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왕의 원수를 갚은 볼숭적의 영웅 시그문드는 고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고국을 침략한 외적
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뒤 부인을 맞이했다. 그러나 새로 맞은 부인은 눈엣가시같이 생각하던
신피에트리를 죽여버렸고, 이에 분노한 시그문드는 그녀를 추방한 뒤 현모양처형인 효르디스라는 여인과 재혼했다. 이 여인이 바로 영웅 시구르드의어머니이다.
시그문드는 참으로 불행한 일생을 살아왔다. 아버지와 형제들을 잃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이동생과 살을 섞는 근친상간을 범했다. 그 누이 또한 불길에 잃었을 뿐만 아니라 누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불행한 자식마저 새엄마의 손에 목숨을 빼앗기고 말았다. 명문가의 아름다운 재혼한 이제라도 그동아느이 불우한 삶을 보상받는 행복을 누리게 되기를 그는 간절히 기도했
다.
그러나 운명은 끝낸 시그문드 편이 아니었다. 그 역시 아버지와 형제들처럼 천수를 누리지 못하
고 푼딩족과의 싸움에서 전사하고 말았다. 게다가 그에게 영광보다는 시련만을 안겨주었던 브란스톡 참나무의 명검 그람마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생과부가 된 효르디스는 시그문드의 아이를 잉태한 채 덴마크 왕자 알프와 재혼했다. 그리고 얼
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덴마크 왕실에서 건강한 사내아이를 출산하였다. 장차 온 유럽에 이름을
떨칠 불세출의 영웅 시구르드였다.
효르디스의 시아버지인 덴마크 왕 할프렉으 시구르드의 양육을 당시 덴마크의 왕실에 머무르고
있던 난쟁이 레긴에게 맡겨다.
여기서 잠시, 챂서 살펴보았던 안드바리의 보물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오딘과 로키가 수달로 변
한 오투르를 죽였다가 그 몸값으로 난쟁이 안드바리의 보물을 오투르의 아버지에게 갖다준 이
야기 말이다. 그때 오투르의 두 형은 보물에 눈이 뒤지혀 아버지를 죽인 다움 자기들끼리도 서로 싸워 한 녀석이 보물을 독차지하고 말았다. 바로 그 형제 중 한 며이 지금 뎆마크 왕실에 머물고 있는 레긴이었다. 형 파프니르와의 싸움에서 패배하여 빈툴털이가 된 채 덴마크 왕실에서
대장장이 노릇을 하고 있었지만, 그는 아직도 형에게서 보물을 되찾으려는 욕심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등이 구부정하고 음산하게 생긴 난쟁이 레긴은 밥 먹고 일하는 시간만 빼면 오로지 형 파프니
르로부터 어떻게 보물을 빼앗을가 궁리하는 일로 소일해Tekl 파프니르가 무시무시한 용으로 변해 그니타헤이데의 동굴에 또아리를 틀고 보물을 지키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 놓았기 때문이다. 남은 문제는 용으로부터 보물을 빼앗아올 힘세고 무모한 젊은이를 찾는 일이었다. 그런 레
긴에세 시구르드가 맡겨졌으니 그야말로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게 아닐 수 없었다.
주물 공예에 능한 난쟁이답게 레긴은 양아들 시구르드에게 온갖 대장간 일을 세심하게 가르쳤
다. 솜씨 있는 젊은이로 자라난 시구르드는 산산조각난 아버지의 명검 파편들을 모아 훨씬 성능
이 뛰어난 신형 검으로 주조했다. 명검 그람이 부활한 것이다. 그 날카로움으로 말하면 라인강을 흘러가는 깃털을 향해 내리쳐서 반으로 가를 정도였다. 레긴은 마침내 벼르고 벼르던 일에 착수했다.
어마어마한 보물을 틀어쥐고 있는 용을 내가 알고 있단다. 그 칼로 놈을 요절내고 보물을 차지
하지 않으련?
그러나 늠름한 젊은이 시구르드는 양아버지의 제안을 유보시켰다.
그보다는 불송족의 왕자로서 싸움터에서 돌아가신 아버님의 한을 씻어드리는 일이 먼저입니다.
그 일도 하지 않고 용을 친다면 황금에 눈이 어두워 경거망동했다고 후손들이 얼마나 저를 비웃
겠습니까?
시구르드는 할프렉 왕의 지원으로 군사를 일으켜 아버지의 원수인 푼딩족의 형제들을 징벌하러
떠났다. 시구르드가 이끄는 덴마크 군은 도중에 풍랑을 만나 고스란히 수장될 위기에 처했다. 그때 외분ㄴ박이 노인이 나타나 그들을 풍랑으로부터 구하고 푼딩족의 나라로 가는 바른 길을 알려주어다. 시구르드는 그 노인 덕분에 푼딩가 형제들을 몰살하고 아버지의 원수를 갚을 수 이었다.
외눈박이 노인은 물론 오딘이었다. 조상신 덕분에 위기를 넘기고 큰 공을 세운 시구르드는 스칸
디나비아 일대에 그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숙원을 이룬 시구르드는 마침내 양아버지 레긴과 함께 용 파프니르가 도사리고 있는 그니차헤이데의 동굴로 떠났다. 황야를 지나 동굴 앞에 선 시구르드는 먼저 동굴 안의 동정부터 살폈다. 마침 용은 물을 마시러 나간 듯 동굴이 비어 있었다.
레긴을 뒤에 놔두고 시구르드는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내부 구조를 샅샅이 살핀 시구르드는 바
닥 한가운데 구덩이를 파고 그 안으로 들어가 숨었다. 물을 마시고 들어온 용이 시구드르는 때를 놓치지 않고 명검 그람을 빼들어 용의 심장을 정확하게 찔렀다. 용은 동굴이 무너져내릴 것
처럼 비명을 질러대며 온몸을 비비틀었다. 가까스로 몸을 추스려 밖으로 기어나가는 용을 시구르든가 칼을 비껴들고 쫓았다.
황야에서 시구르드와 맞서게 된 용 파프니르는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저주를 퍼부었다.
어린 놈이 벌써부터 금은보화에 눈이 어두워 날뛰다니 ... 네 녀석은 저 동굴 속의 보물들과 함
께 지옥으로 떨어지리라.
시구르드는 미동도 하지 않고 파프니르를 노려보며 응수했다.
사람은 어차피 한 번 죽지 두 번 죽지 않는다. 내 기꺼이 그 보물들과 죽는 날까지 함께 하겠
노라.
파프니르는 무거운 몸을 뒤채며 마지막 숨을 몰아쉬다가 마침내 한 마디 말을 남긴 채 고개를
떨구었다.
넌 내 동생 레긴에게 이용당한 거야.
시구르드는 칼에 찔린 용의 심장을 도려내어 나무꼬챙이에 꽂아 불에 구웠다. 심장이 충분히 익
었다고 생각했을 때, 손가락을 내밀어 심장에서 스며나온 즙을 마시던 시구르드는 화들짝 놀라
손가락을 급히 뺐다. 즙이 너무나 뜨거워서 손가락을 델 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엉겁결에 손가락을 혀에 갖다댄 시구르드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근처 나뭇가지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죽은 용이 지니고 있던 마법의 힘이 그 심장의 즙을 먹는 순간 시구르드에게 전해진 것이다.
새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레긴이 시구르드를 죽이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지?
글세 말야, 시구르드가 레긴을 가만히 놔두면 안 되는데....
그제서야 시구르드는 자신이 레긴에게 이용당했다는 파프니르의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그는 분노하여 레긴을 찾았다. 레긴은 벌한 한 곳의 낮은 풀섶에서 잠들어 있었다. 다가오는 시구르드의 발소리가 들리자 레긴은 흘러내린 침을 닦으며 일어났다.
아, 시구르드! 어떻게 됐니? 그 사악한 용을 해치웠니?
그러나 그 말에 대한 시구르드의 대답은 용의 피가 선연하게 묻어 있는 그람의 시퍼런 날이 대
신하였다. 시구르드에게 말을 하려고 벌린 입이 채 다물어지지도 않는 채 레긴의 목은 허공을
가르며 힘없이 툭 떨어졌다. 이로써 안드바리의 보물을 탐낸 세 부자가 모두 지상에서 사라졌다. 시구르드는 용의 심장을 먹고 용과 레긴의 피를 마셨다. 이제 마력을 가진 두 난쟁이의 힘은 고스란히 시구르드에게 남겨진 것이다.
하늘을 나는 새들의 노랫소리와 말소리가 시구르드의 귀를 낭랑하게 울렸다.
저 보물을 갖는 사람은 아름다운 여인도 갖게 되어 있지.
암사슴이 사는 산꼭대기에 가면 타오르는 불길을 담장으로 가진 집 한 채가 있어.
그 안에는 아름다운 처녀가 잠들어 있어. 오딘의 시녀인 발키레였대.
오직 시구르드만이 불타는 담장을 뚫고 들어가 그녀를 사랑할 수 있지.
시구르드는 동굴에서 보물을 끄집어내 자신의 명마 그라니등에 싣고 자신도 말에 올랐다. 붉게
타는 석양을 등지고 우리의 젊은 영웅은 새들이 가르쳐 준 암사슴의 산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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