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죽음에 대한 일반적인 준비
오! 이제 이승 중간계의 여명이 밝아 오고 있구나.
게으름을 버리고, 마지막 인생이라는 생각으로 살리라.
배우고, 생각하고, 명상하는 수행자의 길에 꿋꿋이 서서
현상과 마음의 실체를 밝히고,
깨달음의 세 몸을 실현시키고 말리라!
일단 인간의 몸을 입게 되면
인생을 헛되이 낭비하지 않으리니,
허접 쓰레기 같은 것은 좇아 다니지 않으리라.
(여섯 중간계에 들어가기 전에 드리는 기도[眞言], 쪽)
준비를 잘하지 않으면 잘 죽을 수 없다. 어떤 여행이든지, 여행에는 항상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티벳 死者의 書>는 죽음이라는 여행을 위해 살아 있을 동안 최소한
5가지는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보, 상상, 윤리, 명상, 그리고 지적인 차원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기본적인 정보 차원의 준비란, 죽음이 무엇이며 어떻게 진행되는가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이 준비는 죽음에 관한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탐구함으
로써 할 수 있다. 죽음에 관련된 여러 가지 중요한 도식을 이해하고, 죽음이 언제 닥쳐
오더라도 자기가 처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기억 속에 완벽하게 담아 놓는 준비가
바로 정보 차원의 준비다.
두 번째 상상 차원의 준비란, 죽음 이후에 오는 세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상상의 힘을 키우는 것을 말한다. <티벳 死者의 書>는 이 준비를 돕기 위해 여러 불교
전통의 가르침을 이용하고 있다. 불교가 상대적으로 억압을 받지 않는 사회, 특히 인도
같은 나라에서는 나온 불교 문헌 속에는 천상계나 신들의 세계 또는 눈에 숨어 있는 낙
원 등을 시각적으로 묘사한 표현이 풍부하다. 물론 이런 표현은 모든 종교 전통에 다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내면 세계에 몰두한 신비주의 전통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권위주의, 군사 패권주의, 그리고 산업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서구 사회나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천상계의 기쁨에 대한 개인적인 상상을 억압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 사
회에서는 천상의 아름다움을 체험한 신비가들이 이단자 취급을 받곤 했다. 그러나 현
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경제적으로 풍요로와 졌고, 그에 비례하여 사회적인 억압도 느
슨해졌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천상계에 대한 환상을 강력하게 통제
하는 분위기가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사라졌다. 현재로서는 기쁨의 세계를 상상적으
로 표현하는 것이 자유롭게 허용되는 분위기가 일반 예술이나 종교 예술을 막론하고
모든 예술 분야에 널리 퍼져 있다.
예를 들면 기쁨이 넘치는 아미타바 붓다의 순순한 땅[極樂淨土] 수카바티와 같은,
천상에 있는 붓다의 땅을 묘사하고 있는 경전이나 글을 읽는 것은 죽음을 대비하는 아
주 중요한 준비가 된다. 환경 전체가 붓다인 상태를 일컫는 붓다의 땅은 유한한 개체가
무한한 깨달음의 몸으로 진화-변형하여, 에고가 사라지고 만물이 일체가 된 상태를 상
징한다. <티벳 死者의 書>에 의하면, 죽은 자의 영혼을 자신의 낙원으로 인도하기 위해
어떤 특정한 붓다가 어떤 특정한 방향에서 나타난다. 이 때를 대비해서 경전이 말하고
있는 여러 붓다의 낙원들 중에서 어느 하나에 대해 아주 상세하게 상상하는 훈련을 해
두는 것이 좋다. 붓다의 땅에 대한 묘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하고 상상력을 매
혹적으로 자극한다. 그것들은 지상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행복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 준다. 그런 이야기를 읽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장차 나타날 장엄하고 놀라
운 영광을 맞을 준비가 된다.
불교가 아닌 다른 종교에 소속된 사람이라면, 자기들 종교 내의 신비가들이 본 환
상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고 상상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기독교인이라면 성경에 묘사
되어 있는 화려한 천국의 진 주문을 상상하는 훈련 같은 것이 좋은 준비가 될 것이다.
종교와 무관한 사람이라면 사후 세계에 관련된 책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죽음
과 비슷한 근사(近死) 체험을 한 사람들의 경험담이나 죽음 이후의 체험에 대한 이야기
들을 곰곰이 생각하며 읽어보는 것이 좋으리라. 위험과 모험이 뒤따르는 극적인 세계
를 통과한 다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운 이상한 세상에 도달했다는 식
의 공상 과학 소설도 죽음을 대비한 상상 차원의 준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세 번째 윤리적 차원의 준비란, 죽음이 눈 앞에 있다고 가정하고 행동 방향을 결정
하고 선택하는 훈련을 말한다. 구석에 쳐 박혀 무서워 벌벌 떨라는 말이 아니다. 이 훈
련을 하면 삶을 더 즐길 수 있고 더 강렬하게 살 수 있다. 이 훈련은 행복을 가져다준
다. 죽으면 모든 재산과 가족은 물론 그대의 몸 마져도 잃는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그
대가 사로잡혀 있는 그런 것들을 조금이라도 놓아 버리는 훈련을 한다면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윤리적 차원의 준비는 관대함, 동정심, 인내를 키우는 수행으로 이루어진다. 이 세
가지 수행은 모두 죽음에 대한 중요한 준비가 된다. 그러나 <티벳 死者의 書>에는 이
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다. 불교 사회에서는 이런 수행을 너무나 당연한 일로 여기
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덕성은 서구 사회의 종교에서도 가르친다. 종교인이 아니라도
이런 윤리적 덕성이 절대자와의 만남에 대한 준비가 될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높여 준
다는 사실을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으리라.
주는 것을 통해 관대함을 키우는 수행을 해야 한다. 그대에게 별로 관심도 없는 것
이 아니라, 그대가 좋아하는 것을 주어야 한다. 얼마나 비싼 것을 주었느냐 가 중요한
게 아니다. 주는 행위를 통해 그대가 극복하는 것은 정신적인 집착이다. 따라서 문제는
양이 아니라 질이다. 순간적인 감정에 휘말려 알거지가 될 필요는 없다. 그렇게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하게 된다. 물건이 아니라 집착하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작은
것을 주더라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그대가 좋아하는 것을 놓아 버릴 때 일어나는 정
신의 변화 과정을 관찰해야 한다.
대인 관계를 부드럽고 원만하게 함으로써 동정심을 키우는 수행을 해야 한다. 그대
는 언제라도 죽어 이 자리에 없을 수 있다는 점을 늘 기억하는 것이 좋다. 그대와 관계
를 맺고 있는 사람들의 행복에 늘 관심을 기울여라. 그들로부터 무엇을 취하는 데 관심
을 두어서는 안된다. 질투심이 일어나면 면밀히 관찰해 보라. 어떤 정당한 이유도 없이
질투심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언제나 그렇다. 질투심이 그대의 마음을 얼
마나 속박하고 있으며, 또 상대방을 얼마나 불편하게 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대와 관계
를 맺고 있는 사람들의 행복에 그대 행동의 초점을 맞추라. 육체 차원을 즐거움이 아니
라 그들의 진정한 행복에 관심을 두라. 자신 보다 이웃을 먼저 생각하라. 모든 관계는
일시적이다. 그러므로 관계를 맺고 있을 때 최선을 다하도록 하라.
몸에 대해 편안한 마음을 가짐으로써 인내심을 키우는 수행을 해야 한다. 몸에 대
해 지나치게 염려하지 마라. 꼭 필요하지도 않는 것을 위해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마
라. 그렇게 하면 몸이 혹사당한다. 다른 사람 눈에 어떻게 보일까를 염려하지 않을 때
의 그대 모습이 가장 아름답고 당당하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거울을 보라. 그리고 언젠
가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그대의 얼굴이 창백해지고, 입술이 오그라
들며, 피부는 탄력을 잃고 부패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라. 그러나 이런 병적인 상
태에 오래 머물러 있지는 마라.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지금 이렇게 살아 있음을 느끼도
록 하라. 그대의 결점에 너무 신경 쓰지 마라. 몸을 돌보되 강박 관념을 갖고 사로잡히
지는 마라. 예민하게 깨어 있으되 광기로 들뜨지는 마라. 그리고 어려움을 견디는 인내
심을 키우라. 사고를 당하면 어쩌나, 누군가가 해꼬지를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하지
마라. 모기가 문다고 화 내지 마라. 모기는 자신의 본성에 따라 그렇게 하는 것이다. 위
험으로부터 그대를 보호하라. 그러나 그 일에 몰두하여 넋을 잃지 않도록 하라. 고통과
난관을 인내심과 포용력을 키우는 기회로 삼아라. 그리하여 점점 더 큰 어려움에도 맞
설 수 있는 힘을 기르라. 한꺼번에 하려고 하지 마라. 자기 학대는 자아에 대한 더 큰
집착을 낳는다. 그런 방법을 실패할 수밖에 없다.
넷째로, 그대는 죽음에 대비하여 명상 차원에서 준비를 할 수 있다. 명상을 위해 좋
은 스승을 찾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어떤 새로운 명상 그룹에 가입하거나, 종교
를 바꾸거나, 일상적인 삶의 패턴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수행을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시도는 생명력이 길지 못할 뿐만 아니라, 소기의 목적도 달성하기 어렵다. 이
책 이전에 번역된 <티벳 死者의 書>에는 명상 차원의 준비에 대한 안내가 없다. 죽음
의 과정이 시작되는 순간과 그 이후에 전개되는 중간계 과정에 사용할 수 있도록 번역
되어 있다. 물론 <티벳 死者의 書> 자체에도 명상 차원의 준비에 대한 자세한 언급이
없다. 티벳 사람 대부분이 어떤 형태로든 명상 수행을 하고 있다는 것을 기정 사실로
인정하고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상 차원의 준비는 살아 있을
동안, 명상의 가치를 인식한 순간부터 시작해야 한다.
명상의 첫 번째 단계에서는 고요하게 마음을 한 곳에 모으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
러기 위해서는 먼저 균형 잡힌 자세로 편안하게 앉는 법을 배워야 한다. 다리를 틀고
결가부좌 자세로 바닥에 앉는 것이 좋다. 결가부좌 자세로 앉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
다. 그 자세로 앉으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꼭 결가부좌가 아니라도 균형 잡힌 자세
로 앉아서, 5분이나 10분 정도 집중하는 훈련을 한다. 처음에는 호흡을 세며 마음을 가
라앉힌다. 생각이 일어나면 일어나는 대로 일어났다가 제멋대로 흘러가도록 내버려둔
다. 생각에 끌려들어 가면 안된다. 이 훈련은 편안한 상태를 즐기는 동안에 끝내야 한
다. 그래야 다음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훈련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곤해질 때까
지, 지루하게 계속하는 것은 좋지 않다.
편안한 상태에 쉽게 도달할 수 있게 되면, 어떤 대상을 정해 놓고 집중하는 훈련을
시작한다. 불교인이라면 자그마한 佛像이 좋을 것이고, 기독교인이라면 그리스도의 聖
像이 좋으리라. 이슬람 교인이라면 성스러운 문자를 선택할 수 있고, 이도 저도 아니라
면 모나리자나 꽃이나 천체 사진 같은 것도 집중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마음이 흩
어지지 않도록 하고, 정신을 대상에 집중한다. 마음 속에서 생각이 일어나거나 감정의
변화가 생겨도 신경 쓰지 말고 대상에만 집중해야 한다. 처음에는 마음이 이리저리 흩
어지기 때문에 실망하겠지만, 마음을 편안하게 갖고 계속 훈련해야 한다. 마음이 다른
곳으로 갖다 싶으면 즉시 다시 대상을 향해 돌이키는 훈련을 반복해야 한다. '조금씩
조금씩'. 이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이 훈련의 목적은 마음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능력을 키우고, 집중력을 통해 마음
의 힘을 키워서 감정과 반응을 조절하는 능력을 증진시키는 데 있다. 이 훈련은 마음과
육체의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건강을 증진시켜 준다. 또 무엇을 성취하는 능력도 강
화시켜 준다. 이 훈련을 하고자 한다면, 이 훈련에 대한 보다 정교한 가르침을 소개하
고 있는 최근에 출판된 여러 책들을 참고가 될 것이다.
집중하여 마음을 가라앉히는 훈련은 다음 단계의 명상을 위해 도구를 마련하는 것
과 같다. 마음을 가라앉히는 훈련만으로는 깊은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 마음을 가라앉
힌 다음에는 내적으로 통찰하는 명상을 해야 한다. 내적으로 통찰하는 명상은 죽음을
대비한 결정적인 준비라고 할 수 있다. 내적으로 통찰하는 명상이란, 마음을 가라앉히
고 집중하는 훈련을 통해 강화된 마음을 사용하여 실재와 환경과 자아를 보다 깊이 이
해하는 것을 말한다. 이 명상은 의식이 온전히 각성된 상태에서, 자신의 마음과 육체를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고 주시하는 훈련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수행은 집중의 대상이
자신의 마음과 육체로 바뀌었다는 것을 빼면, 객관적인 대상에 집중하는 앞 단계의 명
상과 비슷하다.
이 단계에서는 마음과 육체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것을 천천히 세밀하게 관찰한
다. 어떤 식의 반응도 보여서는 안된다. 마음과 육체를 주시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다섯
무더기[五蘊]와 같은 도식을 염두에 두고 그것들 하나 하나에 대해 주시하는 훈련을 한
다. 그리고 그대의 진정한 자아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본다. 그대는 아마 '나'라고 하는
고정된 주관적인 존재가 없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이 깨달음은 해탈로
인도하는 문인 '자기-없음'(無我)에 대한 통찰로 이어진다.
이 명상은 대단히 복합적이다. 이 명상에 대한 가르침 또한 엄청나게 많다. 하지만
요점은 간단하다. 즉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 과정에 대해 명민하게 깨
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수행은 항상 깨어 있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깨어 있을 수 있는 힘이 커지면, 의식이 각성된 상태로 꿈을 꿀 수도 있다. 따라
서 이 수행은 의식이 각성된 상태로 중간계를 체험하기 위한 중요한 준비가 된다. 내적
으로 통찰하는 명상은 생각과 감정 등을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는 망상을 제거한다. '나
'라고 하는 절대적인 존재는 없으며, 그것은 일시적인 구조물일 뿐임을 깨닫게 해 준다.
명상을 통해 얻은 내적인 통찰력은 죽음 순간에 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티벳
死者의 書>에는 무엇이 나타나도 두려워하거나 정신을 잃지 말라는 권고가 상당히 많
이 나오고 있다. 이 권고는 어떤 일시적인 상황에 휘말려 그 상황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습관을 버리고, 전개되는 현상을 냉철한 눈으로 주시하라는 뜻이다.
명상의 세 번째 형태는 마음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일종의 치료-명상
이다. 예를 들어 사랑에 대해 명상한다고 하자. 그때 그대는 다른 존재들과의 관련성을
관조하게 된다. 이 명상에서는 다른 존재에 대한 반감을 제거하고 그들은 아름다운 존
재로 보려고 애써야 한다. 대상이 어떤 존재이든, 그대에게 무슨 의미가 있든, 그들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그대에게 유익이 있든 없든, 또는 아름답든 그렇지 못하든 간에 그
렇게 해야 한다. 그러면 그대의 사랑의 힘이 강화된다. 쉽게 화내는 습관을 고치고, 관
용을 키우기 위해 인내에 대해 명상할 수도 있다. 집착을 떨쳐 버리기 위해 명상할 경
우에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제일 좋다. 죽음을 생각하면 소유에 대한 집착이나
이 세상 일에서 한결 자유로워질 수 있다.
명상의 네 번째 형태는 시각적인 상상이다. 이 명상에서는 바람직한 환경과 사건을
구체적으로 상상한다. 이 명상을 통해서는 죽음 이후에 직면하게 될, 전혀 새로운 상황
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시각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것은 그 범
위가 넓다. 평화롭고 안정된 가정을 그려 볼 수도 있고, 어떤 상황을 만나도 꿋꿋하게
헤쳐 나가는 자신의 믿음직한 모습을 그려 볼 수도 있다. 意識下意識 속에 쌓여 있는
좌절감을 극복하고, 금강석과 같이 흔들리지 않는 자아를 성취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
는 것도 좋고, 신비스러운 만다라와 같이 완전한 환경이나 아름다운 붓다의 땅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그려보는 것도 좋다.
명상의 마지막 형태는 일상적인 삶 속에서의 명상이다. 이 명상에서는 일상 생활의
모든 행위가 영적인 방향을 향하게 한다. 본래 상태의 해탈을 조망하면서, 시간과 노력
을 헛되이 낭비하지 않고 영적인 성숙을 위해 사용한다. 그러면 아주 평범한 일일지라
도 명상 수행을 위한 기회로 삼을 수가 있다.
오! 이제 꿈 중간계의 여명이 밝아 오고 있구나.
시체처럼 우둔하게 망상 속에서 헤매는 잠을 떠나,
온전히 깨어 있는 상태로,
실체를 체험하는 흔들리지 않는 경지로 들어가리라.
꿈 속에서도 정신을 차려,
의식이 깨어 있는 상태로 꿈을 꾸리라.
짐승처럼 정신을 잃고 잠에 빠지지 않고,
잠 속에서도 깨달음을 얻는 수행을 소중히 여기리라.
(여섯 중음계에 관한 기도[眞言], 쪽)
이쯤 되면 잠자는 것도 수행으로 연결된다. 잠드는 과정을 죽음 이후의 해체 과정
에 대한 연습으로 삼을 수 있다. 일상적인 차원의 의식이 8단계의 해체 과정을 거쳐 깊
은 잠 차원의 투명한 빛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 나아가 꿈꾸는 상
태를 중간계 경험에 대비한 준비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꿈꾸는 동안
꿈을 꾸고 있다고 의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것은 한꺼번에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쉬지 않고 수행을 지속해 나간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꿈을 꾸면서 꿈을 꾸고 있다는 명확한 자각을 갖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죽음 이후의 중간계를 의식이 깨어 있는 상태로 즉 자기가 지금 어떤 상황
에 놓여 있는가를 아는 상태에서 통과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일상 생활 중에 행할 수 있는 명상의 또 다른 형태로 만트라를 반복하는 아주 단순
한 방법이 있다. '옴 마니 파드메 훔'(OM MANI PADME HUM)은 자비를 비는 만트라로
써, '옴 - 연꽃 속의 보석이여! - 훔'이라는 뜻이다. 티벳 사람들에게는 이 만트라가 만
사 형통을 기원하는 뜻으로 통용된다. 그들은 우주 속에 충만하게 깃들어 있는 붓다[아
발로키테스바라]의 사랑과 자비의 힘으로 모든 어려움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만트라를 외운다. 자기뿐만 아니라 다른 존재를 돕기 위해서도 이 만트라를 외운다.
따라서 이 만트라의 울림 속에는 긍정적인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다. 티벳 사람
들에게는 마음 속으로 또는 낮은 목소리로 '옴 마니 파드메 훔'을 외우는 것이 습관화
되어 있다. 그들은 이 만트라를 외울 때, 만트라와 아발로키테스바라(觀世音菩薩)의 긍
정적인 에너지를 피부로 느끼는 법을 배웠다.
티벳 사람들은 명상 중에도 '옴 마니 파드메 훔'을 반복해서 외운다. 만트라를 반복
하면 일상적인 의식 작용이 정지하고 의식의 지평이 만트라의 흐름과 하나가 된다. 이
만트라를 심장 차크라를 상징하는 바퀴에 새겨진, 보석으로 장식된 여섯 문자와 연결
하여 시각적으로 상상하는 수행자도 있다. 그들은 입으로 '옴 마니 파드메 훔'을 반복
하면서, 보석으로 장식된 여섯 문자에서 다섯 지혜를 상징하는 무지개 빛이 비쳐 나와
온 우주 만물에 은총을 베푸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상상한다. 가슴에서 발산하는 다채
로운 빛깔의 사랑 에너지의 흐름과 만트라의 흐름이 하나 될 때까지 그렇게 한다.
다른 만트라도 같은 방법으로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자신의 종교가 유대교나
기독교 또는 이슬람교라면, 자기에게 맞는 짤막한 기도문을 만들어 만트라로 사용하면
된다. 만트라의 목적은 마음 속에 긍정적인 흐름을 만들어 내는 데 있다. 만트라를 반
복하는 훈련은 특히 죽음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그 가치가 빛난다. 이 수행을 하면 모든
것을 저절로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 힘이 생기며, 간섭하지 않는 힘이 있으면 죽음에
임박해서 또는 중간계로 옮겨가는 중에 당황하지 않고 초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식적으로, 일상 생활 자체를 영적인 수행으로 생각하는 훈련도 중요한 명상 수행
이다. 설거지할 때는 그릇 씻는 행위를 마음의 탐착을 씻어 내는 영적인 수행과 연결시
켜, 설거지 자체가 기도가 되게 한다. 집을 지을 때는 마음 속에 천국을 건설하는 일과
연결시킨다. 지하철에서 마주친 낯모르는 사람을 볼 때는 붓다의 눈으로 붓다의 심정
을 가지고 바라본다. 문을 열 때는 깨달음의 문을 연다는 심정을 갖는다.
죽음에 대비한 다섯 번째 준비는 지적인 차원의 준비다. 몇몇 사람들이 잘못 생각
하고 있는 것처럼 불교는 결코 반(反)-지성적인 종교가 아니다. 지성은 자유에 이르기
위해 필요한 도구다. 지혜가 없이는 깨달음과 자유를 얻을 수 없는데, 지혜는 지성에서
나온다. 지혜가 빠진 명상, 사랑, 윤리적 실천만으로는 깨달음에 이르지 못한다. 오랜
세월 배워야 한다. 배움은 학교에 몇 년 다니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학교에서는 어
떻게 공부해야 하는 지를 가르칠 뿐이다. 그러므로 학교에서의 공부는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삶, 자유, 자아 그리고 우주의 본성을 배울 수 있는 수많은 경전들이 있다. 특히
깨달은 자의 자비와 사랑, 비어-있음(空), 자아-없음(無我), 상호 연관성 등에 대한 가
르침은 주목해서 배울 필요가 있다.
경전을 읽는 것은 세 번째 형태의 명상인 치료-명상과 직결된다. 경전을 통해 붓다
의 순수한 땅[淨土]에 대한 이야기, 붓다와 그 제자들의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 등을 읽
으면 의식 속에 그 영향이 새겨지기 때문이다. 그대가 만약 다른 종교나 철학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그 쪽 방면의 책을 규칙적으로 읽는 것이 좋다. 특히 죽음이나 죽음 이후
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 세상과는 다른 영역에 대한 이야기에도
관심을 두라. 윤리적, 종교적, 지적 성숙을 도모하는 가르침에 주목하면서 관심 있는 분
야의 책을 읽어라. 종교와 철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비판적이고 개방적인 자세
로 집필된 과학 서적이나, 현대 심리학이 제시하는 자아 성장에 관한 이야기들을 읽는
것이 지적인 성숙에 도움이 될 것이다.
오! 이제 이승 중간계의 여명이 밝아 오고 있구나.
게으름을 버리고, 마지막 인생이라는 생각으로 살리라.
배우고, 생각하고, 명상하는 수행자의 길에 꿋꿋이 서서
현상과 마음의 실체를 밝히고,
깨달음의 세 몸을 실현시키고 말리라!
일단 인간의 몸을 입게 되면
인생을 헛되이 낭비하지 않으리니,
허접 쓰레기 같은 것은 좇아 다니지 않으리라.
(여섯 중간계에 들어가기 전에 드리는 기도[眞言], 쪽)
준비를 잘하지 않으면 잘 죽을 수 없다. 어떤 여행이든지, 여행에는 항상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티벳 死者의 書>는 죽음이라는 여행을 위해 살아 있을 동안 최소한
5가지는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보, 상상, 윤리, 명상, 그리고 지적인 차원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기본적인 정보 차원의 준비란, 죽음이 무엇이며 어떻게 진행되는가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이 준비는 죽음에 관한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탐구함으
로써 할 수 있다. 죽음에 관련된 여러 가지 중요한 도식을 이해하고, 죽음이 언제 닥쳐
오더라도 자기가 처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기억 속에 완벽하게 담아 놓는 준비가
바로 정보 차원의 준비다.
두 번째 상상 차원의 준비란, 죽음 이후에 오는 세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상상의 힘을 키우는 것을 말한다. <티벳 死者의 書>는 이 준비를 돕기 위해 여러 불교
전통의 가르침을 이용하고 있다. 불교가 상대적으로 억압을 받지 않는 사회, 특히 인도
같은 나라에서는 나온 불교 문헌 속에는 천상계나 신들의 세계 또는 눈에 숨어 있는 낙
원 등을 시각적으로 묘사한 표현이 풍부하다. 물론 이런 표현은 모든 종교 전통에 다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내면 세계에 몰두한 신비주의 전통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권위주의, 군사 패권주의, 그리고 산업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서구 사회나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천상계의 기쁨에 대한 개인적인 상상을 억압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 사
회에서는 천상의 아름다움을 체험한 신비가들이 이단자 취급을 받곤 했다. 그러나 현
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경제적으로 풍요로와 졌고, 그에 비례하여 사회적인 억압도 느
슨해졌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천상계에 대한 환상을 강력하게 통제
하는 분위기가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사라졌다. 현재로서는 기쁨의 세계를 상상적으
로 표현하는 것이 자유롭게 허용되는 분위기가 일반 예술이나 종교 예술을 막론하고
모든 예술 분야에 널리 퍼져 있다.
예를 들면 기쁨이 넘치는 아미타바 붓다의 순순한 땅[極樂淨土] 수카바티와 같은,
천상에 있는 붓다의 땅을 묘사하고 있는 경전이나 글을 읽는 것은 죽음을 대비하는 아
주 중요한 준비가 된다. 환경 전체가 붓다인 상태를 일컫는 붓다의 땅은 유한한 개체가
무한한 깨달음의 몸으로 진화-변형하여, 에고가 사라지고 만물이 일체가 된 상태를 상
징한다. <티벳 死者의 書>에 의하면, 죽은 자의 영혼을 자신의 낙원으로 인도하기 위해
어떤 특정한 붓다가 어떤 특정한 방향에서 나타난다. 이 때를 대비해서 경전이 말하고
있는 여러 붓다의 낙원들 중에서 어느 하나에 대해 아주 상세하게 상상하는 훈련을 해
두는 것이 좋다. 붓다의 땅에 대한 묘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하고 상상력을 매
혹적으로 자극한다. 그것들은 지상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행복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 준다. 그런 이야기를 읽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장차 나타날 장엄하고 놀라
운 영광을 맞을 준비가 된다.
불교가 아닌 다른 종교에 소속된 사람이라면, 자기들 종교 내의 신비가들이 본 환
상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고 상상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기독교인이라면 성경에 묘사
되어 있는 화려한 천국의 진 주문을 상상하는 훈련 같은 것이 좋은 준비가 될 것이다.
종교와 무관한 사람이라면 사후 세계에 관련된 책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죽음
과 비슷한 근사(近死) 체험을 한 사람들의 경험담이나 죽음 이후의 체험에 대한 이야기
들을 곰곰이 생각하며 읽어보는 것이 좋으리라. 위험과 모험이 뒤따르는 극적인 세계
를 통과한 다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운 이상한 세상에 도달했다는 식
의 공상 과학 소설도 죽음을 대비한 상상 차원의 준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세 번째 윤리적 차원의 준비란, 죽음이 눈 앞에 있다고 가정하고 행동 방향을 결정
하고 선택하는 훈련을 말한다. 구석에 쳐 박혀 무서워 벌벌 떨라는 말이 아니다. 이 훈
련을 하면 삶을 더 즐길 수 있고 더 강렬하게 살 수 있다. 이 훈련은 행복을 가져다준
다. 죽으면 모든 재산과 가족은 물론 그대의 몸 마져도 잃는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그
대가 사로잡혀 있는 그런 것들을 조금이라도 놓아 버리는 훈련을 한다면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윤리적 차원의 준비는 관대함, 동정심, 인내를 키우는 수행으로 이루어진다. 이 세
가지 수행은 모두 죽음에 대한 중요한 준비가 된다. 그러나 <티벳 死者의 書>에는 이
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다. 불교 사회에서는 이런 수행을 너무나 당연한 일로 여기
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덕성은 서구 사회의 종교에서도 가르친다. 종교인이 아니라도
이런 윤리적 덕성이 절대자와의 만남에 대한 준비가 될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높여 준
다는 사실을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으리라.
주는 것을 통해 관대함을 키우는 수행을 해야 한다. 그대에게 별로 관심도 없는 것
이 아니라, 그대가 좋아하는 것을 주어야 한다. 얼마나 비싼 것을 주었느냐 가 중요한
게 아니다. 주는 행위를 통해 그대가 극복하는 것은 정신적인 집착이다. 따라서 문제는
양이 아니라 질이다. 순간적인 감정에 휘말려 알거지가 될 필요는 없다. 그렇게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하게 된다. 물건이 아니라 집착하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작은
것을 주더라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그대가 좋아하는 것을 놓아 버릴 때 일어나는 정
신의 변화 과정을 관찰해야 한다.
대인 관계를 부드럽고 원만하게 함으로써 동정심을 키우는 수행을 해야 한다. 그대
는 언제라도 죽어 이 자리에 없을 수 있다는 점을 늘 기억하는 것이 좋다. 그대와 관계
를 맺고 있는 사람들의 행복에 늘 관심을 기울여라. 그들로부터 무엇을 취하는 데 관심
을 두어서는 안된다. 질투심이 일어나면 면밀히 관찰해 보라. 어떤 정당한 이유도 없이
질투심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언제나 그렇다. 질투심이 그대의 마음을 얼
마나 속박하고 있으며, 또 상대방을 얼마나 불편하게 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대와 관계
를 맺고 있는 사람들의 행복에 그대 행동의 초점을 맞추라. 육체 차원을 즐거움이 아니
라 그들의 진정한 행복에 관심을 두라. 자신 보다 이웃을 먼저 생각하라. 모든 관계는
일시적이다. 그러므로 관계를 맺고 있을 때 최선을 다하도록 하라.
몸에 대해 편안한 마음을 가짐으로써 인내심을 키우는 수행을 해야 한다. 몸에 대
해 지나치게 염려하지 마라. 꼭 필요하지도 않는 것을 위해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마
라. 그렇게 하면 몸이 혹사당한다. 다른 사람 눈에 어떻게 보일까를 염려하지 않을 때
의 그대 모습이 가장 아름답고 당당하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거울을 보라. 그리고 언젠
가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그대의 얼굴이 창백해지고, 입술이 오그라
들며, 피부는 탄력을 잃고 부패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라. 그러나 이런 병적인 상
태에 오래 머물러 있지는 마라.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지금 이렇게 살아 있음을 느끼도
록 하라. 그대의 결점에 너무 신경 쓰지 마라. 몸을 돌보되 강박 관념을 갖고 사로잡히
지는 마라. 예민하게 깨어 있으되 광기로 들뜨지는 마라. 그리고 어려움을 견디는 인내
심을 키우라. 사고를 당하면 어쩌나, 누군가가 해꼬지를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하지
마라. 모기가 문다고 화 내지 마라. 모기는 자신의 본성에 따라 그렇게 하는 것이다. 위
험으로부터 그대를 보호하라. 그러나 그 일에 몰두하여 넋을 잃지 않도록 하라. 고통과
난관을 인내심과 포용력을 키우는 기회로 삼아라. 그리하여 점점 더 큰 어려움에도 맞
설 수 있는 힘을 기르라. 한꺼번에 하려고 하지 마라. 자기 학대는 자아에 대한 더 큰
집착을 낳는다. 그런 방법을 실패할 수밖에 없다.
넷째로, 그대는 죽음에 대비하여 명상 차원에서 준비를 할 수 있다. 명상을 위해 좋
은 스승을 찾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어떤 새로운 명상 그룹에 가입하거나, 종교
를 바꾸거나, 일상적인 삶의 패턴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수행을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시도는 생명력이 길지 못할 뿐만 아니라, 소기의 목적도 달성하기 어렵다. 이
책 이전에 번역된 <티벳 死者의 書>에는 명상 차원의 준비에 대한 안내가 없다. 죽음
의 과정이 시작되는 순간과 그 이후에 전개되는 중간계 과정에 사용할 수 있도록 번역
되어 있다. 물론 <티벳 死者의 書> 자체에도 명상 차원의 준비에 대한 자세한 언급이
없다. 티벳 사람 대부분이 어떤 형태로든 명상 수행을 하고 있다는 것을 기정 사실로
인정하고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상 차원의 준비는 살아 있을
동안, 명상의 가치를 인식한 순간부터 시작해야 한다.
명상의 첫 번째 단계에서는 고요하게 마음을 한 곳에 모으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
러기 위해서는 먼저 균형 잡힌 자세로 편안하게 앉는 법을 배워야 한다. 다리를 틀고
결가부좌 자세로 바닥에 앉는 것이 좋다. 결가부좌 자세로 앉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
다. 그 자세로 앉으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꼭 결가부좌가 아니라도 균형 잡힌 자세
로 앉아서, 5분이나 10분 정도 집중하는 훈련을 한다. 처음에는 호흡을 세며 마음을 가
라앉힌다. 생각이 일어나면 일어나는 대로 일어났다가 제멋대로 흘러가도록 내버려둔
다. 생각에 끌려들어 가면 안된다. 이 훈련은 편안한 상태를 즐기는 동안에 끝내야 한
다. 그래야 다음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훈련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곤해질 때까
지, 지루하게 계속하는 것은 좋지 않다.
편안한 상태에 쉽게 도달할 수 있게 되면, 어떤 대상을 정해 놓고 집중하는 훈련을
시작한다. 불교인이라면 자그마한 佛像이 좋을 것이고, 기독교인이라면 그리스도의 聖
像이 좋으리라. 이슬람 교인이라면 성스러운 문자를 선택할 수 있고, 이도 저도 아니라
면 모나리자나 꽃이나 천체 사진 같은 것도 집중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마음이 흩
어지지 않도록 하고, 정신을 대상에 집중한다. 마음 속에서 생각이 일어나거나 감정의
변화가 생겨도 신경 쓰지 말고 대상에만 집중해야 한다. 처음에는 마음이 이리저리 흩
어지기 때문에 실망하겠지만, 마음을 편안하게 갖고 계속 훈련해야 한다. 마음이 다른
곳으로 갖다 싶으면 즉시 다시 대상을 향해 돌이키는 훈련을 반복해야 한다. '조금씩
조금씩'. 이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이 훈련의 목적은 마음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능력을 키우고, 집중력을 통해 마음
의 힘을 키워서 감정과 반응을 조절하는 능력을 증진시키는 데 있다. 이 훈련은 마음과
육체의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건강을 증진시켜 준다. 또 무엇을 성취하는 능력도 강
화시켜 준다. 이 훈련을 하고자 한다면, 이 훈련에 대한 보다 정교한 가르침을 소개하
고 있는 최근에 출판된 여러 책들을 참고가 될 것이다.
집중하여 마음을 가라앉히는 훈련은 다음 단계의 명상을 위해 도구를 마련하는 것
과 같다. 마음을 가라앉히는 훈련만으로는 깊은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 마음을 가라앉
힌 다음에는 내적으로 통찰하는 명상을 해야 한다. 내적으로 통찰하는 명상은 죽음을
대비한 결정적인 준비라고 할 수 있다. 내적으로 통찰하는 명상이란, 마음을 가라앉히
고 집중하는 훈련을 통해 강화된 마음을 사용하여 실재와 환경과 자아를 보다 깊이 이
해하는 것을 말한다. 이 명상은 의식이 온전히 각성된 상태에서, 자신의 마음과 육체를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고 주시하는 훈련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수행은 집중의 대상이
자신의 마음과 육체로 바뀌었다는 것을 빼면, 객관적인 대상에 집중하는 앞 단계의 명
상과 비슷하다.
이 단계에서는 마음과 육체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것을 천천히 세밀하게 관찰한
다. 어떤 식의 반응도 보여서는 안된다. 마음과 육체를 주시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다섯
무더기[五蘊]와 같은 도식을 염두에 두고 그것들 하나 하나에 대해 주시하는 훈련을 한
다. 그리고 그대의 진정한 자아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본다. 그대는 아마 '나'라고 하는
고정된 주관적인 존재가 없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이 깨달음은 해탈로
인도하는 문인 '자기-없음'(無我)에 대한 통찰로 이어진다.
이 명상은 대단히 복합적이다. 이 명상에 대한 가르침 또한 엄청나게 많다. 하지만
요점은 간단하다. 즉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 과정에 대해 명민하게 깨
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수행은 항상 깨어 있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깨어 있을 수 있는 힘이 커지면, 의식이 각성된 상태로 꿈을 꿀 수도 있다. 따라
서 이 수행은 의식이 각성된 상태로 중간계를 체험하기 위한 중요한 준비가 된다. 내적
으로 통찰하는 명상은 생각과 감정 등을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는 망상을 제거한다. '나
'라고 하는 절대적인 존재는 없으며, 그것은 일시적인 구조물일 뿐임을 깨닫게 해 준다.
명상을 통해 얻은 내적인 통찰력은 죽음 순간에 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티벳
死者의 書>에는 무엇이 나타나도 두려워하거나 정신을 잃지 말라는 권고가 상당히 많
이 나오고 있다. 이 권고는 어떤 일시적인 상황에 휘말려 그 상황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습관을 버리고, 전개되는 현상을 냉철한 눈으로 주시하라는 뜻이다.
명상의 세 번째 형태는 마음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일종의 치료-명상
이다. 예를 들어 사랑에 대해 명상한다고 하자. 그때 그대는 다른 존재들과의 관련성을
관조하게 된다. 이 명상에서는 다른 존재에 대한 반감을 제거하고 그들은 아름다운 존
재로 보려고 애써야 한다. 대상이 어떤 존재이든, 그대에게 무슨 의미가 있든, 그들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그대에게 유익이 있든 없든, 또는 아름답든 그렇지 못하든 간에 그
렇게 해야 한다. 그러면 그대의 사랑의 힘이 강화된다. 쉽게 화내는 습관을 고치고, 관
용을 키우기 위해 인내에 대해 명상할 수도 있다. 집착을 떨쳐 버리기 위해 명상할 경
우에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제일 좋다. 죽음을 생각하면 소유에 대한 집착이나
이 세상 일에서 한결 자유로워질 수 있다.
명상의 네 번째 형태는 시각적인 상상이다. 이 명상에서는 바람직한 환경과 사건을
구체적으로 상상한다. 이 명상을 통해서는 죽음 이후에 직면하게 될, 전혀 새로운 상황
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시각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것은 그 범
위가 넓다. 평화롭고 안정된 가정을 그려 볼 수도 있고, 어떤 상황을 만나도 꿋꿋하게
헤쳐 나가는 자신의 믿음직한 모습을 그려 볼 수도 있다. 意識下意識 속에 쌓여 있는
좌절감을 극복하고, 금강석과 같이 흔들리지 않는 자아를 성취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
는 것도 좋고, 신비스러운 만다라와 같이 완전한 환경이나 아름다운 붓다의 땅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그려보는 것도 좋다.
명상의 마지막 형태는 일상적인 삶 속에서의 명상이다. 이 명상에서는 일상 생활의
모든 행위가 영적인 방향을 향하게 한다. 본래 상태의 해탈을 조망하면서, 시간과 노력
을 헛되이 낭비하지 않고 영적인 성숙을 위해 사용한다. 그러면 아주 평범한 일일지라
도 명상 수행을 위한 기회로 삼을 수가 있다.
오! 이제 꿈 중간계의 여명이 밝아 오고 있구나.
시체처럼 우둔하게 망상 속에서 헤매는 잠을 떠나,
온전히 깨어 있는 상태로,
실체를 체험하는 흔들리지 않는 경지로 들어가리라.
꿈 속에서도 정신을 차려,
의식이 깨어 있는 상태로 꿈을 꾸리라.
짐승처럼 정신을 잃고 잠에 빠지지 않고,
잠 속에서도 깨달음을 얻는 수행을 소중히 여기리라.
(여섯 중음계에 관한 기도[眞言], 쪽)
이쯤 되면 잠자는 것도 수행으로 연결된다. 잠드는 과정을 죽음 이후의 해체 과정
에 대한 연습으로 삼을 수 있다. 일상적인 차원의 의식이 8단계의 해체 과정을 거쳐 깊
은 잠 차원의 투명한 빛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 나아가 꿈꾸는 상
태를 중간계 경험에 대비한 준비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꿈꾸는 동안
꿈을 꾸고 있다고 의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것은 한꺼번에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쉬지 않고 수행을 지속해 나간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꿈을 꾸면서 꿈을 꾸고 있다는 명확한 자각을 갖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죽음 이후의 중간계를 의식이 깨어 있는 상태로 즉 자기가 지금 어떤 상황
에 놓여 있는가를 아는 상태에서 통과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일상 생활 중에 행할 수 있는 명상의 또 다른 형태로 만트라를 반복하는 아주 단순
한 방법이 있다. '옴 마니 파드메 훔'(OM MANI PADME HUM)은 자비를 비는 만트라로
써, '옴 - 연꽃 속의 보석이여! - 훔'이라는 뜻이다. 티벳 사람들에게는 이 만트라가 만
사 형통을 기원하는 뜻으로 통용된다. 그들은 우주 속에 충만하게 깃들어 있는 붓다[아
발로키테스바라]의 사랑과 자비의 힘으로 모든 어려움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만트라를 외운다. 자기뿐만 아니라 다른 존재를 돕기 위해서도 이 만트라를 외운다.
따라서 이 만트라의 울림 속에는 긍정적인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다. 티벳 사람
들에게는 마음 속으로 또는 낮은 목소리로 '옴 마니 파드메 훔'을 외우는 것이 습관화
되어 있다. 그들은 이 만트라를 외울 때, 만트라와 아발로키테스바라(觀世音菩薩)의 긍
정적인 에너지를 피부로 느끼는 법을 배웠다.
티벳 사람들은 명상 중에도 '옴 마니 파드메 훔'을 반복해서 외운다. 만트라를 반복
하면 일상적인 의식 작용이 정지하고 의식의 지평이 만트라의 흐름과 하나가 된다. 이
만트라를 심장 차크라를 상징하는 바퀴에 새겨진, 보석으로 장식된 여섯 문자와 연결
하여 시각적으로 상상하는 수행자도 있다. 그들은 입으로 '옴 마니 파드메 훔'을 반복
하면서, 보석으로 장식된 여섯 문자에서 다섯 지혜를 상징하는 무지개 빛이 비쳐 나와
온 우주 만물에 은총을 베푸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상상한다. 가슴에서 발산하는 다채
로운 빛깔의 사랑 에너지의 흐름과 만트라의 흐름이 하나 될 때까지 그렇게 한다.
다른 만트라도 같은 방법으로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자신의 종교가 유대교나
기독교 또는 이슬람교라면, 자기에게 맞는 짤막한 기도문을 만들어 만트라로 사용하면
된다. 만트라의 목적은 마음 속에 긍정적인 흐름을 만들어 내는 데 있다. 만트라를 반
복하는 훈련은 특히 죽음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그 가치가 빛난다. 이 수행을 하면 모든
것을 저절로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 힘이 생기며, 간섭하지 않는 힘이 있으면 죽음에
임박해서 또는 중간계로 옮겨가는 중에 당황하지 않고 초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식적으로, 일상 생활 자체를 영적인 수행으로 생각하는 훈련도 중요한 명상 수행
이다. 설거지할 때는 그릇 씻는 행위를 마음의 탐착을 씻어 내는 영적인 수행과 연결시
켜, 설거지 자체가 기도가 되게 한다. 집을 지을 때는 마음 속에 천국을 건설하는 일과
연결시킨다. 지하철에서 마주친 낯모르는 사람을 볼 때는 붓다의 눈으로 붓다의 심정
을 가지고 바라본다. 문을 열 때는 깨달음의 문을 연다는 심정을 갖는다.
죽음에 대비한 다섯 번째 준비는 지적인 차원의 준비다. 몇몇 사람들이 잘못 생각
하고 있는 것처럼 불교는 결코 반(反)-지성적인 종교가 아니다. 지성은 자유에 이르기
위해 필요한 도구다. 지혜가 없이는 깨달음과 자유를 얻을 수 없는데, 지혜는 지성에서
나온다. 지혜가 빠진 명상, 사랑, 윤리적 실천만으로는 깨달음에 이르지 못한다. 오랜
세월 배워야 한다. 배움은 학교에 몇 년 다니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학교에서는 어
떻게 공부해야 하는 지를 가르칠 뿐이다. 그러므로 학교에서의 공부는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삶, 자유, 자아 그리고 우주의 본성을 배울 수 있는 수많은 경전들이 있다. 특히
깨달은 자의 자비와 사랑, 비어-있음(空), 자아-없음(無我), 상호 연관성 등에 대한 가
르침은 주목해서 배울 필요가 있다.
경전을 읽는 것은 세 번째 형태의 명상인 치료-명상과 직결된다. 경전을 통해 붓다
의 순수한 땅[淨土]에 대한 이야기, 붓다와 그 제자들의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 등을 읽
으면 의식 속에 그 영향이 새겨지기 때문이다. 그대가 만약 다른 종교나 철학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그 쪽 방면의 책을 규칙적으로 읽는 것이 좋다. 특히 죽음이나 죽음 이후
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 세상과는 다른 영역에 대한 이야기에도
관심을 두라. 윤리적, 종교적, 지적 성숙을 도모하는 가르침에 주목하면서 관심 있는 분
야의 책을 읽어라. 종교와 철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비판적이고 개방적인 자세
로 집필된 과학 서적이나, 현대 심리학이 제시하는 자아 성장에 관한 이야기들을 읽는
것이 지적인 성숙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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