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론은 여러 명의 아들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파에톤이었는데, 그는
흔히 말해 '아버지 덕에 사는 아들'이었다. 자신의 출신을 지나 치게 자만
하여 친구들에게 자랑을 일삼았고 아버지가 사준 수많은 선물을 과시하느
라 여념이 없었다. 특히 그가 아폴론의 태양 마차 얘기를 할 때면 백만장
자의 아들이 자기 아빠의 롤스로이스를 자랑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어느
날인가 친구 하나가 이렇게 말했다.
"넌 그 마차를 몰 줄도 모르잖아."
아픈 데를 찔린 파에톤은 즉시 아버지를 찾아가 비위를 맞추면서 시원한
넥타르 한 잔을 대접하고는 이윽고 말을 꺼냈다.
"아빠. 제 작은 소원 하나만 들어주세요,"
"신성한 스틱스 강물에 맹세코 네 청을 들어주마."
스틱스의 이름을 걸고 한 맹세는 그리스 신들에게 절대 절명의 것이었다.
그걸 어긴 자는 올림포스에서 추방당하고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박탈당한
채 3개월에서 6개월까지 다른 곳에 머물러야 하는 형벌이 부과되며, 재범
일 경우에는 형량이 더 무거워진다 파에톤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제서야 아주 침착하게 자신의 요구 사항을 구체적으로 얘기
했다.
"태양 마차를 제게 빌려주여서 하루만 몰게 해주세요."
아폴론은 아들을 설득하려 했다. 혈기 왕성한 말들은 자신에게만 복종하기
때문에 태양이 따라가야 하는 시간과 궤도를 조심스럽게 지켜가기가 쉽지
않으며, 그로서도 장담할 수 없는 심각한 돌발사의 위험조차 있다고 설명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폴론은 약속을 지켜야만 했다. 다음날 새벽, 파에
콘은 고삐를 잡았고 마차는 돌진했다. 마차를 모는 사람이 평소의 주인이
아니란 걸 느낀 말들은 즉시 마구 날뛰기 시작했고, 마차를 순식간에 천정
점으로 끌고 갔는데, 그 지점은 정오에나 도달해야 하는 곳이었다. 땅에서
는 놀라움과 혼란이 일어났다. 아낙네들이 아침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데,
남편들은 벌써 점심을 달라고 했다. 애들은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다시 나
오려고 했다. 농부들은 아침 나절 내내 한 이랑의 밭도 갈지 못한 걸 보고
는 깜짝 놀랬다 바로 그 순간, 약간의 통제력이 생긴 파에톤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도록 말을 몰았다. 이로써 역사 이래 최초이자 최후로 태양이 서
쪽에서 동쪽으로 움직이게 되었다. 질겁한 신들은 제우스에게 이 일에 개
립하여 이러한 재난을 어서 멈추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태양의 문
제는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고 판단한 올림포스의 지배자는 자기 손자를응
징하는 일에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러한 가운데 파에톤은 일대 모
험을 감행하기로 했다. 자신의 명령에 따라 질주하는 마차를 친구들이 좀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게 하려고 말들을 땅 쪽으로 바짝 붙이고는 마차
를 땅에 닿을락말락하게 낮게 몰아간 것이다. 마차가 지나가자 태양이 곡
식이며 집들을 모두 태워버렸고, 커다랗게 떠다니는 빙산을 녹여버리고, 강
을 메마르게 하고,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들의 피부를 영원히 검도록 태워
버렸다. 이건 정도가 너무 심했다. 제우스는 경솔한 파에톤에게 벼락을 내
렸고, 아폴론은 광란의 마차를 서둘러 다시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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