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 가운에 반석 위에 도죽이 자라나는데
푸른 물결이 뿜겨지고 적시어져 크기 충분하게 자랐네
뿌리 자르고 껍질 벗겨지자 자옥같은 속줄기가 드러나니
강물의 여신이면 물의 신선도 아깝게 여겼지만 어쩔수가 없게 되었네
재주의 자사가 도죽을 한자발 갖다 풀어 놓으니
방에 가득찬 손님 모두 탄식하네
내가 늙어 병들었음 가엾게 여기어 두개를 주었는데
출입할 때 짚고 다니자 발톱에서 쟁그랑거리는 쇳소리 나는 듯 하네
이 늙은 이 다시 동남쪽으로 여행하려 하니
물결타고 뱃전 두드리며 백제성을 지나게 될 것인데
길 어슥하니 반드시 귀신들이 이 도죽장 빼앗으려 할 것이고
칼 빼들고 혹은 교룡과도 싸워야 할 지 모르겠네
거듭 그래서 고하나니 지팡이여 지팡이여
나의 삶은 매우 정직하였으니
삼가 물을 보고는 뛰어올라 변화하여 용이 된 옛일을 본뜨지 말게나
나는 너의 부축을 받지 못하게 되면
군산이 있는 동정호 위의 푸른 봉우리에서 실종되고 말 것일세
아 바람에서 먼지 자욱히 나듯 전란 계속되어 승냥이와 호랑이가 사람을 무는 판이니
갑자기 두 지팡이 잃게 된다면 나는 장차 무얼 의지하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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