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공주시 금학동 우금치에는 동학혁명탑이 있습니다. 그래 공주를 찾는 뜻있는 사람들이 참배를 하고 가는 곳이기도 하고 더러는 학생들의 소풍장소로 이용되기도 하는 공주로서는 제법 숨겨진 명소 중의 하나입니다. 동학혁명탑은 5, 16군사혁명 직후 3공화국 정부의 지원금으로 최덕신 교령이 세운 탑으로 탑의 제자는 박정희 대통령이 썼는데 탑 아래 비문에도 이러한 사정이 상세히 기록돼 있고 그 뒷면에는 최덕신 교령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헌데 무슨 까닭으로서인지 최덕신 교령이 미국을 통해 북한으로 넘어가는 사건이 벌어지자 이 동학혁명탑에도 한 조그만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그것은 누구의 손에 의해서인지 모르지만 탑의 뒷면에 새겨진 최덕신이란 이름 위에 새까만 먹칠이 입혀진 사실입니다.
그런 뒤 족히 10년의 세월이 흘렀을까. 6공화국이 들어서고 민주화의 물결이 일자 이번엔 반대의 변화가 탑에 일어났습니다.
그것은 역시 누구의 손에 의해서인지 모르지만 탑의 뒷면 최덕신이란 이름위에 덮여 있던 검정칠이 깨끗하게 벗겨지고 탑의 앞면 비문에 새겨진 박정희란 이름이 날카로운 정과 끌에 의해서 도려내지고 망가진 사실입니다. 정말 꼭 그렇게 해야만 분풀이가 가능했던 것일까?
오욕의 역사든 영광의 역사든 역사적인 사실을 조용히 수용하면서 반성하고 발전시킬 수는 없었을까?
이유야 어찌 되었든 돌에 새겨진 이름자까지 검정칠로 가려야만 했던 눈가림의 속임수와 돌에 새겨진 이름자를 정이나 끌로 도래내어 어리석은 폭력을 우리는 어떻게 보아 주어야만 할까...
이러고서도 우리가 정말 문화민족이라 자랑하고 선진 국민이 되겠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나는 10년을 두고 우금치 동학혁명탑을 찾으며 내내 부끄럽고 속으로 은근히 울화통이 터져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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