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의 詩.

음주(飮酒) 도연명.

별관신사 2018. 12. 5. 05:47

나는 한가히 사노라니 기쁨이 적은데 요즘은 밤마져 길다

우연히 유명한 술이 있어 저녁마다 마시지 않는 날이 없다

내 그림자를 돌아 보면서 혼자 마시어 문득 또 취한다

이미 취한 뒤에는 문득 시 몇귀를 지어 스스로 즐긴다

마침내 종이와 먹이 많이 소비되었지만 말에는 순서도 없다

에오라지 친구에게 명하여 이것들을 베껴 웃어 볼 뿐이다.


제1수


쇠퇴와 번영이 일정하게 존재하는 것 아니니

이것과 저것이 다시 갈마들어 바뀌네

소생의 외밭에 있을 때가

어찌 동릉후(東陵後)시절과 같겠느냐

추위와 더위가 교대로 바뀌듯이

인생의 길도 매양 이와 같도다

통달한 사람만은 도리에 맞는 이치를 알아

이후로는 또다시 의심하지 않는다네

문득 한단지의 술로

낮과 밤을 버티는 것일세


제2수


산을 쌓으면 보답이 있다고 했는데

백이(佰夷) 숙제(叔齊)서산에 숨어 살았도다

선악이 진실로 보응(報應)하지 않았는데

무슨일로 쓸데 없는 말을 남겼는가?

90세에도 새끼줄을 허리띠 삼고 살았는데

주림과 추위를 젊은 내가 겁낼 것인가?

군자의 절개를 지키지 않는다면

백 년 후까지 당연히  누가 전하겠는가?


제3수


도가 없어진 지 천년이 되어 가는데

사람들은 그들의 진정(眞情)을 아끼네 

술이 있어도 즐겨 마시지 않고

다만 속세의 명예만 돌아보네

내 몸을 귀하게 여기는 까닭이

어찌 내 일생에 맞지 않는가?

일생은 또한 얼마나 되는가?

빠르기가 흐르는 번개같아 놀랍네

빠르게 지나가는 백년 안에

이 명예를 지녀 무엇에 쓰려 하는가?


제4수


헐레벌떡거리며 무리를 잃고

해질 무렵인데도 홀로 나네

배화하다가 일정한 멈출 곳이 없어

밤마다 그 울음소리 더욱 처량하네

사나운 울림은 맑고 아득함을 생각함인데

가고 옴이 어찌 그리 머뭇거리나?

그러다가 외롭게 서 있는 소나무를 만나자

날개를 접고 멀리서 돌아가 쉬네

사나운 바람에는 무성한 나무가 없는데

이 나무의 그늘만이 홀로 쇠하지 않았네

몸을 위탁하는데 이미 적당한 장소 얻었으니

천 년이 지나도록 서로 어긋남이 없으리라


제5수


초가를 짓고 사람들이 사는 경내에 있지만

수레나 말이 드나드는 시끄러움은 없네

그대에게 묻노니 어떻게 그리 할수가 있는가?

마음이 속세와 머니 땅도 저절로 치우져 있네

동쪽 울타리 밑에서 국화를 꺽고

아득히 남산을 바라보니

산 경치는 해질 무렵에 더욱 좋고

날던 새들도 서로 더불어 돌아 오누나

이 가운데 참뜻이 있는데

말하려다가 이미 말을 잃었네


제6수


행동거지(行動擧止)가 천가닥 만가닥이니

누가 옳고 그름을 알겠는가?

옭고 그름이 구차하게 서로 형성되지만

부화뇌동(附和雷同)이 훼예포폄(毁譽褒貶)을 같이 하네 

삼대 이후로 이런 날이 많았으나

전진하는 선비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쯧쯧  속세의 바보들아

또한 마땅히 하황공(夏黃公)과 기리계(綺里季)를 따라야 한다.


제7수


가을 국화가 아름다운 빛을 띠었는데

이슬에 젖으면서 그 꽃봉오리를 따도다

그 꽃봉오리를 이 근심을 잊는다는 술에 띄우니

나에게 속세를 멀리하는 정을 갖게 하네

한잔은 비록 나 홀로 들이키지만

술잔이 비면 술병은 저절로 기울이게 되지요

해가 지자 모든 움직임이 쉬고

돌아가는 새들도 숲으로 가면서 우네

동쪽 처마 밑에서 휘파람 불며 오만해 하니

애오라지 다시 이 멋진 삶을 얻는가 보다.


제8수


푸른 소나무 동쯕 정원에 있는데

뭇 초목이 그 나무의 자태를 가리우도다

엉긴 서리가 다른 종류의 것들을 죽이니

우뚝이 소나무는 높은 가지를 나타내네

숲속에 있을 때는 사람들이 알지 못하다가

홀로 된 뒤에야 사람들은 기이하게 여기네

술병을 가져다 찬 소나무 가지에 걸어 놓고

멀리 바라 보다가 때때로 다시 돌아 본다.

우리 일생은 꿈속의 환상 같은데

무슨 일로 속세의 일에 매인단 말인가?


제9수


맑은 새벽에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옷을 뒤집어 입고 가서 스스로 문을 열었다

그대에게 묻노니 "구신가요?"

농부가 좋은 생각이 있어

술병을 가지고 멀리서 와서 문안하네

그러면서 내가 시대와 어긋나고 있다고 의심하네

남루한 모습으로 초가 추녀 밑에 살면

고고한 삶이 되기에는 부족하도다

온 세상이 모두 같아지기를 바라니

그대는 그 진흙으로 진흙탕을 만드시오

그 노인의 말에 깊이 느꺼우나

타고난 성품이 조화력이 부족하네

고삐에 얽힘이 진실로 배울만 하지마는

나를 어기니 어찌 흘리는 것이 아닌가요?

바야흐로 함께 이 술을 마시며 즐깁시다

내 수레를 돌이킬 수가 없소이다.


제10수

옛날에 멀리 놀러가

곧장 동쪽바다 귀퉁이에 이러렀네

도로는 돌아가며 또 길고

풍파가 중도를 막았네

이번 여행을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가?

꿂주림에 몰린 빗 때문인 것 같네

전신을 기울여 한 번 배불리고자 하면

조금은 여유가 있게 마련

이번 여행은 훌륭한 여행이 아닐 것 같아

수레를 멈추고 휴거(休居)로 돌아 왔노라


제11수


안희는 인을 행했다고 칭했고

영계기(榮啓期)는 도를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안희는 자주 굶어 제 나이를 살지 못했고

영계기는 길이 굶으면서 90세까지 살았다

그들이 비록 죽은 뒤 이름을 남겼지만

살아 인생은 고목마냥 고생 투성이였다

죽을 뒤 무엇을 알았겠는가?

마음에 맞음이 진실로 좋을 것이다.

나그네가 천금으로 몸을 꾸몃지만

죽은 뒤엔  보배로운 몸도 사라지는 법

나체로 장례지냄이  어찌 반드시 나쁜가?

사람들은 마땅히 그의 생각을 이해할 것이다.


제12수


장공(장지의 자)이 일찌기 한번 벼슬하고

젊은 시절에 문득 때를 잃자

문을 닫고 다시는 출세하지 않고서

종신토록 세상과 사직했다.

중리(양륜의 자)가 대택으로 돌아가

고답한 품격이 비로소 이때부터 있었다.

한번 갔으면 문득 마땅히 그만 둘 일

어째서 다시 여우처럼 의심할까

가고 또 가는데 마땅히 어떤 길로 갈까?

세속이 오래도록 속였도다

아득한 말들 다 버리고

청컨데 나 자신을 따라 갈 지어다


제13수


한 나그네 있어 항상 함께 머물러 있지만

바라는 것이 나와는 아주 다른 지경이네

한 양반은 항상 혼자 취해있고

한 사나이는 평생 술이라곤 모르네

안 취했다 취했다 또한 서로 비웃지만

발언은 각기 받아 들이지 않는다

꼬장 꼬장 어찌 헌결같이 어리석은가?

우뚝하고 오만한 이가 약간 영리한 것 같네

술에 취해있는 나그네가 붙이는 말

해가 지니 촛불을 마땅히 켜야지


제14수


친구들이 내 취미를 칭찬하며

술병을 들고 함께 찿아 온다

잡초를 깔고 소나무 밑에 앉아

몇 잔 기울이니 또다시 취한다

늙은이들 뒤섞여 어지러히 말하고

술잔을 돌리는 순서도 잊었다.

내가 있는 줄도 깨닫지 못하니

사물이 귀한 줄을 어찌 알리요?

아득히 먼 곳을 잃었지만

술 가운데는 깊은 맛이 있네


제15수


가난한 삶이라 인력이 모자라

관목이 우리집을 거칠게 만들었네

끼리기리 나는 새 있으나

적적하여 찿아오는 사람 자취는 없도다

우주는 한결같이 어찌 그리 유구한가?

인생은 백년까지 사는 이도 적도다

세월은 달리고 날아가

귀밑머리 가에는 벌써 흰빛이 완연하네

만약에 곤궁과 영달에 맡기지 못한다면

소박한 포부를 깊이 아까워 할 것이다.


제16수


소년 적 부터 사람들과의 관계가 드물어

오직 좋아함이 육경에만 있었다

흘러흘러 불혹이 되어 가는데

오래 머물러 있어도 드디어 이루어 놓음 없네

마침내 고궁의 절개를 품어

굶주림과 추위를 싫도록 겪었다.

헐어진 초가에는 가을 바람이 불어오고

거친 풀은 앞뜰을 파묻네

베옷을 걸치고 긴 밤을 새우는데

새벽 닭조차 울려 들지 않네

맹공이 여기에 있지 않으니

끝내 나의 진경을 가리우네


제17수


그윽한 난이 앞들에서 자라

향기를 품고 맑은 바람을 기다린다

맑은 바람이 획 불어오면

쑥대밭 속에서 달리 보인다

가고 가다 보니 옛길을 잃었으나

도리에 맞기면 혹 통할 수도 있으련만

마땅히 돌아갈 것을 생각하는 마음 깨달으니

새들이 다 잡히자 훌륭한 활을 없애기 때문이네


제18수


자운(양웅의 자)은 술을 몹시 좋아 했으나

집이 가난하여 그것을 구할 방법이 없었다

때마침 일을 떠벌리기 좋아하는 사람이 

술을 가져와 의혹된 바를 풀려했다.

술잔이 오자 오는 족족 마시고

질문을 모두 시원스레 해결했다

그러나 때로는 즐겨 말하지 않으니

어찌 이웃나라 징벌이 관심문제가 아니겠는가?

어진 사람이 그런 마음씨를 갖는다면

어찌 일찍이 진퇴에 실수가 있겠는가?


제19수


옛날에 오래도록 굶주림이 괴로워

농기구 내던지고 벼슬 살려 갔었네

그러나 가족 부양하기에도 적합하지 못하고

추위와 주름이 진실로 내 몸을 감싸게 되었네

이때가 이립(30)이 돼가는 때라

내 뜻에 부끄러운 바가 많았다

드디어 깨끗이 분수를 차려

옷을 떨치고 전원으로 돌아 왔다

뉘엿뉘였 세월은 흘러가

그럭저럭 12년이 지나갔네

세상길은 어둡고 아득하여

양주가 갈레 길에서  멈춘 바일세

비록 돈을 뿌리는 일은 없었지만

탁주만이 에오라지 믿을 만 하네 


제20수


복희 신농이 우리를 버리고 간 지 오래되어

세상에는 진으로 돌아가는 길이 적도다

갖은 애를 다한 노나라 늙은이(공자)가

미봉하여 순박하게 만들어

봉황새는 비록 와 멈추지 않았으나

예악은 잠시 새로워졌네

수수와 사수가 가느다란 물줄기를 멈추고

표류하다가 미친 진나라에 이르렀네

시서가 또한 무슨 죄가 있어서

하루 아침에 잿더미가 되었단 말인가?

자상하게 한나라의 여러 노학자들이

유학을 위해 은근히 최선을 다했네

그러나 어째서 성인의  세상과 멀다고 해서

육경에 대하여 한사람도 친한 자가 없는가?

종일 수레를 몰고 달려도

나루를 묻는자를 발견할 수가 없네


만약 다시 내가 쾌음하지 않는다면

머리위의 수건은 공연히 저버리는 것이네

다만 말하노니 잘못이 많을 것이나

그대는 마땅히 술 취한 이 사람을 용서하게나 .

  

                               도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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