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독스 이솝우화

늑대와 황새

별관신사 2012. 10. 29. 17:14

생전 났시라곤 단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늑대 한 마리가 그날은 용케도 강에서 통통하고
물 좋은 연어 한 마리를 잡았다. 그냥 먹고 싶은 욕심만 앞서서 늑대는 생선을 먹을 때 꼭
지켜야 할 주의사항도 잊은 채 연어를 한 입에 꿀꺽 삼키다가 그만 커다란 가시가 목에 걸리고
말았다.

너무 아파서, 늑대는 숨을 한 번 쉴 때마다 꼭 그게 마지막 숨이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여기 저기 살려 달라고 도움을 청하러 뛰어다녔다. 하지만 아무 동물도 늑대의 고통을
덜어 주려 하지 않았다. 도와만 주면 꼭 사례하겠노라고 다짐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황새 한 마리가 이 절망적인 짐승에게 동정심을 느껴 도와 주겠다고 했다.

황새는 자기의 길고 좁다란 부리를 늑대의 목구멍 깊숙히, 연어 가시가 닿을 때까지 뜰이밀어
그것을 뽑아내 주었다. 늑대가 다시 평안하게 숨을 쉴 수 있게 되자, 황새는 약속된 사례를
요구했다. 난 자네가 통이 큰 동물이라고 믿고 있다네. 황새의 말은 이어졌다. 정말이지
정교한 수술이었어. 힘도 들었고, 외과수술 전문의로서 이만큼 완벽한 수술은, 뭐, 도저히
기대할 수가 없지.

그러자 늑대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어 친구야, 자넨 그 무시무시한 늑대 아가리 사이에서
머리를 온전하게 빼내고도 더 보답이 필요한가? 그것으로 충분한 보답이 되었으리라고
보는데.

애시당초에 늑대가 약속 같은 걸 지키리라고 믿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황새는 그 말을
듣자마자 두 말 없이 후딱 자리를 차고 날아갔다. 늑대는 황새를 잘도 등쳐먹었다고 혼자
낄낄거리면서 좋아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죽기 일보직전에 간신히 탈출하고 보니 갑자기 옛날 어렸을 적 기억이
일깨워지는 것이었다. 자기와, 자기 형제들을 사냥개들의 추격에서 구해주고 자신은 죽어야만
했던 엄마에 대한 그 가슴 아픈 기억 말이다. 늑대의 잠재의식은 황새에게서 일반적인
모성애의 전형을 보았고, 그것이 자기 엄마의 얼굴과 겹쳐보인 것이다.

그러자 늑대는 죄의식에 사로잡혔다. 이런 죄의식은 우울증 노이로제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늑대의 노이로제 증상들 가운데 하나는 목구멍의 혹심한 통증이었다. 음식 조각은 고사하고
물도 한 모금 삼킬 수가 없었다. 이 고통이 오히려 늑대에게 죄값을 치렀다는 잠재의식적인
만족감을 주긴 했지만, 며칠 후 늑대는 굶주림으로, 죽어도 맞이하기 싫은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교훈:자신에게만은 정직하라. 그래야 이 세상 누구라도 속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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