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릴 지브란

집에 대하여,

별관신사 2017. 4. 21. 05:15

다음에 석수(石手)가 나와 말하기를 집에 대하여 저회

에게 말씀해 주소서. 그리하여 그는 말했다.

그대들 성벽안에 집을 짓기 전에 광야에 그대들 상상의


초당(草堂) 하나를 지으라.  그대들이 황혼이면 돌아

오듯이 그대들 속의 멀고 외로운 방랑자도 결국 돌아

오리니. 그대들의 집이란 그대들의 더 큰 육체,


태양속에 자라며 밤의 정적속에 잠든다.  또한 꿈꾼다.

그대들의 집은 꿈꾸지 않는가? 꿈꾸며 숲이나 언덕

꼭대기를 향하여 도시를 떠나고 있지 않은가.


바라건데 그대들의 집들을 내 손바닥에 거두어 씨 뿌리는

이와도 같이 숲과 초원에 뿌릴 수 있다면 . 그리하여 골짜

기는 그대들의 거리가 되고 초록 길들은 그대들의 오솔길


이 되어 포도밭 사이로 그대들 서로서로를 찿아 나온것에

대지의 향기를 품어 온다면, 허나 이런 일들은 일찍이 존재

하지도 않은 일.


그대들의 선인(先人)들은 두려움 때문에 그대들을 너무

가까이 모아 놓았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좀더 계속되리라.

좀 더. 그대들의 성벽을 들로부터 그대들의 집을 떼어 놓으


리라.  그러니 내게 말해 다오 오르펠레즈 시민들이여

이 집속에 그대들 지닌 것. 그것이 무엇인가? 또 문을 잠그고

그대들 지키는 것. 그것은 무엇인가?


그대들에게 평화가 있는가? 그대를 힘을 보여줄 말없는

충동인 평화가? 그대들은 회상할 수 있는가? 마음과 마음의

절정을 이어주는 반짝이는 아치의 문을?


그대들에게는 미(美)그러니까 나무 또는 돌로 만들어진 것

으로부터 거룩한 산으로 가슴을 인도해 줄 미가 있는가?

말해다오 . 그대들 집속에 그대들은 이런 것들을 지녔는가?


혹은 그대들은 다만 안락 . 안락에 대한 열망만을 지녔는가?

손님으로 찿아와서는 이윽고 주인이 되고 드디어는 정복자가

되는 음흉한 자인 안락?


그래 , 그리하여 그자는 길들이는 자가 되어 갈고리와 채찍으로

그대들은 더욱 큰 욕망의 꼭두각시가 되게 한다.

비록 그자의 손은 비단결 같을지라도  그자의 가슴은 쇠로 만들어


져 있다. 그자는 그대들 침대 곁에서서 다만 잠재우기 위하여

그대들을 토닥거린다. 그러면서 육체의 존엄을 비웃는다.

그자는 또 그대들의 신선한 감각을 조롱하고 그리하여 금방


이라도 깨어질 그릇이기나 한것 처럼 엉컹귀 가시속에 누인다.

실로 안락에 대한 열망은 영혼의 정열을 죽이는 것. 그리고는

장례식장으로 이죽대며 걸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우주의 아들인 그대들. 잠속에서도 잠들지 못하는

그대들. 그대들은 덧에 걸리지도 길들여 지지도 말라.

그대들의 집은 닻이 아니라 돛이게 하라. 또 상처를 덮는


번쩍이는 거미줄이 아니라 눈(眼)을 지키는 눈꺼풀이 되게

하라. 또한 문을 지나가려고 날개를 접지 말고 또한 천장에

부딯치지 않으려고 그대들 머리를 숙이지도 말며.


벽이 부서져 내릴까 숨쉼을 두려워도 말라. 그대들은 죽은

자가 산자를 위해 만든 무덤속에선 살지 말라.

그리하여 아무리 장대하고 화려함에 차 있을 지라도


그대들의 집이 그대들의 비밀을 간직하게 하지 말며 동경

하는 것을 가리게도 하지 말라. 왜냐하면  그대들 내부의

무한한 것은 하늘의 집 속에 머물고 있으므로,


아침 안개가 문이고 밤의 노래와 고요가 창인 집속에.



                                         칼릴 지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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