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습니다

봄:그렇습니다

크리슈나무르티:그렇지만 운동도 시간에 대한 것도 사고의 산물도 아닌 지성에
대해 사고의 운동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일까요? 그 둘은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봄:만나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는 존재하고 있습니다

크리슈나무르티:그점이 우리가 찾아내려고 하는 것입니다 우선 그 관계가
적어도 어떤 것인지를 살펴봅시다 관계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관계가
존재하기를 희망하는 사람, 관계를 계획하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관계란
존재하는 것일까요?

봄:그것은 당신이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달려 있지 않을까요?

크리슈나무르티:관계란 접촉하는것, 인식하는 것, 가깝게 지낸다는 기분 등이라고
생각됩니다

봄:글쎄요 관계라는 말에는 그밖의 다른 의미도 포함되어 있겠죠

크리슈나무르티:그 다른 의미는 무엇입니까?

봄:예를 들어 하나의 평행선이라 할까요? 둘 사이에 조화를 이루는 평행선
말입니다 두 사물은 접촉이 없이 단순한 조화를 이루면서 관계를 맺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크리슈나무르티:그렇다면 조화란 두 사물이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을
뜻합니까?

봄:그것은 또 어떤 방식에 있어서의 동일한 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할지도
모릅니다

크리슈나무르티:동일한 질서란 동일한 방향, 동일한 깊이, 동일한 강도를
의미합니다 그 모든 것이 조화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사고가 여태까지 조화를
이룬 적이 있었을까요? 정적인 사고가 아닌 움직임으로서의 사고로

봄:무슨 말인지 이해하겠습니다 당신이 기하학에서처럼 정적인 것으로 해석하는
사고는 어떤 조화를 가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실제로 움직이는 사고는 항상 모순된
상태에 있지요

크리슈나무르티:따라서 사고는 본래 조화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성에서 원칙적으로 조화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봄:막연하게나마 혼란의 원인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일정하게
상대적인 조화인 것처럼 보이는 사고의 정적인 결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조화는
사실상 지성의 결과입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보입니다 수학에서는 사고의
결과가 일정하게 상대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비록 수학자의 사고
속에 이루어지는 실제적 움직임이 반드시 조화를 이루지는 않으며 또 일반적인
조화도 갖고 있지 않을지라도 수학에서 나타난 조화는 지성의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그렇지 않을까요?

크리슈나무르티:계속 이야기하십시오

봄:수학의 모든 형태는 일정한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에 완전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는 하지 못하겠지요 그래서 나는 단지 상대적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크리슈나무르티:옳은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사고의 움직임 안에 조화가 존재하고
있을까요? 그렇다면 지성과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 다시
말해 조화는 없고 모순만이 있다면, 사고는 지성과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봄:그렇다면 당신은 우리가 전혀 사고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입니까?

크리슈나무르티:다른 표현을 빌면 지성은 사고를 이용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봄:그렇군요 하지만 어떻게 지성의 부조화를 이용할 수 있습니까?

크리슈나무르티:세상의 사물을 창조해 내기 위해서는 표현과 의사전달뿐 아니라
모순되고 부조화된 사고도 이용해야 합니다

봄:그러나 여전히 어떤 의미에서는, 즉 우리가 지금까지 이야기해온 것처럼 조화는
있어야만 합니다

크리슈나무르티:이 점에 대해서 천천히 이야기해 보도록 합시다 우선 긍정이든
부정이든간에 무엇이 지성이고 무엇이 비지성인지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말은
사고와 시간과 수단 등으로 이루어졌지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까요?

봄: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노력할 수 있을 뿐이지요 우리는 사고가
지성의 지침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사고의 모순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크리슈나무르티:아주 옳은 이야기입니다

봄:왜냐하면 우리는 사고를 그 내용이나 의미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영역을 초월한 지침으로서 사용합니다

크리슈나무르티:그래서 사고는 지침인 반면 그 내용은 지성인 것입니다

봄:사고가 그 내용을 위해 지침을 제시해 줄 수 있지요

크리슈나무르티:그렇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전혀 다른 말로 표현해서, 사고는
무익하다고 표현해도 좋을까요?

봄:그럴 수 있습니다 사고가 홀로 움직일 때는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크리슈나무르티:기계적이라는 것과 같은 뜻이지요 사고는 지침이지만, 지성이
없으면 이러한 지침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