마리가 있었는데, 어느 날
길 잃은 양 한 마리를 생포하게 되었다. 늑대는 이 포로를 그 자리에서 쓱싹 해치우지 않고
우서 고통을 주어 만족을 얻으려 했다.
그래서 늑대는 당장 죽일 것처럼 양을 덮쳤지만, 양의 보드라운 솜털만 깨물었을 뿐이다.
그리고는 늑대는 나무그늘에 느긋하게 주저앉아서 양한테 야한 이야기를 하든지 외설스런
노래를 부르든지 해서 여하튼 자기 기분을 즐겁게 해 주도록 짐짓 무섭게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양은 그런 이야기나 노래를 몰랐기 때문에 늑대도 하는 수 없이 다른 방도를
강구해야 했다. 늑대는 피리 하나를 만들더니 양다러 춤을 추라면서 그것을 불기 시작했다.
피리 소리를 듣고 양치기가 개들을 이끌고 달려와 상황을 알아차리곤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늑대를 잡아 죽이고 말았다.
하지만 양은 전혀 좋은 표정이 아니었다. 누가 당신더러 남의 일에 끼어들라고 했나요?
처음엔 좀 거친 그의 매너 때문에 무섭고 놀랐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저 늑대가 얼마나
좋아했다고요. 당신만 아니었다면 우린 곧 좋은 사이가 되었을 거란 말예요. 한창 분위기가
무리익어 가는데 당신이 다 망쳐놓은 거라구요.
양은 목동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교훈:모든 가학성 음란 중 환자에게 일종의 피학성 기대 심리가 잠재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