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복 입은 산야시가 매일 아침 가까운 공원으로 꽃을 꺾으러 나오더군요. 그 사람의 손과
눈은 꽃에 대해 탐욕스럽습디다. 손닿는 곳의 꽃은 모조리 꺾는 거예요. 돌 같은 것으로
만든, 죽은 신상에 바치려는 것이겠지요. 꽃은 아름다웠습니다. 아침 햇살에 피어난 참으로
아름다운 꽃이었는데도 그 사람은 이걸 좀 부드럽게도 아니고 마구잡이로 꺾더군요. 아주
고약하게 공원의 경관을 망치고 있더라는 말입니다. 그가 섬기는 신이 많은 꽃을 요구했을
것입니다. 죽은 석상이 살아 있는 것을 말입니다.
어느 날 나는 소년들이 꽃을 꺾는 걸 보았습니다. 그들은 신에게 바치려고 꽃을 꺾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무 생각 없이 꽃을 훑어 던져 버리곤
했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이런 짓을 한 적이 없습니까? 왜 그럴까요? 여러분은 길을
걸으면서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거나 나뭇잎을 훑어 바람에 날리겠지요. 여러분은 이런 생각
없는 짓을 곧잘 합니다. 어른들도 자신의 내적 잔인성, 살아 있는 것에 대한 이 놀라운
무관심을 나름의 방법으로 표현합니다. 그들은 입으로는 자비를 말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하는 짓은 하나같이 파괴적입니다.
한두 송이의 꽃을 꺾어 머리에 꽂거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건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그럴 것도 아니면서 왜 함부로 꽃을 꺾습니까? 어른들이 야심 때문에 하는 짓은 추합니다.
전쟁터에서는 서로를 잔혹하게 살육하고 평상시에는 서로를 돈으로 타락시킵니다. 그들
각자에게는 사악한 짓을 하는 나름의 방법이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젊은이들도 조만간 그
전철을 밟을 것입니다.
어느 날 나는 한 소년과 함께 산보하다가 길 한가운데 돌이 하나 있는 걸 보았습니다.
내가 돌을 치우자 소년이 묻더군요. "왜 그러십니까?" 이말은 무엇을 뜻합니까? 깊은 이해와
공경심의 결여에서 나온 소리가 아닐까요? 당신은 두려움 때문에 공경심을 나타냅니다.
이 소년이 내생각을 한다든가 나를 존중한다고 할 수 있습니까? 여러분은, 겁이 나니까 상대를
존중하는거지요? 어른이 들어오면 여러분은 앉아 있다가도 벌떡 일어섭니다. 어른을 존중하기 때문에그러는 걸까요? 아닙니다.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정말 남을 존중한다면, 꽃을그렇게 꺾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말 남을 존중한다면 길 위에 떨어져 있는 돌을 치우고,
나무를 가꾸고, 공원을 손질할 겁니다. 하지만 노소를 불문하고, 우리에게는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사랑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성적인 사랑, 신에 대한 사랑같이 복잡한 사랑 말고
그저 사랑 말입니다. 만물에 접근하는 부드럽고 푸근한 사랑 말입니다. 집에서는 이런 단순한
사랑을 받지 못할 겁니다. 여러분의 부모님들은 무척 바쁠 테니까요. 집에서 진짜 사랑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에 여러분은 여기에 와서 모두가 하나같이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 앉아
있을 겁니다. 내가 여러분에게 무뚝뚝하다고 했는데, 그럼 어떻게 하면 예민해질 수 있는지
궁금하겠지요. 꽃을 꺾으면 안된다는 규칙 같은 것에 얽매여서는 안됩니다. 규칙에 매이는
것은 규칙을 두려워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예민한 감각의 소유자가 될수
있을까요? 감각이 예민하면, 마음이 깨어 있어서 사람이나 동물이나 꽃을 해치지 않을
텐데요.
이런데 흥미가 있습니까? 있어야 합니다. 예민한 상태에 흥미가 없다면, 여러분은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제로 그렇습니다. 하루 세 끼 찾아 먹고,
일하고, 자식을 낳고, 자동차를 몰고, 좋은 옷을 입긴 하지만, 이러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예민하다, 민감하다는 게 무엇인지 아십니까? 만사에 부드러운 마음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고통받고 있는 동물을 보면 어떻게든 손을 써 주고, 많은 아이들이 다니는 길에 돌이 솟아
있으면 그 돌을 치워 주고, 길에 못 박힌 널빤지가 굴러다니면 지나가는 자동차 바퀴가 터질
것을 염려하여 그것을 치워 주는 일입니다. 민감하다는 것은 사람들, 새, 나무, 꽃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느끼는 일입니다. 여러분의 것이라고 해서가 아닙니다. 이런 것들의 예사롭지
않은 아름다움에 눈을 뜨고 있기 때문에 민감한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우리는 민감한 상태에 이를 수 있을까요?
매사에 민감해지는 순간 여러분의 꽃을 꺾는 행위는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민감해지는
순간 사물을 파괴하지 말아야겠다는, 사람들을 해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싹틉니다. 즉
진정한 의미에서 존중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는 뜻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우리 삶에서 가장 고귀한 감정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랑이라는 걸 어떤 뜻으로
받아들입니까? 어떤 사람이 여러분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반대 급부로 그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건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반대 급부를 요구하지 않고 어떤
대상에게 애정을 느끼는 행위입니다. 여러분은 아주 영리한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시험이라는
시험에는 다 합격했는지도 모릅니다. 박사 학위를 받고, 높은 지위에 올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이런 상태로 민감하지 못하다면, 이런 단순한 사랑의 느낌을
경험하지 못한다면 여러분의 가슴은 곧 비고 말 것입니다. 가슴이 비면 여러분의 여생은 참
고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가슴을 이런 사랑의 감정으로 가득 채우는 일입니다. 가슴이 사랑으로
가득 차면 여러분은 부숴지지 않습니다. 남을 무자비하게 대하지도 않습니다. 당연히 전쟁도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행복한 인간으로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행복해지면, 여러분은 기도하지 않을 것입니다. 신을 찾지도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행복 자체가 곧 신이기 때문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 사랑의 감정이 우러나오게 할 수 있을까요? 사랑은 교육자, 즉
선생님에게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여러분에게 수학, 지리, 역사에 대한 정보만 제공할 것이
아니라 선생님들 가슴에 사랑이 있고, 그래서 여러분에게 사랑을 이야기한다면, 선생님
자신이 길에 솟은 돌부리를 뽑고, 하인에게 궂은 일을 시키지 않는다면, 선생님이 대화, 일,
놀이를 하면서 음식을 들거나, 여러분과 함께 있거나 혹은 혼자 있을 때 이 이상한 느낌을
경험하고, 여러분에게 이를 이야기한다면, 여러분 역시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피부를 말끔하게 가꿀 수 있을지 모릅니다. 미남 미녀일지도 모릅니다. 아주
멋진 사리를 입고 다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몸이 아주 건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가슴에 사랑이 없으면 여러분은 추한 사람에서 더도 덜도 아닙니다. 하지만
사랑이 있으면 여러분 얼굴이 잘났든 못났든 거기에는 빛이 있습니다. 사랑은 우리 삶에서
가장 고귀한 감정입니다. 사랑을 말하고, 느끼고, 살찌우고, 이를 보물처럼 간직하는 것은
소중한 일입니다. 그러치 않으면 사랑은 사라지고 맙니다. 왜냐하면 이 세상이라는 게 원래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사람들, 동물, 꽃을 사랑으로 바라보지 못하면, 나이가 들어 삶이
빈다는걸 알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그때 외로울 것입니다 공포의 그림자가 늘 여러분을
따라다닐 것입니다. 그러나 가슴으로, 사랑이라고 불리는 이 이상한 감정을 경험할 때,
사랑의 깊이, 사랑의 기쁨, 사랑의 황홀을 느낄 때 여러분은, 자신에게 있어서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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