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진보(古文眞寶)

초서를 노래함. 이백.

별관신사 2015. 10. 22. 05:47

젊은 스님이 호를 회소라 했는데

초서 솜씨가 천하에서 독보적이라 하네

먹물이 이룬 못에서는 북해의 큰 고기도 튀어나올 정도이고

붓털 하도 닳아서 중산의 토끼를 다 잡아 없애게 할 정도이네

팔구월 날씨 시원할 때

술꾼과 문인이 큰 집 대청에 가득찼네

삼베종이 흰 비단 여러방에 벌여 놓고

선주의 돌벼루에는 막불빛이 넘치네

우리 스님 취한 뒤 호상에 기대 앉아

잠깐 사이에 수천장을 다 써버리네

회오리바람 일며 소낙비 쏴 하고 내리듯 놀라게 하고

꽃잎 떨어지고 눈 날린 듯 얼마나 엄청난가?

일어서서는 벽을 향해 손 멈추니 않고 써내니

한줄이 네댓자요 한자 크기가 한말 정도이네

정신 아찔한 사이 귀신도 놀라는 소리 들은 듯 하고

때때로 오직 교룡이 달리는 것만이 보이는 듯 하네

왼편으로 구부리고 오른편으로 끌어 당기고 하는 게 번개치듯하고

모습이 마치 초나라와 한나라가 서로 공격하여 전쟁하듯 하네

호남의 칠군에는 거의 모든 집에

집집마다 그의 글이 담긴 병풍이나 액자가 두루 퍼져 있네

왕희지나 장지같은 사람들은

옛부터 얼마나 부질없이 명성을 얻었는가?

장욱은 늙어 죽었으니 따질 것도 없고

우리 스님의 이러한 의법은 옛분을 스승삼은 것도 아니네

고래로 모든 일은 타고난 것이 소중하니

어찌 반드시 공손대낭의 혼탈무가 있어야만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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