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진보(古文眞寶)

단청의 노래. 두보.

별관신사 2015. 11. 16. 07:16

조장군은 위의 무제의 자손으로

지금은 서민이 되어 청빈한 집안이 되어 버렸네

영웅이 활거하던 시대 비록 이미 끝났으나

조씨 집안의 문장과 풍류는 지금도 아직 남아있네

글씨를 배움에 있어서는 처음에 위부인체를 배웠고

오직 왕휘지보다 뛰어나지 못함은 한하였다네

그러나 그림에 있어서는 자신이 늙어가고 있음을 모를 정도로 열심이어서

부귀같은 것은 그에게는 뜬구름처럼 보이는 듯 하네

현종의 개원연간에는 늘 불려 들어가 천자 뵈옵고

은총을 받게 되자 자주 남훈전에 올라 갔었네

능연각의 당나라 공신들 초상화 얼굴빛 엷어져 있었는데

조장군의 붓이 대어 생생한 면모를 드러내 놓았네

훌륭한 재상들 멀리 위에는 전현관을 얹어 놓고

날랜 장수들 허리에는 큰깃 달린 화살 끼어놓아

포공 단지현이나 악공 위지경덕은 머리털이 움직이고 있는듯이 되어

영웅다운 모습은 바람 일으키며 심한 전쟁에서 막 돌아온 듯 하네

선제 현종의 명마인 옥화총은

산처럼 많은 화공들이 그렸으되 모습이 같지 않았네

어느날 궁전 붉은 섬돌 아래로 끌고 왔는데

멀리 궁전 문앞에 서 있어도 긴 바람 일으키는 모습이였네

조명으로 장군에게 흰 비단에 그리도록 하자

마음 속으로 구도를 고심하듯 열심히 구상하더니

잠깐 사이에 궁전안에 진짜 용마를 만들어 놓았네

깨끗이 옛부터 범상한 말그림은 씻어 없어지게 하였네

옥화총이 도리어 천자의 걸상 앞에 있게 되니

걸상 앞과 뜰 양쪽에서 옥화총이 우뚝서로 마주보게 되었네

지존께서 웃음 머금고 상금 내려주기를 재촉하시니

옥화총 기른 사람들과 돌보던 사람들 모두 맥을 잃었네

그이 제자 한간을 일찌기 스승의 기법 터득하여

역시 말을 그림에 있어 뛰어난 모습을 다 표현할 수 있었는데

한간은 단지 근육이나 그렸지 뼈는 그리지 못하여

부득히 화류같은 명마로 하여 기운을 잃게 했네

조장군이 훌륭한 그림솜씨 발휘하는 데에는 신들린 때문인듯

반드시 훌륭한 사람 만나면 그사람 초상화도 그렸다네

지금 와서는 전쟁 끊이지 않는 속에 떠돌아 다니는 신세 되어

보통 길가는 사람 모습도 자주 그린다네

앞길 막히었는데 속인들의 질시까지 받게되니

세상에는 장군처럼 가난했던 이가 없을 것만 같네

다만 보건데 옛부터 대단한 명성 날렸던 사람밑에는

언제나 불우함이 밀려와 그의 몸을 묶게 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