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의 자취보다도 빠르게
젊은 날의 기쁨보다도 빠르게
행복스런 저녁보다도 빠르게
그대는 오던길로 가고 말았다.
잎 떨어진 대지같이
잠이 흩어진 어둠 같이
신이 사라진 마음같이
나 혼자 남았구나 오직 나 홀로
제비는 여름이면 돌아오고
올빼미는 밤이면 눈뜨건만
따오기처럼 덧없는 내 청춘
그대따라 가려고만 하는구나
마음은 매일처럼 내일 바라지만
잠조차 슬픔으로 변하고 말았고
이 몸은 겨울이라 딴 가지에서
여름 잎을 빌려온들 무엇하리오
백합꽃은 새 색시의 이마 위에
장미꽃은 아가씨의 머리 위에
제비꽃은 소녀의 무덤 위에
나의 꽃은 나비꽃이 어울리라
나는 무덤 잔듸위에 그 모든 꽃을
눈물없이 빼곡하게 뿌려놓으리니
벗이여 아무리 친하다 해도
나 위해 희망 공포 품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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