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독스 이솝우화

병든 농장집 개

별관신사 2012. 10. 29. 17:28

농장을 지키는 개가 아주 심한 천식에 걸렸다. 무지무지하게 아프기도 아팠지만 주인한테
알리면 늙고 쓸모없는 놈이라고 죽임을 당할까 봐서 아무 말도 못하고 혼자서만 끙끙 앓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 개는 자연 치료법과 생약 처방의 제 일인자로 명망이 높은
부엉이한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아, 그래, 나도 언젠가 들쥐를 너무 많이 잡아 먹었을 때 너하고 똑같은 병에 걸렸었어.
부엉이가 말했다. 그리니까 한 한두 주일 동안만 쥐를 먹지 말아 봐. 그럼 아마 곧 완쾌될
거야. 하지만 난 쥐를 안 먹는데. 개가 대답했다. 내 임무는 닥치는 대로 쥐를 죽이는 거야. 하지만구미에 당기지 않아서 쥐는 안 먹거든.


그럼 그래서 그런 거야. 부엉이가 말했다. 넌 하루에 적어도 세 마리는 먹어야 돼. 먹을 때
주의할 점은 말이야. 반드시 통째로 삼켜야 하는 거야. 털, 꼬리, 머리 할 것 없이 말이야. 난
항상 그런 식으로 섭생을 해서 최상의 건강을 유지하고 있잖아.


그래서 개는 부엉이의 충고에 따라 그렇게 해 보았지만, 아무래도 그 처방은 너무 역겨웠다.

할수 없이 개는 날쌔고 활력이 넘치고 이름난 나이많은 다람쥐를 찾아가서 참신한 의견을 듣기로했다.

그런 운동을 안 해서 그래. 다람쥐가 말했다. 눈에 보이는 가장 높은 나무에 올라가서
하루종일 이 가지 저 가지를 뛰어다녀봐. 그럼 아마 단 번에 좋아질 거야.

하지만 난 아직 작은 나무도 타 본 적이 없어. 개가 풀이 죽은 모습으로 대답했다.

건강이 제일이라고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운동을 시작하는게 좋아. 말을 마치

자마자다람쥐는 자기의 충고를 직접 시범이라도 해 보려는 듯이 훌쩍 나무위로 뛰어올랐다.


개는 키 작은 나무에라도 올라가 보려고 진지하게 노력을 해 보았다. 그러나 허리만 삐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개는 좀 더 나은 조언을 들으려고 현명한 수탉을 찾아갔다. 나는 한때
급성 후두염이란 것에 걸려서 고생한 적이 있어. 너의 그 천식하고 무척 비슷한 거였지.
수탉이 말했다. 언제 그 병이 생겼느냐 하면, 나하고 같이 자는 암탉들 가운데 우리 엄마도
끼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수치를 느끼게 된 때부터였어. 너도 잘 알고 있겠지만, 생리학적으로
천식을 일종의 울음이라고 볼 수도 있는 거야. 잠재의식이나 무의식에서 느끼는 죄의식이
표출되는 울음 말이야. 유일한 치료법은 엄마와의 그런 관계를 끊는 것뿐이야.


우리 엄마는 벌써 여러 해 전에 돌아가셨어. 개가 슬픈 어조로 대답했다. 나한테 맞는
처방이 빨리 구해지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하늘나라에 가서 엄마와 관계를 이어야 할
판이라구.

절망에 빠진 개는 이제 마지막으로 주인을 찾아가서 수의사를 불러달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주인은 현관에 흔들의자를 놓고 떡 하니 앉아 있었다. 그는 저녁식사를 본격적으로 들기 전에
양유 치즈와 올리브로 가볍게 간식을 들면서 농장에서 고용인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개의 부탁을 들은 주인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 수의사라구! 이 놈이 정신이
있나, 없나! 내가 네 병명을 말해 주지. 바로 살찐 게으름뱅이 병이다. 넌 먹기는 죽어라 먹고
일은 죽어라 안 해. 내가 이제부터 너를 위해 다이어트도 시켜 주고 일감도 듬뿍 찾아 주마.

일 주일 동안 음식 한 조각 입에 안 대고 격렬한 노동만 하다가 그 개는 아주 평온한 마음이
되어 죽었다.


교훈:무릇 자기와 같은 병을 가진 의사를 찾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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