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르의 키탄잘리

타고르의 키탄잘리(신에게 바치는 노래)

별관신사 2013. 5. 3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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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여, 당신은 그들 뒤에 드리워져 있는 어느 그늘 속으로
모습을 숨기려고 합니까? 그들은 먼지가 일어나는 길에서 당신을
밀치면서 지나갑니다. 그들은 당신의 모습을 거들 떠 보지도 않습

니다. 나는 여기에서 당신에게 드릴 나의 예물을 준비해 놓고 몇
시간 동안이나 지치도록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지나가
는 사람들이 내 바구니의 꽃을 한 송이씩 가져가 버렸습니다. 이제

바구니는 거의 비었습니다.
아침이 지나가고 낮이 되었습니다. 다시 저녁 무렵의 그림자 속에
나의 눈은 잠으로 감겨집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은 나를 바

라보면서 미소를 보냅니다. 나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나는
거지 아이처럼 앉아서 옷자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하여 그들이 물어볼 때, 나는 두 눈을 감으면

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습니다.
오, 내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당신이 찾아오겠다고 약속
한 것을 내가 어떻게 그들에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나의 결혼지참

금을 준비하기 위하여 이 가난을 견디고 있다는 것을 내가 어떻게
부끄럽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아, 나는 가슴 속 깊숙이 은밀한 긍
지를 품고 있습니다.

나는 풀밭에 앉아서 하늘을 보며 당신이 다가오는 급작스러운 광휘
를 꿈꾸고 있습니다. 반짝거리는 모든 빛들과 당신의 수레 위로 펄
럭거리는 황금빛 깃발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멍한 표정으

로 바라보는 동안, 당신은 흙먼지를 헤치고 다가와서 나를 일으켜
세우고, 부드러운 바람에 흔들리는 덩굴처럼 부끄러움과 자랑스러
움으로 몸을 떠는 이 남루한 구걸 소녀를 당신 앞에 앉히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은 미끄러져 지나가고 아직까지도 당신의 수레바퀴 소
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많은 행렬이 차례로 소란스럽게 떠들면서

화려한 영광을 떨치고 지나갑니다. 오직 당신만이 그들 뒤에 있는
그늘 속에서 말없이 서 있어야 합니까? 그리고 오직 나만이 헛된
동경으로 오랫동안 기다리면서 뜨거운 눈물로 나의 가슴을 지치게

해야 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