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話 이야기.

버려진 필로크테테스

별관신사 2012. 11. 27. 19:47

그리스 군의 상륙을 며칠 더 지체시킨 마지막 사건이 있었다. 트로이에 도착
하기 앞서 물과 식량의 보급에 신중을 기하고자 아가멤논은 트로이 해변 맞은
편에 있던 렘노스 섬에 잠깐 머물기로 했다. 그런데 그리스 군들이 섬에 발을

내딛자마자 필로크테테스라는 왕자가 독사에 발을 물려버렸다. 알다시피 이 왕
자는 젊었을 때 헤라클레스와 절친했던 사이였고, 헤라클레스가 죽으면서 자신
의 활과 화실을 물려주었던 자이다. 헤라클레스의 화살은 예외적인 위력과 정

확성을 가진 것으로 그 사용법은 오로지 필로크테테스만이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리스 군대는 트로이 군을 함락시키는 데에서 그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
다. 필로크테테스가 사고를 당한 처음 며칠간은 모두들 그를 에워싸며 따뜻한

동지애를 보여주었다. 서둘러 상처를 치료해주며 그를 격려하기도 했다.
"우리가 돌봐줄 테니 걱정 말게 이틀 후면 괜찮아질 걸세." 이틀이 지나도 독
은 여전히 남아 있었을 뿐만 아니라 상처에 염증까지 생겼다. 부패한 상처에서

악취 나는 고름이 흘렀고 열에 들뜬 필로크테테스는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질렀
다 냄새와 비명에 점점 더 어찌해볼 도리가 없게 된 동료들 사이에서는 처음
에 가졌던 동정심이 곧 참을 수 없다는 심정으로, 그러다가 분노로, 급기야는 혐

오감으로 바뀌고 말았다. 오디세우스는, 필로크테테스를 처량한 운명 속에 내버
려 둔 채, 밤을 이용하여 군대 전체를 몰래 다시 배에 태워 떠나자고 아가멤논
에게 제안함으로써 다시금 그의 모진 성격을 드러냈다. 메넬라오스는 필로크테

테스의 편을 들어 그가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며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오디세
우스는 필로크테테스가 헤라클레스로부터 물려받은 활과 화살로 날짐승이라도
잡아먹으며 연명할 거라고 대꾸할 뿐이었다. 그리하여 그리스 군대는 필로크테

테스를 버려둔 채 다시 배에 올랐고 며칠 후 트로이의 해안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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