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진보(古文眞寶)

명비곡. 왕안석.

별관신사 2015. 12. 1. 06:20

왕소군이 처음 흉노로 가려고 한나라 궁전 나설 때

눈물은 봄바람에 젖고 머리끝은 늘어졌네

발을 떼너 놓지 못하며 그림자 돌아보는 얼굴빛 어두웠으나

그래도 임금을 어쩔 줄 모르게 할 정도로 아름다웠네

원제는 돌아와 드디어 화공의 솜씨 이상하게 여기고 추궁하였으니

눈에 드는 여인 평생동안 그림에선 보지 못하였기 때문이네

사람의 모습 본디 그대로 그려 낼 수 없는 것이니

그때 모연수는 공연히 죽여버린 셈이네

한번 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을 마음속에 알고 있었으니

가련하게도 한나라 일 물어 보고자 해도

오직 해마다 기러기만 날아가고 있네

아름다운 그대에게 만리 길 소식 전하나니

흉노 성안에 잘 지내며 고향 땅 생각 말게나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지척에 있는 장문궁에 아교를 가두어 놓았던 일을?

사람이 세상에 나와서 뜻을 잃게 되면 남쪽 땅 북쪽 땅 구별도 없는 법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