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독스 이솝우화

동물들의 재판관

별관신사 2012. 10. 29. 17:17

날이면 날마다 벌어지는 생존경쟁에 시달이던 밀림의 모든 동물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자신들의 분쟁을 평화롭게 해결해 줄 재판관을 선출하기로 했다. 그러자 막상 모여서 자기들
중에서 적임자 한 명을 뽑으려고 하니, 쉽지가 않았다.

처음에 그들은 코끼리에게 재판관이 되어 달라고 했다. 아주 지혜롭다고 온 밀림 안에 소문이
자자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코끼리는 사양하면서 말하는 것이었다. 난 마음이
너무 여려서 아무리 나쁜 짓을 저지른 악질 동물이더라도 제대로 벌을 내릴 수가 없을 것
같아.

다음으로 동물들은 사자에게 부탁했다. 사자의 그 단호함과 막강한 힘에는 아무도 꼼짝 못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자도 변명을 하며 거절했다. 난 사실 머리가 모자라서 나
자신의 일도 뭐가 옳고 그른지 분ㄴ별을 못해. 하물며 남의 일을 어떻게...

그리하여 동물들은 공부를 많이 한 부엉이 한테 부탁을 했다. 그러나 부엉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난 매사를 너무 많이 깊게만 생각하다 보니 남이 보기엔 지극히 간단한 문제라도
내 식대로 잘 해결하려면 한 삼사 년은 족히 걸려. 이것도 문제고, 저것도 문제고, 생각할수록
꼬이니 말이야.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이때다 싶은 승냥이가 좌중 앞으로 쓱 나서며 말했다. 나야말로
여러분들이 바라는 재판관의 적격자요. 난 마음이 너무 여리지도 않고, 힘만 무식하게 세지도
않고, 너무 깊게 생각하지도 않소. 물론 난 돌봐야 할 가족도 많고 가난해요. 그러나
공공복지를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나의 열망은 내 일신의 이익을 구하려는 마음보다 훨씬
강렬합니다. 특별히 다른 의견이 없다면, 내가 그 직무를 맡아보겠습니다.

다른 후보자가 없었으므로 모여 있던 동물들은 승냥이를 자신들의 재판관으로 삼기로 했다.
물론 상당수의 동물들은 승냥이의 재판관 자질을 의심했다. 유감스럽게도, 승냥이는 일단 그
자리를 맡고 나서는, 동물들이 갖고 오는 소송사건들은 전혀 거들떠뽀지도 않고, 그저 직책에
어울린다 싶은 명예만을 챙기기에 바빴다. 그리하여 다시 동물들은 중지를 모아 더욱

열성적으로 작무에 임할 재판고나을 찾아 보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자격이 있다 싶은
동물들은 하나같이 사양하는 것이었다. 딱 하나 남의 일에 끼어들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도
흥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 원숭이만이 그 자리를 승냥이 대신 맡겠다고 나섰다. 동물들도 설마

승냥이보다야 더 못하겠느냐는 생깍에서 원숭이를 재판관으로 선출했다.

그러나 원숭이의 판결은 어찌나 짓궂었던지 사태는 금세 승냥이 때보다 더 나빠졌다. 그러자
동물들은 원숭이를 퇴임시키고 다시 승냥이를 그 자리에 앉혔다. 이후로 동물들은 이런 식으로,

원숭이에게 못 견디면 승냥이를, 승냥이에게 못 견디면 원숭이를, 못살겠다 싶은 마음이
새로워질 때마다 번갈아 재판관 자리에 앉혔다.



교훈:민주주의란 참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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