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갈색눈의 소년은 곧 숨이 넘어갈
지경이였다. 소년의 형제자매는 벌써 다
먹혔다. 이젠 소년의 차례였다.
아버지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로
피로 물든 낫을 휘두르며 쫓아왔다.
하지만 소년은 달아나지 않았다 산꼭대기
에서 아버지와 정면으로 맞섰다. 하늘은
시뻘겋게 타 오르고 계곡은 거인들의 비명으로
요란했다 그날 운명은 소년의 편이였다.
그는 아버지의 배를 갈라서 형제자매를
거칠게 꺼낸 다음 아버지를 지옥으로 내
던졌다. 그 소년이 바로 제우스였다.
신들의 전쟁에서 이긴 제우스는 그리스를
오랬동안 지배했다. 후기 구석기 시대인 서기
4세기까지 대대로 군림했다.
그런데 로마제국이 채찍을 휘두르고 십자가
형을 내리면서 그리스인들에게 새로운 신
예수그리스도를 강요하는 바람에 제우스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제우스가 군림하던
시절 그리스인들은 그가 산곡대기에서 아버지의
배를 가른 이야기는 계속 지어냈다.
제우스가 지구에 홍수를 일으켜 백만명에
달하는 아기를 익사시켰다는 애기 질투심에
세계 최초의 의사인 아스클레피오스를 번개로
암살한 이야기 백조로 변신해 스파르타의
왕비인 레다를 겁탈한 이야기 염소다리를 한
사티로스로 변장해 테베의 안티오폐를 겁탈한
이야기 여신으로 변장해 아르타디아 숲의
여신인 처녀인 칼리토스를 겁탈한 이야기
황소로 변신해 레바논의 해녀인 아우로페를
겁탈한 이야기 독수리로 변신해 트로이의
미소년 가니메데스를 겁탈한 이야기 그리스인들은
왜 이런 이야기들을 계속 지어냈을까?
자신들의 신을 왜 폭력으로 태어난 아이라고
상상했을까? 그리고 그 아이가 성장한 뒤엔
왜 연악한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폭력을 휘두른다고
상상했을까? 그들은 왜 둥그런 화덕과 그늘진
샘터와 붉은 양귀비 재단에 들러앉아 하늘에
있는 괴물의 우화를 들려주며 서로 겁먹게 했을까?
그리스인들은 그러한 우화가 사실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자꾸 이야기했다.
욕정에 취해 구름사이로 훌쩍 내려오는 신을
직접보자 못했을 태지만 그들은 신생아가 죽고 의사가
쓰러지고 젊은이가 이유없이 다치는 모습을
수없이 목격했다. 자신의 치명적 허약함과
권력자의 가혹함을 뻐저리게 느꼈다. 지우스에
대한 여러 이야기는 그러한 두려움을 반영하여
지상의 미천한 존재에 상반되는 하늘의 존재를
그려낸 것이였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무서운
스토리로 인간시를 표현해 내면서 문학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앵기스 플레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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