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진보(古文眞寶)

속여인행. 소식.

별관신사 2015. 11. 1. 04:51

깊은 궁중엔 아무도 없는데 봄날만 가고

침향정 북쪽에선 갖가지 꽃이 향내 피운다.

미인이 자고 일어나 가벼이 멀리 빗고 세수하고 나니

제비 춤추고 꾀꼬리 울어 공연히 애간장 저미게 하네

이 그림 화공은 무궁한 뜻을 그려 내고자 하였으니

봄바람 등에 지고 섯 막 잠깨는 모습일세

만약 그로 하여금 머리 돌려 방긋 웃게라도 한다면

양성과 하체의 귀공자들 모두가 정신 잃고 바람에 풀 쓸리듯 되었으리라

두릉의 굶주리던 나그네 두보도 눈까지 늘 가난했고

절름발이 노새 타고 헤진 모자 쓰고 금안장 놓인 말 탄 귀족들 따라 다니다가

곡강에서 꽃가지 저쪽 물가의 미인을 볼 수 있었으나

오직 허리와 다리를 등 뒤에서 본 것 뿐이였는데

심취하여 자기 초가집 방 안으로 돌아 와서야

비로소 세상에 서시같은 미인 있음을 믿게 되었네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양홍의 처 맹강이 움식상을 들고 들어 올 때 언제나

눈썹 높이로 들었던 것을

어찌 등 돌려 봄빛 가슴 아파 하면서 운 일이 있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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