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슈나무르티.

평등과 자유

별관신사 2014. 4. 13. 16:50

마른 땅에 쏟아지는 비, 정말 근사하겠지요? 이 비는 나뭇잎을 깨끗하게 씻어 주고 땅을 적셔
줍니다. 나는, 우리 역시, 비가 나무를 씻듯, 우리들 마음을 씻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우리 마음에는 여러 세기에 걸쳐 먼지가 겹겹이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이 먼지를 우리는 지

식,경험이라고 부릅니다. 여러분이나 나나 매일 이 마음을 씻어 어제의 기억을 닦아낸다면, 우리마음은 나날이 싱싱할 것입니다. 갖가지 실존의 문제들을 훌륭하게 처리할 줄 아는 마음일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이 세상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는 소위 평등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평등이라는 게 도무지 있을 법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지닌 능력이
각기 다르니까요. 그러나 우리가 말하는 평등은, 모든 사람은 똑같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에서의 평등입니다. 가령 학교를 예로 들자면, 교장, 교감, 기숙사 사감 같은 직위는 일의
성격과 그 기능을 나타내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세요. 특정 직무 혹은 기능에,
이른바 지위에 따른 권위라는 게 따라 붙습니다. 그리고 이 지위에 따른 권위는 존경을 받습니다.

왜냐하면 이 지위에 따른 권위에는 곧 권력, 위신 같은 게 포함되고, 이 권위를 누린다는 것은 곧사람들을 꾸짖고,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고, 친구나 가족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음을 뜻하기때문입니다. 따라서 기능이 지위의 권위로 행세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지위, 권력, 직위, 위신, 남을 이롭게 할 수 있는 특권 같은 것을 떨쳐 버릴 수 있다면
기능이라는 개념은 아주 달라져 버릴 것입니다. 기능이라는 게 단순한 의미로 통할 것이라는
말입니다. 이렇게 되면 장관이건, 국무총리건, 요리사건, 가난한 교사건 똑같은 수준에서 대접

을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들 모두가 서로 다르긴 하지만 각기 사회에 꼭 필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 기능에서 권력, 지위, 위신 같은 것, "나는 우두머리다, 그러니까 중요하다."는 생각을
벗겨낼 수 있다면 이 사회, 특히 학교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우리는 모두 전혀 다른

분위기에서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위가 높고 낮다는 의미에서, 거물이고 조무래기라는
의미에서의 권위는 발붙일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모두가 자유로울 것입니다. 우리가
학교에다이런 분위기, 우리 모두가 자신감을 느낄 수 있는 자유롭고 사랑이 있는 분위기를 만드

는 것은참으로 중요한 일입니다. 안락하다고 느낄 때, 편안하다고 느낄 때 자신감이 생긴다는 것은여러분도 아실테지요.
집에서 아버지, 어머니나 할머니가 끊임없이 이래라 저래라 한다면 편안할 수 있을까요? 나는

스스로 무슨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고 말 것입니다. 자라는 여러분은, 참된 것이라고
믿고 의지하는 데가 있다면 여기에 대해 토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없다면 찾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옳다고 믿는다면 그 옳다고 믿는 바에 의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고통스럽더라도, 경제적 손실이 있더라도 마땅히 그래야 합니다. 그리고 이로써 젊은 시절에는,
편안하고 안락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은 안락하다는 느낌을 맛보지 못합니다. 겁을 먹고 있기 때문입니다. 젊은

사람들은 나이든 사람들, 선생님들, 부모님들을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늘 마음이 안락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안락한 느낌을 '경험'하면, 참으로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여러분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집안 사람의 눈에 띄지 않은 채, 이래가 저래라는 말도 듣지 않고

가만히 있어 보면 굉장한 안도감을 맛볼 수 있습니다. 이때 여러분은 꽃피기 시작합니다. 세상을이해하기 시작합니다. 여러분 자신을 드러낼 수 있게 됩니다. 드러낼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이
학교가 해야 할 일입니다. 여러분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는다면 그건 학교가
아닙니다.

어떤 곳에서, 안락하다는 의미에는 안도감을 느낄 때, 여러분은 얌전해집니다. 기가 꺾이지
않은 상태, 강요당하지 않은 상태여야 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안도감이 들고 행복을 느낄 때
그렇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행복을 느끼고 있을 때는 남을 해치려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학생들을 그렇게 편안하게 만들어 주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학생들은, 교장
선생님, 교사, 기숙사 사감이 이래라 저래라 하고 몰아붙일 것이라는 생각에서 잔뜩 겁을
집어먹고 학교로 오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대부분은 학교와 집에서 지위의 권위를 존중해야 하는 것으로 배워 왔습니다. 여러분의
어머니, 아버지에게는 지위의 권위가 있습니다. 교장 선생님에게도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그런 분들을 두려워하면서, 그 지위의 권위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학교에 진정으로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지위에 따른 권위가 기능에서 사라지고, 평등이라는 느낌이 학교를 지배할 때만 가능합니다.
올바른 교육의 관심은 여러분을 도와 활기찬 인간, 감수성이 예민한 인간, 지위라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 때문에 사람을 거짓 존경하지 않는 인간으로 만드는데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