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독스 이솝우화

농부와 여우

별관신사 2012. 10. 29. 17:23

평생 공처가로 지내 온 한 농부가 그동안 자기 집 닭장에 두고두고 피해를 입혀 온 여우를
덫으로 잡았다. 이, 교활한 녀석. 넌 빨리 죽이기도 아까운 놈이야. 그동안 내가 너한테 당한
걸 생각하면말이야. 그 녀석한테 어떤 벌을 주어야 속이 시원할까를 한참 생각한 농부는

헝겊에다가 석유를 흠뻑 적셔서 여우의 꼬리에 단단히 잡아맨 다음 거기다가 불을 놓았다.
그러고 나서 농부는 여우의 절망적인 원맨쇼를 즐기기 위해 여우를 풀어놓았다.

그런데 이 놈의 여우가 추수 직전의 잘 익은 자기 밀밭으로 뛰어드는 것이 아닌가. 불은
삽시간에 번져, 농부는 여름 내내 땀흘려 지은 농사가 바로 코앞에서 한 줌의 재로 변하는
장면을 보아야 했다. 농부는 너무나 상심했다. 이 가슴의 상처는 몇 년이 지나도 아물 줄을

몰랐는데, 그것은 특히 그 모든 일이 당신 탓이라고 잊을 만하면 잔소리를 해 대는 마누라
때문이었다.


교훈: 멍청한 사람들 사이에선 잔인함이 재치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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