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데르는 신들 중에서 가장 잘생겼고 가장 품성이 훌륭한 신이었다. 어느날 그는 매우 불
길한 굼을 구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꿈에서 깨어난 그는 내용을 잘 기억할 수가 없었다. 그
러나 소름끼치는 혼령들이 나타나 저주의 마을 퍼부었던 것만은 분명했다.
오딘은 아스가르드의 신들을 불러모았다. 오딘의 아들이며 모든 신이 칭찬을 아끼지 않은
미남 신에게 나타난 불길한 징조에 관해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였다. 신들은 발데르에게 해
를 입힐 수 있는 것들을 남김없이 열거하였다. 땅에 있는 것, 물 속에 있는 것, 하늘에 있는
것...
이렇게 신들이 위험한 물건들의 목록을작성하자 발데르의 어머니 프리그는 이 목록을 들
고 아홉 세계를 순방하였다. 아홉 세계를 샅샅이 돌아 다니는 일은 오딘도, 토르도 못한 일
이었다. 프리그는 모성애 하나만으로 이 험난한 일을 해냈다. 그년는 목록에 있는 모든 것들
로부터 발데르를 해치지 않겠다는 맹세를 받아내었다. 땅도 맹세했다. 돌도, 나무도, 하늘을
나는 새도 맹세했다. 온갖 병균들도 빠짐없이 맹세했다.
프리그가 돌아오자 신들은 다시 모였다.
그들의 맹세를 시험해 보자.
한 신이 이렇게 말하고 돌멩이를 집어들어 발데르를 향해 던졌다. 돌멩이는 발데르의 이
마를 정통으로 맞추었다.구란 발데르는 아무렇지도 않게 씩 웃었다.
나한테 돌을 던졌어요?
신들은 호쾌하게 웃어젖혔다. 돌은 프리그에게 한 맹세를 지켰다. 기제 위험은 사라졌다.
아스가르드에 드리웠던 어두운 그림자가 걷히고 봄날 같은 즐거움이 신들의 집과 들판에 가
득했다.
아스가르드에는 이제 새로운 게임이 등장했다. 모든 위험으로부터 해방된 신 발데르를 과
녁으로 세워놓고 무엇이든 던져보는 일종의 다트 게임이었다. 발데르는 기꺼운 마으으로 과
녁이 되어 주었고, 모든 신들 역시 즐거운 마음으로 이 게임에 참여했다. 어떤 신은 돌을 던
지고 어떤 신은 다트를 던졌다. 칼을 들어 발데르의 배를 배려는 신도 있었고 도끼를 던져
대는 신도 있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발데르는 전혀 상처를 입지 않았다.
그러나 이 희한하고 흥겨운 놀이를 기꺼운 마음으로 즐기지 못하는 신이 딱 두 명 있었
다. 한 명은 장님인 호두르였다. 그는 발데르의 동생이었으나 어려서부터 눈이 보이지 않는
불운을 타고났다. 신들 사이에 끼어 자기도 마음껏 투첫 솜씨를 뽐내고 싶었으나 앞이 보이
지 않으니 어쩌랴. 또 한 명의 불운의 주인공ㅇ느 외적인 조건 때문이 아니라 비뚤어진 마
음 때문에 남 행복한 꼴을 못 보는 로키였다. 그는 행복해하는 신들의 골이 정말 보기 싫었
다. 그는 슬그머니 신들 사이를 빠져나와 프리그의 집으로 향했다.
프리그의 집 앞에 다다른 로키는 노파로 변신했다. 프리그는 마침 집안에서 아들 발데르
의 무사함을 기뻐하고 있다가 낯선 노파를 맞이하였다. 근심을 싹 씻은 프리그는 매우 친절
하게 노파를 대접했다.
여기가 아스가르드인가요? 아이고 그럼 제가 길을 잘못 들어나 보군요. 그런데 오다 보
니 신들이 무슨 시골 장돌뱅이들처럼 야단법석을 떨고 있던데 도대체 무슨 일인가요?
프리그는 노파의 말투가 못마당했지만 기분좋게 그 이유를 알려주었다.
우리 아들 발데르가 불길한 꿈을 꾸었답니다. 그래서 제가 세상 만물을 찾아다니며 우리
아들을 해치지 않겠다는 맹세를 받았죠. 신들이 그 맹세들을 확인하고 있는 거랍니다.
아, 세상 만물 모두에게서요?
네. 딱 하나 맹세를 하지 않은 게 있긴 해요. 서쪽 벌판에서 자리는 겨우살이 가지는 워
낙 약해 빠져서 그냥 무시했답니다.
노파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다시 본모습으로 돌아온 로키는 서둘러 서쪽 황무지로 달려갔
다. 그곳은 오랜 세월 신들의 발길이 닿지 않아 마치 시간이 정지해 버린 것처럼 황폐했다.
프리그가 말한 겨우살이 가지는 참나무 줄기에 뿌리를 박은 채 질긴 목숨을 이어가고 있었
다. 로키는 이 볼품없는 풀줄기를 정성껏 꺽어 품에 안고 아스가르드로 돌아갔다. 그는 공들
여 겨우살이 가지의 끝을 뾰쪽하게 깍아낸 다음 자신의 허리띠로 다듬었다.
로키가 다시 신들의 놀이 장소로 나갔을 때까지 다트 게임은 계속되고 있었다. 신들의 웃
음소리가 높을수록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호두르의 모습은 더욱 처량해 보였다. 신들
사이를 빠져 나간 로키는 호두르에게 다가가 옆구리를 쿡 찔렀다.
넌 왜 가만히 있니? 한번 던져보지 그래? 정말 재밌는걸.
형이 어디 서 있는지 알아야지요. 그리고 저한테는 아무 무기도 없어요.
로키가 씩 웃으며 그의 손에 겨우살이 가지를 쥐어주었다.
이걸 던져봐. 내가 도와줄 테니까.
호두르는 로키의 도움을 받아 오른손을 번쩍 쳐들었다. 그리고 로키가 알려주는 방향을
향해 겨우살이 가지를 힘껏 던졌다. 뾰족한 가지 끝이 발데르를 향해 날아가 그의 심장을
꿰뚫기까지 걸린 시간은 그야말로 찰나였다. 그러나 그 시간은 아스가르드ㅡ이 신들에게는
영원과도 같은 것이었다. 발데르는 눈을 뜬 채 뒤로 넘어졌다. 왁자지껄하던 아스가르드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침묵만이 의기양양하게 신들을 덮쳤다.
신들의 시선이 일제히 호두르와 로키에게 쏠렸다. 사태는 분명했다. 신들은 복수심에 불탔
지만 이곳은 성역인 아스가르드였다. 어떤 이유로도 피를 불 수는 없는 곳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호두르는 멍하니 서 있었고 신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딜 수 없던 로키는 슬금슬금 뒷
걸음질쳐 그곳을 빠져나갔다.
신들은 여전히 침묵했다. 소식을 들은 프리그가 달려와 아들의 차가운 시신 위에 무너지
면서 오열할 때까지 아무도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러나 일단 프리그가 울음을 터뜨리
자 모든 신이 다 함게 울음을 터뜨렸다.
프리그가 신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누가 지옥으로 내려가 내 아들을 찾아올 용사 없나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프리그가 다시 물었다.
누가 지옥으로 내려가 내 아들을 찾아올 용사 없나요?
침묵은 계속되었다. 프리그는 절규하듯 다시 물었다.
누가 지옥으로 내려가 몸값을 지불하고 내 아들을 찾아올 용사 없어요!
과감하기로 소문난 오딘의 또다른 아들 헤르모드가 앞으로 나섰다.
제가 가겠습니다.
오딘이 정신을 차리고 시종들에게 자신의 애마 슬레입니르를 끌고 오라고 일렀다. 슬레입
니르가 오자 오딘은 그 곡삐를 헤르모드에게 주었다. 헤르모드는 신들의 뜨거운 배웅을 방
으며 슬레입니르에 올라 아스가르드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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