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진보(古文眞寶)

백설조의 노래. 유우석.

별관신사 2015. 11. 12. 05:58

새벽별 점점 사라지고 봄날의 구름 나직히 날 때

백설조 짹짹 우는 소리 들리기 시작하네

꽃가지 하늘에 그득하니 몸둘 곳을 알지 못하는 듯 하고

많은 꽃 흔들어 붉은 비 오듯 꽃잎 떨어지게 하네

생황이 갖가지 소리 내듯 우는 소리 다양하니

꾀꼬리도 소리 죽이고 제비도 조용하네

동녁에 아침해 떠오르니

바람 맞아 그림자 희롱하는 게 자신을 뽐내는 듯하네

몇번 우는 소리 다하기 전에 또 날아가 버리어

어디에서 만나게 되는가 하니 푸른 버드나무 자란 길이네

날렵하게 이리저리 날아 다니며 사람을 즐겁게 하는 듯 하지만

마음은 하나인데 혀로는 백가지 소리 내니 얼마나 요란한가

술 취하여 얼굴 붉은 협기있는 젊은이 노래 멈추고 듣고

옥 귀장식 떨어뜨린 아름다운 여자는 잠결에 듣는다네

사랑스런 봄빛은 언제나 다하려나

그 누가 백설조 처럼 옷다갔다 하다가 매나 새매 피할 수 있겠는가?

한나라 정위인 적공이 그물을 쳐 놓았다 해도 자신은 상관없다 하고

진나라 반악이 탄궁을 들고 있다 해도 자기를 손상 시킬까 마음쓰는 일 없네

하늘이 낳은 새의 무리 중 그대는 얼마나 미세한 존재인가?

그러나 혀끝만 가지로 변화시키며 봄빛을 타고 있구려

그러나 남쪽의 주작이 여름 몰고 다니는 날이면

조용히 소리도 못내고 쑥대 밑으로 날게 되리라.

'고문진보(古文眞寶)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청의 노래. 두보.  (0) 2015.11.16
양보산 노래. 제갈량.  (0) 2015.11.13
옛 장성을 읇음. 장한.  (0) 2015.11.11
분음의 노래, 이교.  (0) 2015.11.10
군자의 노레. 섭이중.  (0) 2015.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