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진보(古文眞寶)

늙은 측백나무. 두보.

별관신사 2015. 10. 12. 19:08

제갈공명의 묘 앞에는 늙은 측백나무 있는데

가지는 청동같고 뿌리는 돌 같네

서리에 오랜 세월 견딘 껍질 빗물에 젖어 있는데 마흔 아름이나 되고

검푸른 잎새 빛은 하늘로 펴저 2천 척이나 솟아 있네

임금 유비와 신하 제갈공명 이미 함께 시국위해 만나 활약 했으니

묘 앞의 나무조차도 사람들의 아낌 받게 될 것일세

나무끝에 구름 몰려오면 그 기운은 무협으로 길게 연해지고

달이 떠 나무에 비치면 싸늘함이 설산의 흰 빛으로 통하네

생각컨데 옛날 길을 돌아 금청 동쪽으로 지난 일 있는데

촉의 선주 유비와 제갈무후가 같은 묘당에 모셔져 있었네

거기에도 높이 측백나무 가지와 줄기 자라있어 교외의 들판도 오래 된 듯 하였고

으슥한 곳에 단청을 남아 있었으나 문과 창 안을 텅 비어 있었네

측백나무 가지 퍼지고 뿌리 서리어 비록 좋은 땅 얻고 있으나

잎새 자욱하고 외로히 높이 자라 사나운 바람 많이 받네

자신을 지태하여 온것은 말할것도 없이 신명의 힘일 것이고

바르고 곧게 자란것은 본시 조물주의 공로 때문이리라

그러나 큰집이 기울어 만약 들보나 기둥이 필요하다 해도

이 나무 언덕이나 산 처럼 무거워 끌고가려면 만마리 소도 고개돌려 버리리라.

아름다운 나무 무늬 드러내지 않았어도 세상 사람들은 이미 큰 재목이라 하여 놀라고

베어가기를 사양하지 않으려 해도 이를 누가 운반하겠는가

나무의 괴로워하는 중심엔 구멍이 나 개미집 짓는 걸 면할 수 없고

향기로운 나무 잎새는 마침내 난새나 봉황새 깃든 적 있었을 것이네

뜻있는 선비나 속세를 숨어사는 사람들 원망하고 탄식하지 말라

옛부터 재목이 크면 쓰여지기 어렵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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