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오후, 신들의 왕 오딘과 지략의 신 로키는 날쌘돌이 호니르와 함께 계곡을 지나고 있었
다. 근처에 폭포가 떨어지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오딘은 울퉁불퉁한 강둑에 늘어져 있는 수달 한 마리를 발견했다. 이 수달은 마침 폭포에서 잡아온 연어 한 마리를 맛있게 먹으려던 참이었
다. 오딘은 말소리를 죽이고 로키와 호니르에게 수달을 가리켰다.
로키는 슬그머니 강가의 돌멩이를 집어들고 수달에게 다가가서 힘껏 던졌다. 돌멩이는 정확하게 수달의 머리를 강타하여 불쌍한 수달은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로키는 한 손에 연
어를 들고 한 손에 수들을 잡고는 씩 웃었다.
그야말로 일석이조로군.
세 명의 신은 푸짐한 저녁거리가 마련됐다는 기쁨으로 발걸음도 가볍게 하루 묵을 곳을 찾아다
녔다. 때마침 멀지 않은 곳에 어부의 집이 보였고 그 앞에 중년 사내가 서 있었다.
하룻밤만 재워주실 수 없겠소. 사례로 찬거리를 드리리다.
오딘이 정중하게 부탁했다.
내게는 아들 셋과 딸 둘이 있소. 그들이 모두 배불리 먹을 만한 음식이 있소?
어부가 묻자 셋은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물로닝죠.
흐레이드라므라는 이름의 어부는 그들을 방으로 안내했다. 그러나 그들이 수달을 보여주자 어부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 그는 영문을 몰라하는 신들에게 기다리라고 하고는 찬바람을 휙 일으키며 밖으로 나갔다. 그가 서둘러 찾은 것은 집안에 있던 두 아들 레긴과 파프니르였다.
무슨 일이세요, 아버지?
저 방 안에 든 놈들이 네 아우 죽였어. 글니 우리가 복수를 해야 한다. 놈들도 셋, 우리도 셋
인데 만만치 않은 놈들이니까 기습을 해야한다. 한 놈한테서는 창을 뺏고 다른 한 놈에게서는
신발을 뺏도록 해. 나머지 하나는 별볼일 없는 것 같아.
갑자기 들이닥친 어부 삼부자에게 오딘과 로키와 호니르는 간단히 사로잡혔다.
아니, 무슨 대접이 이렇소?
당신들이 우리에게 갖다준 수달은 내 아들 오투르(수달)야. 긍 애는 낮동안 수달로 살면서 물
고기를 잡아 내게 갖다 주곤 했어.
이보시오, 우리는 그 수달이 당신 아들인 줄 몰랐소.
오딘이 애원조로 말하고는 슬쩍 로키를 가리키며 덧붙였다.
그런 줄 알았다면 이 친구가 돌을 덩지지 않았을 거요.
로키는 책임을 자기에게 떠넘기는 오딘을 흘겨보았다.
어쨌든 죽은 건 죽은 거야. 그 대가로 네놈들을 회쳐야겠어.
그러자 오딘이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외쳤다.
잠간만! 당신 아들의 몸값을 지불하겠소. 뭐든지 달라는 걸 주겠으니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시
오. 어부 흐레이드마르는 잠시 생각한 후에 아들들을 시켜 죽은 수달의 가죽을 벗겨 오도록 했다. 솜씨좋은 여동생들이 벗겨낸 오투르의 가죽을 벗겨 오도록 했다. 솜씨좋은 여동생들이 벗겨낸 오투르의 가죽을 레긴이 들고 오자 어부는 오딘에게 말했다.
먼저 이 가죽을 가득 채울 붉은 보석을 가져오게. 그런 다음 다른 보물들로 가죽 바깥 부분을
완전히 덮어야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들의 몸값으로 당신들의 머리를 갖겠어.
오딘이 고개를 끄덕이고 로키에게 귀엣말로 무어라 속삭였다.
로키가 말했다.
이 두명을 인질로 잡고 나를 풀어주시오. 당신이 요구하는 보물을 가져오겠소.
풀려난 로키는 오딘이 일러준 곳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로서는 급할 게 전혀 없었다. 오히
려 얄미운 오딘이 밧줄로 꽁꽁 묶인 채 며칠 고생할 생각을 하면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로키가 찾아간 곳은 미드가르드 끝에 있는 섬나라 흘레시였다. 이곳에는 신들이 마실 맥주를 만
들 수 있도록 큰 솥을 선물해 준 바다신 아에기르가 살았다. 아에기르에게는 솜씨좋은 고기잡이
아내 란이 있었는데 그녀가 만든 그물을 세상에서 가장 튼튼하고 가장 튼튼한 특제품이었다. 로키는 갖은 교언영색을 다 발휘하여 이 그물을 빌릴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 이 그물로 결코 사람을 해치지는 않겠습니다. 오직 신들을 구하는 데만 쓸 겁니
다. 로키는 그물을 들고 지하 동굴 세계로 내려갔다. 검은 난쟁이들이 사는 동굴 나라 한 곳에 깊디깊은 지하 연못이 하나 있었다. 로키는 연못의 깊이와 어비를 대충 가늠한 다음 란에게 빌린 그물을 쫙 펼쳐 연못 바닥을 훑기 시작했다. 그리 오래지 않아 그물에는 큼직한 창꼬치 한 마
리가 걸려 올라왔다.
온몸을 비틀면서 팔딱팔딱 뒤는 못생긴 창꼬치를 두 손에 꼭 쥔 로키는 주문을 외웠다.
본모습으로 돌아가라!
그러자 동굴 전체가 돌아가라! 하고 로키의 말을 복창했다.
제모습을 찾은 창꼬치는 검은 난쟁이 안드바리였다. 그는 로키의 억센 두 손아귀에 목을 졸린
채 파랗게 질린 얼굴로 물었다.
제게 뭘 우너하십니까?
네가 금부자라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얘기야. 갖고 있는 보물을 다 내놔.
겁에 질린 안드바리는 얼른 로키를 자기 동굴집으로 안내했다. 그는 울먹이면서 동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금덩어리나 금조각들을 두 개의 커다란 자루에 담았다.
이게 답니다. 어디에 쓸건지는 몰라도 대대손손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거요.
로키는 잠시 안드바리를 훑어보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거로는 안 되겠어. 네 손에 차고 있는 반지로 자루에 담아.
안드바리는 울부짖으며 로키에게 빌기 시작했다.
이것만은 안 됩니다. 금을 더 달라면 얼마든지 더 드리겠소.
로키는 특유위 비웃음을 흘렸다.
손다락에서 잘 안 빠지나 보지? 자, 내가 도와주지.
로키는 아드바리의 손목을 비틀어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낸다. 아아, 그 영롱한 아름다움이란!
절로 탄성을 지르며 한동안 넋을 잃고 반지만 바라보았다.
안드바리는 절망적인 마음으로 단호하게 저주를 푸부었다.
다 가져가라, 이 악당아! 더불어 내 저주도 함께 가져가라. 누구든 그 반지의 주인이 되는 놈은
끔찍한 파멸을 면치 못하리라!
로키는 자루들을 어깨에 둘러메면서 씩 웃었다.
그 저주를 어부 흐레이드마에게 전해 주지.
로키는 오투르의 가죽 속에 한 자루의 보석을 가득 담았다. 그런 다음 다른 한 자루의 보석으로
가죽의 겉부분을 덮었다. 그러나 어부 흐레이드마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투르의 신체 가운데 보석이 덮지 못한 딱 한 부위가 눈에 듸었기 때문이다.
이것 봐, 수염이 밖으로 비어져 나와 있쟎은가?
로키는 흐레이드마르를 흘겨보면서 주머니 속에 감춰두었던 안드바리의 반지를 그 수염 위에
올려놓았다. 그것으로 로키는 난쟁이에게 빼앗은 보물을 모조리 내놓은 셈이고, 오투르의 몸은
완벽하게 보석더미에 덮이게 되었다.
심술이 난 로키는 안드바리의 저주가 떠올랐다.
한 가지 말해줄 게 있군. 이 반지를 갖는 자에게 복이 있으라는 원주인의 말씀.
로키는 음흉한 웃음을 남겨둔 채 오딘, 호니르와 함께 인간 백정의 집을 빠져 나왔다. 그들을
배웅하는 흐레이드마르의 입은 함박만큼 벌어진 채 다물어질 줄을 몰랐다.
그 후 오랜 세월이 흘렀다. 어느날 아스가르드에서 로키가 오딘을 찾았다.
뭐 재미있는 일이 없었소?
있었지.
오딘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며칠 전에 자신의 용상에서 목격한 사건을 이야기했다.
안드바리의 저주가 허풍이 아니더군. 글쎄, 어부 흐레이드마르의 아들 녀석들이 아버지가 차지
한 황금을 탐내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겠나?
저런! 그럼 두 아들 녀석이 황금을 한 자루씩 나눠 가졌나요? 반지는 누가 갖게 됐소?
오딘은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인간의 욕심이란 게 한도 끝도 없더군. 형제 가운데 파프니르란 놈이 레긴을 속이고 저 혼자
보물을 독차지해 버렸네. 물론 반지도 놈 차지가 되었지. 그뿐인 줄 알아? 파프니르 녀석은 아
예 커다란 용으로 둔갑해서 또아리를 틀고는 하루 종일 보물만 지키고 있다네. 그놈의 보물이 뭔지...
로키도 혀를 끌끌 찼다. 앞으로도 그 보물 때문에 여러 번 피비린내가 진동하리라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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