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박하기 어찌그리 궁박한가
나는 골목 남쪽에 살고 그대는 골목 북쪽에 사는데
한스럽게도 한동리 이웃간에
열흘에 한번도 얼굴 대하지 못하고 있네
관청에서 말 거두어 관청으로 되가져간 뒤로부터
길 다니기 어려움이 가시밭 가듯 껄끄럽네
내 가난하여 탈 것 없어도 발까지 없는 것은 아니로되
옛날 서로 찿아다니듯 지금은 할 수 없다네
또 다리에 힘이 없기 때문도 아닐세
걸어다니다가 걱정 만들어 관청 어른 노여웁게 할 것이니
이 마음 분명히 그대는 알 것일세
새벽되자 갑자기 비내리고 봄바람 어지러웠으나
잠 푹 들어 시간 알리는 종과 북소리 듣지 못했네
동쪽집에서 절름발이 노쇠 내게 빌려주기로 했으니
진흙 미끄러워 감히 타고 궁전에 나가지 못하겠네
이미 임시 휴가를 신청하여 마침 허락이 났지만
남아의 한목숨 매우 가련하게 느껴지네
어찌 하루종일 마음 꽁하게 지니고 있을 수 있겠는가
그대 시 위우는 정신 늠름하게 느꼈던 생각나네
목련꽃 처음 피었다가 다시 이미 떨어졌는데
하물며 나와 그대는 장년나이 아니던가
거리의 술값 늘 너무비싸
세상일 모르는 술꾼 취해 잠드는 일 드물다네
어서 속히 만나서 술 한말 마셔야 할 터인데
마침 삼백전의 푸른 동전이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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