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話 이야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별관신사 2012. 11. 12. 05:41

비극적으로 사라져버린 아들로 인해 상심한 아폴론은 음악 속에서 위안
을 찾았다. 아폴론은 기타와 비슷하며 그리스인들이 매우 높게 평가하던
악기 칠현금 연주에 열정적으로 매달려 뛰어난 거장의 솜씨를 갖게 되었

다. 겸손을 미덕으로 여기지 않던 아폴론은 이때부터 스스로를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칠현금의 대가로 여겼는데, 그러한 생각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의 재능이 칭송될 기회는 곧 주어졌다. 미다스 왕이 지배
하던 그리스의 한 도시에서 왕의 주도하에 국제적인 경연 대회가 열렸던

것이다. 우승자가 되리라는 사실을 한 순간도 믿어 의심이 않았던 아폴론
은 변장을 하고 가명을 사용하여 경연 대회에 참가했다. 그의 차례가 되어
자신이 작곡한 소나타를 칠현금으로 연주했을 때 청중들은 그 놀라운 재능

에 완전히 압도되어 갈채를 보냈다. 하지만 경연 대회를 주재하고 상을 결
정하는 것은 미다스 왕이었다. 경연자들 가운데는 미다스 왕의 총애를 받
고 있던 마르시아스라는 자가 있었고, 왕은 그에게 일등상을 주기로 이미

약속을 해두었다. 마르시아스 역시 음악적 재능이 있었으며 당시로서는 전
혀 새로운 악기였던 금관 플루트를 소유한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가 들판에
서 플루트를 발견했던 것은 아주 신비한 우연이었다고 한다. 물론 그는 아

폴론의 거장다운 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경연 대회의 주심인 미다스 왕의
절친한 친구라는 이점이 있었다. 그리하여 미다스는 아폴론이 몇몇 음표를
잘못 연주했으므로 (물론 아폴론은 인정하지 않았다) 일등상은 마르시아스

에게 돌아간다는 부당한 결정을 발표했다. 아폴론은 자존심이 상한 채 물
러섰지만 미다스에게 복수할 것을 마음속으로 결심했다. 아폴론은 재미난
생각을 하나 해내었다. 음악을 들을 줄 모르는 미다스를 벌하기 위해 그의

귀를 당나귀의 귀처럼 만들어버린 것이다. 당나귀 를 갖게 된 미다스는
자신의 불행을 감추기 위해, 요즈음 몇 몇 배우들이 대머리를 감추고 싶어
그렇게 하듯, 늘상 모자를 쓰고 다녀야 했다. 그래서 누구도 그의 귀를 볼

수 없었다. 아무도 못 봤을까? 아니 단 한 사람에게만은 감출 수가 없었는
데 그는 바로 미다스의 이발사였다. 그래서 미다스는 이발사에게 자신의
비밀을 절대로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게 했으며, 이를

어길 경우 엄중한 벌을 내리겠다고 협박했다. 이발사는 처음 얼마은 맹세
를 지켰다. 하지만 비밀이 그를 질식시켰고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누구
에겐가, 아니 최소한 그걸 퍼뜨리지 않을 그 무엇에게라도 쏟아내야만 했

다. 그래서 그는 땅속에 구멍을 파고 몸을 숙여 구멍에 대고 중얼거렸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그리고 다시 성급히 구멍을 막았고, 비밀이 땅에 잘 묻혔다고 믿고는 마음
이 놓여 집으로 돌아갔다. 한데, 몇 주일 후 그 구멍 위로 갈대가 자라 바

람이 불 때마다 흔들렸고, 이발사가 영원히 묻어버렸다고 생각한 비밀은
그곳을 지나가는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갈대의 가느다란 억양
때문에 마치 지방 사투리처럼 불분명하게 들리기는 했지만 그 뜻만은 모든

사람이 아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창피하고 당황한 미다스는 자신
의 불행의 원인과 가해자의 정체를 알아내었다. 그는 아폴론의 용서를 구
하려고 자기가 아는 모든 신들과 인간들을 끌어들였다. 아폴론은 그에게

원래의 귀를 되돌려주마고 했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간의 피해를 보상하
는 뜻에서 미다스가 원하는 청을 하나 들어주겠다고 했다. 한 치 코앞도
내다보지 못하던 미다스였던지라, 게다가 불행하게도 그 코는 귀보다도 짧

은 코였기에 '자신이 만지는 모든 것들을 금으로 변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해주지."
대답하며 아폴론은 벌써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미다스는 다시

돌아온 자기 귀를 믿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속임수에 걸려든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하려고 주머니에 있던 구리 동전 몇 개를 손에 쥐어보았다. 그러자
구리 동전은 금새 순도 높은 금동전으로 바뀌었다. 이번에는 마구간으로

내려가 마부가 아직 치워내지 않은 말똥 몇 개를 손으로 그러모아보았고
그것들 역시 금덩어리로 변해버리자 그는 기쁨에 넘쳐 제 정신이 아니었
다. 원하기만 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부자 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갑자기

식욕이 느껴졌다. 그래서 요리사에게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인 크림
소스를 얹은 양배추 요리를 해달라고 했다. 당시에는 집기를 사용하지 않
았고 왕들도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었다.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파이와 크

림 과자와 바삭바삭한 캐러멜은 미다스가 입으로 옮겨가기도 전에, 진귀하
고 변치 않는 금속이긴 하지만 도저히 소화시킬 수 없는 금으로 변하고 말
았다. 그리하여 불쌍한 미다스는 자신의 탐욕으로 인해 황금을 산처럼

쌓아놓고도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 되었다. 그는 다시 한 번 아폴론에게
용서를 구해야만 했다. 아폴론은 쾌히 승낙했고, 팍톨(고대 리디아의 강으
로 사금의 산지로 유명한 곳)이라는 마술의 강에 가서 몸을 씻으라고 고

했다. 미다스가 그곳에 가서 목욕을 한 이래 팍톨의 강물 속에는 반이는
금 조각들이 함께 흘러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