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슈나무르티.

마음이 전부는 아니다

별관신사 2014. 8. 2. 12:48

위엄과 품위를 갖추고 조용하게 반듯이 앉아 있는 건 근사한 일입니다. 잎 한 장 붙어
있지 않은 나무를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입니다. 혹시 창백한 새벽 하늘을 등지고
선 이런 나무를 본 적이 있습니까? 참 아름답습니다. 발가벗은 나뭇가지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습니다. 나무는 봄에나 여름에나 가을에나 한결같이 아름답지만 철에 따라 그 특성이
각기 다릅니다. 이 아름다움을 주의해서 보는 것은 우리의 삶 자체를 생각해 보는
일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러시아에 살건, 미국에 살건, 인도에 살건, 우리는 모두 한 인류입니다. 인류로서 우리는
공통된 문제와 씨름합니다. 우리들 자신을 인도인, 미국인, 소련인, 중국인 등등으로 생각하는
건 어리석은 일입니다. 정치적, 지리적, 인종적, 경제적 구분이 있긴 합니다만 이 구분을

강조하다 보면 갈등과 증오가 생길 뿐입니다. 미국은 지금 이 순간 다른 나라보다 훨씬
발전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말은, 미국에는 기계 장치, 라디오, 텔레비전, 남아도는
농산물이 많다는 뜻입니다. 이 인도에는 기아의 문제, 위생의 문제, 인구 과잉, 실업의 문제가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어디에 살든 우리는 한 인류입니다. 그리고
인류로서 우리는 늘 인간적인 문제를 만들어냅니다. 우리들 자신을 인도인, 미국인, 영국인,
혹은 백인종, 흑인종, 황인종 등이라고 생각함으로써 실은 우리 사이에 불필요한 장벽을

쌓아올린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이것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이 세상의 현대 교육이 우리들을 기술자로
만드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제트기를 설계하는 법, 길을

포장하는 법, 자동차를 만드는 법, 최신형 원자력 잠수함을 가동시키는 법을 배웁니다.
그리고 이 기술의 홍수 속에서 우리 자신이 인간임을 잊어 가고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우리의 가슴을 마음이 지어낸 것들로 채우고 있다는 뜻입니다. 미국의 자동화 공정은 많은

사람들을 장시간 노동에서 해방시키고 있습니다. 이 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도 남은 시간을 어떻게 이용하느냐는 문제가 대두됩니다. 수천 명씩
고용하는 대기업이 머지않아 몇 명의 기술자에 의해 운영될 것입니다. 그러면 거기에서

일하던 사람들, 기업에서 쫓겨나와 시간이 얼마든지 생긴 사람들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교육이 이런저런 인간의 문제에 손을 쓰기도 전에 우리의 삶은 비어 버리고 말 것입니다.
우리 삶은 지금도 사실은 빌 대로 비어 있는 셈이죠? 여러분은 학위를 땄는지도 모르고

결혼해서 잘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똑똑한 사람일 수도 있고, 엄청난 정보를
머리에 이고 다니는 사람, 신간 서적을 다 읽은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가슴이,
마음이, 지어낸 것들로 가득 차 있는 한 여러분의 삶은 비기 마련입니다. 이런 삶에 의미가

있을 리 없습니다. 가슴이, 마음이 지어낸 것에서 해방될 때만 아름다운 삶, 뜻있는 삶일 수
있습니다.
잘 들으세요. 이 모든 것이 우리 개인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좋은

사변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인간인 우리가 이 땅과 이 땅의 모든 사물을 돌보지 않고 자신을
어떻게 사랑해야 할 것인가도 모르는 채 자신과 개인적, 국가적 발전과 성공에만 관심을
쏟는다면 우리는 이 땅을 끔찍한 지옥으로 만들고 말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지금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어떤 나라는 부강해질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다른 나라가 여전히 굶주리고
있는데 한 나라만 부강해진다는 것은 좋지 못한 일입니다. 우리는 한 인류이고, 이 땅은
우리가 나누어 가져야 할 우리 땅입니다. 사랑으로 가꾸어야 이 땅은 우리에게 먹을 것, 입을

것, 살 곳을 제공해 줄 것입니다.
따라서 교육은 그저 시험 준비나 시켜서는 안 됩니다. 삶의 문제를 두루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분을 도와야 합니다. 섹스의 문제, 생활비를 버는 문제, 웃고, 주도권을 잡고, 부지런하게

일하고, 깊이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는 문제 - 이 모든 문제가 다 우리 삶의 문제입니다. 신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 것도 우리가 당면한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자각은 우리 삶의 바탕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집은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오래 서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신 혹은 진리가 무엇인지 모르는 한 인간의 교지가 발명해 낸 것들은
아무 의미도 갖지 못합니다.
교육자에게는, 여러분을 도와 이런 것을 이해시킬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일은 어릴 때부터 시켜야지 예순 살된 사람에게는 시킬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순 살에 신을 찾을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나이가 되면 사람은 다 낡아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끝나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어릴 때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기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그 기초
위에 어떠한 폭풍이라도 견딜 수 있는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의 행복은 어떤 것, 가령 사리나 보석, 자동차나 라디오,

여러분을 사랑하거나 거부하는 사람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소유한다고, 가령 지위나 지식이나 재물을 소유한다고 행복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삶에
의미가 있을때만 여러분은 행복을 느낍니다. 그런데 이 의미는 여러분이 시시각각으로

궁극적인 존재를 찾을 때만 얻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궁극적인 존재야말로 행복이 설
자리입니다. 이것은 절에 있는 것도 아니고, 교회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사원에 있는 것도,
종교의식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궁극적인 존재를 찾기 위해서는, 이 존재 위에 쌓인 세월의 먼지를 터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내 말을 믿으세요. 그 궁극적인 존재를 찾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이 도와주어야
하는 일입니다. 영리한 사람이면 누구든 책을 읽고, 지식을 축적하고, 어떤 지위에 이르고,

남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람을 기르는 게 교육이 아닙니다. 특정 과목을
가르치는 일은 교육의 한 귀퉁이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삶은 엄청나게 넓습니다.
우리는 이 넓은 것에 대해 교육받은 바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에 제대로 접근하는

방법을 알지 못합니다.
삶에 접근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우리의 일, 그래서 우리의 삶, 우리의 라디오, 우리의
자동차, 비행기와 이 모든 것을 포함하고 초월하는 것과의 관계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 -

이것이 교육입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교육은 종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종교는 사제 교회, 교리, 신앙 같은 것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종교는 아무 까닭
없이 사랑하고, 너그럽고 선하게 살게 합니다. 우리는 이럴 때만 참 인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궁극적인 존재를 찾아다니지 않는 한 이러한 선함, 너그러움, 혹은 사랑 같은
것은 우리 마음에 자리하지 못합니다.
불행히도 인생의 이 넓디넓은 들판이 오늘날에는 이른바 교육으로부터 무시당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속에는 별 의미가 없는 책, 책보다 더 의미가 없는 시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책이나 시험이 여러분에게 일자리를 잡아 줄지도 모릅니다. 그런대로
조금은 의미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곧 많은 공장들이 기계의 힘만으로도

가동될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남는 시간을 제대로 쓰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배우되 이상을 세우고 그 이상을 좇자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존재의 넓디넓은 들판을 찾아내고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자는 것입니다. 마음은

전부가 아닙니다. 마음이 지어 낸 교활한 이론도 전부가 아닙니다. 마음 저 뒤에는 넓고도
측량할 길 없는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마음이 이해할 수 없는 아름다운 무엇이 있습니다. 이
넓디넓은 곳에는 환희와 영광이 있습니다. 그 안에 살도록, 그것을 경험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교육이 할 일입니다. 그런 교육을 받지 못하고 이 세상으로 나온다면 여러분은
전세대가 지어낸 이 험악한 세상을 더욱 험악하게 만들뿐입니다.
선생님 여러분, 학생 여러분, 이 생각을 해야 합니다. 불평하지 말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어깨로 밀어, 제대로 된 종교를 탐구하고, 사랑하고, 살고 실천하는 기관이 만들어지도록
힘을 보태세요. 그러면 여러분도 이 삶이 얼마나 넉넉한 것인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삶은, 이 세상의 은행 잔고를 다 합친 것보다 더 넉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