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는 사랑하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에 대해 토론해 왔습니다. 이로써
우리는, 사랑이란 얻을 수도 살 수도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런데도 사랑이 없으면 착취와
통제에서 해방된 완벽한 사회질서에 대한 우리의 계획에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나는, 우리 모두가 젊을 때 마땅히 이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디든 상관없습니다. 이 세상 어디를 가든 우리가 만나는 사회는 끝없는 갈등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어디를 가건 한편에는 권력자, 부자, 잘사는 사람들이 있고 다른 편에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두가 서로 질투하면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저마다 높은 지위, 더 많은
봉급, 보다 나은 권력과 명성을 얻고 싶어합니다. 이것이 바로 이 세상이 처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는 늘 내적, 외적인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자, 여러분과 내가 이러한 사회 질서를 완전하게 뒤엎을 완벽한 혁명을 구상한다고 합시다.
그러자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이 권력 추구의 본능을 이해하는 일입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형태는 다르더라도 하나같이 권력을 얻고 싶어합니다. 재물이 있고 권력이 있으면 마음대로
여행할 수 있고, 중요한 사람들을 사귈 수 있고 유명해질 수 있습니다. 재물과 권력이 있는데도
우리는 완벽한 사회의 태동을 꿈꿉니다. 우리는 권력으로 이러한 것을 성취시키는 것이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권력의 추구 자체-우리들 자신의 권력, 국가의 권력, 특정 이념의
권력-는 옳지 못한 것, 파괴적인 것입니다. 권력 추구 자체가 필경은 적대 세력을 만들어서
늘 분쟁을 일으키고 말기 때문입니다.
옳지 못하다, 그렇다면 교육이 마땅히 자라는 여러분에게, 내적 외적 갈등이 없는 세상, 권력과
지위에 대한 욕망이 뿌리 뽑혀 여러분과 여러분 이웃이 서로 갈등하는 일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인식시켰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내적 외적 갈등이 없는 사회가
과연 만들어질 수 있기는 있는 것일까요? 사회란 여러분과 나의 관계입니다. 만일 우리의 관가
야심에 그 뿌리를 대고 있다면, 우리는 모두 나름대로 남 못지않은 권력을 누리고 싶어할것입니다. 이 경우 우리는 늘 갈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갈등의 원인을 해소시킬 수있을까요? 우리 자신을 교육시켜 경쟁하지 않는 인간, 나와 남을 비교하지 않는 인간, 이러저러한
지위를 바라지 않는 인간, 요컨대 전혀 야심이 없는 인간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일까요?
부모님과 함께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 갈 때, 신문을 읽을 때,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
이럴 때마다 여러분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어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 사람들은 이념 문제로, 재산 문제로, 인종 문제로, 계급 문제로,
종교 문제로, 늘 이러저러한 사람들과 갈등하고 있지요? 여러분의 부모님들, 이웃들, 목사님들,
관리들, 이 모두 야심 덩어리들이 아니던가요? 더 나은 지위를 누리겠다고 몸부림치면서 늘
다른 사람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지 않던가요? 네, 이 경쟁 심리의 뿌리가 뽑혀야 우리 모두
행복하고 창조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평화로운 시대가 옵니다.
자, 어떻게 하면 야심과 경쟁 심리의 뿌리를 뽑을 수 있을까요? 규칙으로, 법률로, 아니면
야심을 갖지 않도록 우리 마음을 훈련시키면 야심을 물리칠 수 있을까요? 겉으로는 야심을 갖지않겠다고 마음을 훈련시킬 수도 있고 사회적으로는 남과의 경쟁을 그만둘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속으로, 여러분은 여전히 야심을 버리지 못한 상태가 아닐는지요? 인간의 삶을 비참하게
만드는이 야심을 완전히 쓸어버릴 수는 있는 것일까요? 아마 여러분은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어느 누구도 여러분에게 이런 식으로 이야기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자, 그럼 그 어느 누구에 해당하는 내가 여러분에게 묻습니다. 만일에 야심을 버리고 새세상을
만들 수 있다면, 여러분은 파괴적인 야심의 광기도, 경쟁도 없는 이 세상에서 여유있게, 넉넉하게,행복하게, 창조적인 삶을 누릴 길을 찾고 싶겠지요? 여러분의 삶이 남의 삶을 파괴하고, 여러분의야심이 남의 인생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일이 없는 그런 삶을 누리고 싶겠지요?
우리는 이런 세상을, 실제로는 전혀 불가능한 유토피아의 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는
지금 유토피아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나는 그런 잠꼬대를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단순한 보통 사람들인 여러분과 내가, 권력과 지위에 대한 갖가지 욕망으로 나타나는 이 야심에
쫓기지 않고도 이 세상에서 창조적인 삶을 누릴 수 있을까요? 여러분이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할 수 있을 때, 여러분은 이 물음에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직업이
기술자라고 합시다. 만일 생계를 꾸리기 위해 기술자가 되었다면, 혹은 여러분의 아버지나 사회
의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기술자가 되었다면 여러분은 일종의 강요에 시달리고 있는 느낌을 가지게됩니다. 종류야 어떻든 강요당하는 삶은 모순과 갈등에 시달리기 마련입니다. 반면에, 여러분이정말 좋아서 기술자나 과학자가 되었다면,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좋아서 나무를
심고,그림을 그리고, 시를 쓴다면 다른 사람과 경쟁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될 것입니다. 나는이거야말로 보다 나은 세상의 문을 여는 진짜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한다는 것 말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젊은 시절에는, 무엇을 좋아하는가를 알아내기가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지요. 기술자가 되고 싶기도 하고, 기관차의 기관사, 푸른
하늘을 누비는 항공기 조종사가 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유명한 웅변가나 정치가가 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화가, 화학자, 시인 혹은 목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머리 쓰는
직업을 고르고 싶을 때도 있고, 손을 놀리는 직업을 바랄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일에 대한
여러분의 관심은, 좋아하기 때문에 생긴 것인지 아니면 반발이나 사회적 압력 때문에 생긴
것인지요? 어떻게 하면 이런 것을 따져 볼 수 있을까요? 교육의 참 목적은 이런 것을 따져 볼 수
있도록 여러분을 돕는 것이 아닐는지요. 그래야 여러분이 자라면서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에 온 마음과 온 정신과 온 몸을 던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정말 하고 싶어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는 데도 상당한 지성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만일
여러분이 생계를 꾸리지 못하면 어떻게 할까, 이 썩어 버린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고걱정한다면 여러분은 이런 일을 찾아 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두려워하지 않는
다면,여러분의 부모님들, 선생님들, 그리고 사회의 피상적 요구에 의한 전통의 수렁으로 빠져들기를거부한다면,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 낼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을 찾아내는 데있어서도, 살아가지 못하면 어쩌나 하고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우리들 대부분은 살아가지 못할까봐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말을 곧잘
합니다.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면 나는 어떻게 되는 게
아닐까."
그러나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누가 시키는 대로 한다면, 그 일에 대한 사랑이 있을 리
없습니다. 모순뿐인 것이지요. 이 내적 모순이 바로 파괴적 야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중의
하나입니다. 따라서 교육의 기본적인 기능은, 여러분을 도와 정말 사랑하는 일을 찾게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그 일에 온 마음, 온 정신을 다 쏟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인간의 존엄성이 그 빛을 발하고, 그래야 인간의 범용함, 소아병적인 소시민의 정신
상태에서 자유로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선생님, 좋은 환경이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좋은 선생님과 좋은 환경을 통해서야 비로소 여러분은 사랑 가운데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사랑은 여러분이 하는 일을 통해 나타날 것입니다. 이런 사랑이 없다면,
여러분이 치르는 시험, 여러분의 지식, 능력, 지위나 재산은 재무더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이런 사랑이 없으면 여러분의 행동은 오로지 현재 상태 이상의 전쟁, 증오,
해악, 그리고 파괴를 향해 치닫게 될 뿐입니다.
이러한 이야기가 아직은 여러분에게 생소하게 들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아직 어린
것 같으니까요. 그러나 여러분의 선생님들에게는 중요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역시 마음 한구석으로나마 이 이야기를 수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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