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이 이 세상을 떠날 때의 정신상태로
보아서, 우리가 오로지 이성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천국, 즉 속임수가 통하지
않는 선인만의 사회에 대해서는 의심할 것도 없이 적합치 못한 사람들이다.
당신도 천국에 들어가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가 아닌가를 스스로 생각해
보면 당장 알 수 있다. 그리고 당신의 심판도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따라서
각자 자기가 가야할 장소를 십중팔구 스스로 정하게 마련인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또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옥행에도 역시 적합하지가 않다.
즉 의식적인, 후회를 모르는 악인들이나, 마찬가지로 자각을 지니고 모든
선에 절대적으로 적대하는 사람들만의 사회에 그들이 적합하지 않은 것도
확실하다. 이 사실은 그래도 우리에게 큰 위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와 같은 악인들은 이미 이 세상에서 선인 곁에 있기가 거북하여 그들 축에
끼이기를 회피하고 있다. 만일 한 사람이라도 선에 마음을 두고 있는 자가
지옥에 들어왔다고 하면, 그리고 지옥의 패거리가 그 사람을 유혹할 가망이
없다고 하면, 악인들은 그들과 함께 있기보다는 차라리 지옥을 비워주고
떠나 버릴 것이다.
이런 것들을 충분히 고려한다면, 우리의 미래의 운명에 대해서도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이상의 어떤 교의도 필요없게 될 것이다.
단테<신곡> 지옥편 제 8곡 제 9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