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슈나무르티.

제가 다른 종교의 길을 걷고 싶어하면 부모님은 왜 화를 냅니까?

별관신사 2014. 8. 3. 04:11

크리슈나무르티: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자기네 종교에 집착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기네 종교가 유일한 종교는 아닐지라도 최상의 종교라고는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자연히
자식인 여러분도 그 종교를 믿어 주길 바랍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분이 그들의 독특한 사고

방식을 따라 주고, 그들의 무리, 종족, 계급에 동화되어 주었으면 합니다. 이게 그
이유입니다만 이런 이유는 얼마든지 더 있습니다. 여러분이 다른 종교의 길을 걸으면
여러분이라는 존재가 집안의 골칫거리, 말썽거리가 된다는 것도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이 조직화한 종교에서 저 조직화한 종교로 옮겨가면 어떤 일이 생깁니까?
이 감옥에서 저 감옥으로 옮겨 간 것과 다릅니까? 잘 들으세요. 마음이 어떤 믿음에 매달려
있다는 것은 마음의 주인이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이 만일 힌두

교도로 태어나 기독교로 개종한다면 부모님은 화를 낼 것입니다. 하지만 화낸다는 건 별게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다른 종교로 감으로써, 낡은 교리 위에 새 교리 한 벌을 더
얹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일입니다. 종교를 바꿈으로써 여러분이 조금 더

활동적인 사람이 되었다거나, 이러저러한 변화를 보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신앙과
교리라는 감옥에 갇혀 있긴 마찬가집니다.
그러니까 종교를 바꾸지 마세요. 종교를 바꾼다는 것은 감옥 안에서 저항하는 것과 하나도

다를 게 없습니다. 그러지 말고 감옥의 벽을 깨뜨리고, 신이 무엇인지 진리가 무엇인지
스스로 찾아보세요. '여기'에 의미가 있습니다. 이 일이 여러분에게 엄청난 생기와 에너지를
베풀 것입니다. 그러나 이 감옥에서 저 감옥으로 옮겨가서는 어느 감옥이 낫다고 외치는 짓

이거야말로 애들 장난이 아니고 뭡니까?
믿음의 감옥을 깨뜨리는 데엔, 성숙한 마음과 사려 깊은 마음, 그리고 감옥 자체를 잘 알되
이 감옥 저 감옥을 비교하지 않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어떤 것을 이해하려면 이것과 저것을

비교하지 말아야 합니다. 비교한다고 이해되는 게 아닙니다. 대상 자체를 따져 보아야 이해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조직 종교의 속성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힌두교나, 불교나, 회교나,
기독교나 - 또 하나의 신흥 종교 꼴을 하고 나선 공산주의나 - 본질적으로는 비슷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감옥을 이해하는 순간, 말하자면 신앙과 의식과 사제가 의미하는 바를
자각하는 순간부터 여러분은 어떤 종교에도 속하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신앙에서
자유로와진 사람만이 모든 신앙 너머에 있는 것, 측량할 수 없는 존재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