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하도다 곰도아니고 이리도 아닌데
눈빛을 두개의 거울같이 빛내면서 한모통이에 앉아 있네
꼬리 늘어 뜨리고 멋대로 다니면서 사람이 쫓아도 두려워하지 않고
돌아보며 떠나려 하다가도 여전히 우물거리고 있네
갑자기 한번 보았을 적에는 심장이 뛰었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니 조금씩 그 수염을 만지게 되네
진실로 화공이 기교다해 이걸 그렸음 알겠으니
그렇지 않다면 이놈이 어찌 마당 섬돌에까지 오려 들겠는가
막 두다리 뻗고 앉아 그림 그리려 할 적 생각헤 볼 때
다른 여러 화공들 흘겨보며 하인처럼 여겼으리라
정신 가라앉고 마음 안정되자 비로소 한번 붓 휘두르니
그 결과는 조물주의 솜씨와 별 차이가 없네
처절한 바람 산들산들 누런 갈대에 불고
위편에는 추워 뵈는 참새들 놀라 짹짹 우네
앙상한 죽은 나무에는 늙은 까마귀 울고 있는데
나무 향해 몸 굽혀 부리로 쪼개기를 새끼에게 벌레 먹이듯 하고 있네
산속집 담이나 들판집 벽에 헤진 뒤 걸어 놓으면
풍부도 멀리서 보고 호랑이 잡으려 수레 몰고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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