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르의 키탄잘리

타고르의 키탄잘리(신에게 바치는 노래)

별관신사 2012. 12. 4.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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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아침 바다는 새소리로 잔물결을 지었습니다. 길을 따라서
피어있는 꽃들은 모두 즐거워하고 있으며, 우리가 아무런 생각없이
길을 걸어가는 동안 황금의 보화가 구름 사이로 흩어졌습니다.

우리는 즐거운 노래를 부르지 않았으며 놀이를 하지도 않았습니다.
우리는 물건을 교환하기 위하여 마을에 들어가지도 않았습니다. 우
리는 말도 하지 않았으며 웃지도 않았습니다. 우리는 길에서 머뭇

거리지도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서 걸음을 더욱 빠르게
재촉하였습니다.
해는 중천에 떠올랐으며, 비둘기는 그늘에서 울었습니다. 시들은 잎

들이 한낮의 뜨거운 바람에 춤을 추면서 펄렁거렸습니다.
보리수 그늘에서 졸았던 목동은 꿈을 꾸었고 나는 풀밭에 드러누워
서 피로에 젖은 팔과 다리를 뻗었습니다.

친구들은 나를 비웃었습니다. 그들은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걸음을
재촉하였습니다. 그들은 뒤를 돌아보지도, 쉬지도 않았습니다. 그들
은 멀리 푸른 안개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들은 숱한 들판과 언덕

들을 넘었고 낯선 나라들을 지나갔습니다. 모든 영광은 당신, 끝없
는 길의 영웅적인 주에게! 조롱과 비난이 일어나라고 나를 걷어찼
지만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즐거운 굴욕의 수

렁 속으로 흐릿한 쾌감의 그늘 속으로 자신을 던졌습니다.
태양을 수놓은 초록빛 어둠의 안식이 조금씩 나의 가슴을 덮었습니
다. 나는 무엇 때문에 여행하는가를 잊어버렸고 아무런 저항도 없

이 그늘과 노래의 미로에 나의 마음을 맡겼습니다.
마침내 내가 선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을 때, 나는 부드러운 미소로
나의 잠을 감싸주시는 당신을 보았습니다. 그 길이 멀고 힘겨운 것

이었음을, 당신에게 이르는 싸움의 고통을 나는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