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老子)

偃 武

별관신사 2014. 7. 26. 05:59

夫佳兵者, 不詳之器,
物或惡之, 故有道者不處.
君子居則貴左, 用兵則貴右.

무릇 무력은 상서(祥瑞)롭지 못한 것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무력을 미워한다.
고로 도를 지키는 사람은 무력을 쓰지 않는다.
군자는 평상시에는 왼쪽을 높이지만, 무력을 쓸 때
에는 바른쪽을 높인다.

兵者不詳之器, 非君子之器,
不得已而用之, 恬淡爲上.
勝而不美, 而美之者, 是樂殺人.
夫樂殺人者, 則不可得志於天下矣.

무력은 상서롭지 못한 것,
군자가 쓸 것이 못된다.
부득이 무력을 행사할 경우에도,
염담한 심정으로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승리해도 자랑하지 말아야 한다.
전승(戰勝)을 자랑하는 자는,
살인을 즐기는 자라 하겠다.
대저 살인을 즐기는 자는,
뜻을 천하에 얻을 수가 없다.

吉事尙左, 凶事尙右.
偏將軍居左, 上將軍居右,
言以喪禮處之.
殺人之衆, 以悲哀泣之,
戰勝以喪禮處之.

길례(吉禮)에는 왼쪽을 높이고,
흉례(凶禮)에는 바른쪽을 높인다.
편장군(偏將軍)은 왼쪽에 자리하고,
상장군(上將軍)은 바른쪽에 자리한다. 즉 무력행사
를 상례(喪禮)로 여기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을 죽일 것이니 애도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전승해도 상례로 대처한다.


앞의 장에서 전쟁을 반대한 노자는 다시 여기서
무력과 무기를 배척했고, 부득이하게 싸워 이겨도
상례(喪禮)로 처리하라고 주장했다. 특히 ②에서 <부
득이 무력을 행사할 경우에도, 염담한 심정으로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승리해도 자랑하지 말아야 한다>
라고 한 경지를 하늘에 비할 수도 있다. 만물을
키우고자 하는 하늘은 절대로 무력을 쓰건, 남과
다투는 일이 없다. 그러나 유가에서 말하는 천벌
(天罰)이 있다. 걸(桀)이나 주(紂) 같은 폭군에게 하늘
은 벌을 내리고 이를 방벌(放伐)한다. 이것이 마지못해
무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악덕을 방벌하면
그만이다. 악덕을 몰아내고, 온 천하가 다시 천도
(天道)를 따라 생육화성하게 만들면 그만이다.
하늘은 다시 허정(虛靜)을 지키고 무위로 돌아간다.

즉 부득이하게 싸워야 할 때는, 악한 힘이 무력적으로
천도를 어기고 가로막았을 때, 만물을 양육하는 도를
트기 위해서 악덕과 싸우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때에도 세속적인 싸움을 벌이는 것이 아니다.
무위자연의 도를 따라 염담한 심정으로 허무의 술법으로써
악이 스스로 쓰러지게 하는 것이 최상이다. 즉 이쪽에서는
손을 대지 않고 상대가 제물로 패하고 멸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한 경우에도 전승(戰勝)했다는 의식이나 희열감을
가져서는 안 된다. 하늘이 가을의 조락(凋落)을 슬퍼하듯,
싸움으로 쓰러진 전사자를 위해 상례(喪禮)로 대처해야 한다.

사람이 남면하여 서면 왼쪽이 동이 되고, 바른쪽이 서가
된다. 그런데 동쪽 해가 뜨는 곳, 양(陽)은 적극적으로
만물을 양육하는 쪽이다. 따라서 평상시에나, 길례(吉禮)에
있어서는 왼쪽을 높인다. 한편 서쪽, 해가 지는 쪽은 음(陰)
으로 일단 쓰러지는 곳이다. 따라서 무기, 무력, 싸움을
서쪽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해는 동에서 뜨고 빛을 낸다.
그렇듯이 천하에 빛을 내고자 하면 무력으로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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