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國의 詩.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은상

별관신사 2012. 11. 6. 07:51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들이 맡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 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

네가 끌었느냐 ? 누가 부르더냐 ?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 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넘어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자란 보리 밭아 !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쁜하다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 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 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도 보고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리도록

밟아도 보고 좋응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

무엇을 찿느냐 ? 어디로 가느냐 ? 우서웁다 답을 하려므나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띄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명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았기겠네




' 韓國의 詩.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 넘어 남촌에는. 김동환  (0) 2012.11.06
국화 옆에서. 서정주  (0) 2012.11.06
오륙도. 이은상  (0) 2012.11.06
낙화 (洛花) 조지훈  (0) 2012.11.06
이 생명을 모윤숙  (0) 2012.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