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가히 사노라니 기쁨이 적은데 요즘은 밤마져 길다
우연히 유명한 술이 있어 저녁마다 마시지 않는 날이 없다
내 그림자를 돌아 보면서 혼자 마시어 문득 또 취한다
이미 취한 뒤에는 문득 시 몇귀를 지어 스스로 즐긴다
마침내 종이와 먹이 많이 소비되었지만 말에는 순서도 없다
에오라지 친구에게 명하여 이것들을 베껴 웃어 볼 뿐이다.
제1수
쇠퇴와 번영이 일정하게 존재하는 것 아니니
이것과 저것이 다시 갈마들어 바뀌네
소생의 외밭에 있을 때가
어찌 동릉후(東陵後)시절과 같겠느냐
추위와 더위가 교대로 바뀌듯이
인생의 길도 매양 이와 같도다
통달한 사람만은 도리에 맞는 이치를 알아
이후로는 또다시 의심하지 않는다네
문득 한단지의 술로
낮과 밤을 버티는 것일세
제2수
산을 쌓으면 보답이 있다고 했는데
백이(佰夷) 숙제(叔齊)서산에 숨어 살았도다
선악이 진실로 보응(報應)하지 않았는데
무슨일로 쓸데 없는 말을 남겼는가?
90세에도 새끼줄을 허리띠 삼고 살았는데
주림과 추위를 젊은 내가 겁낼 것인가?
군자의 절개를 지키지 않는다면
백 년 후까지 당연히 누가 전하겠는가?
제3수
도가 없어진 지 천년이 되어 가는데
사람들은 그들의 진정(眞情)을 아끼네
술이 있어도 즐겨 마시지 않고
다만 속세의 명예만 돌아보네
내 몸을 귀하게 여기는 까닭이
어찌 내 일생에 맞지 않는가?
일생은 또한 얼마나 되는가?
빠르기가 흐르는 번개같아 놀랍네
빠르게 지나가는 백년 안에
이 명예를 지녀 무엇에 쓰려 하는가?
제4수
헐레벌떡거리며 무리를 잃고
해질 무렵인데도 홀로 나네
배화하다가 일정한 멈출 곳이 없어
밤마다 그 울음소리 더욱 처량하네
사나운 울림은 맑고 아득함을 생각함인데
가고 옴이 어찌 그리 머뭇거리나?
그러다가 외롭게 서 있는 소나무를 만나자
날개를 접고 멀리서 돌아가 쉬네
사나운 바람에는 무성한 나무가 없는데
이 나무의 그늘만이 홀로 쇠하지 않았네
몸을 위탁하는데 이미 적당한 장소 얻었으니
천 년이 지나도록 서로 어긋남이 없으리라
제5수
초가를 짓고 사람들이 사는 경내에 있지만
수레나 말이 드나드는 시끄러움은 없네
그대에게 묻노니 어떻게 그리 할수가 있는가?
마음이 속세와 머니 땅도 저절로 치우져 있네
동쪽 울타리 밑에서 국화를 꺽고
아득히 남산을 바라보니
산 경치는 해질 무렵에 더욱 좋고
날던 새들도 서로 더불어 돌아 오누나
이 가운데 참뜻이 있는데
말하려다가 이미 말을 잃었네
제6수
행동거지(行動擧止)가 천가닥 만가닥이니
누가 옳고 그름을 알겠는가?
옭고 그름이 구차하게 서로 형성되지만
부화뇌동(附和雷同)이 훼예포폄(毁譽褒貶)을 같이 하네
삼대 이후로 이런 날이 많았으나
전진하는 선비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쯧쯧 속세의 바보들아
또한 마땅히 하황공(夏黃公)과 기리계(綺里季)를 따라야 한다.
제7수
가을 국화가 아름다운 빛을 띠었는데
이슬에 젖으면서 그 꽃봉오리를 따도다
그 꽃봉오리를 이 근심을 잊는다는 술에 띄우니
나에게 속세를 멀리하는 정을 갖게 하네
한잔은 비록 나 홀로 들이키지만
술잔이 비면 술병은 저절로 기울이게 되지요
해가 지자 모든 움직임이 쉬고
돌아가는 새들도 숲으로 가면서 우네
동쪽 처마 밑에서 휘파람 불며 오만해 하니
애오라지 다시 이 멋진 삶을 얻는가 보다.
제8수
푸른 소나무 동쯕 정원에 있는데
뭇 초목이 그 나무의 자태를 가리우도다
엉긴 서리가 다른 종류의 것들을 죽이니
우뚝이 소나무는 높은 가지를 나타내네
숲속에 있을 때는 사람들이 알지 못하다가
홀로 된 뒤에야 사람들은 기이하게 여기네
술병을 가져다 찬 소나무 가지에 걸어 놓고
멀리 바라 보다가 때때로 다시 돌아 본다.
우리 일생은 꿈속의 환상 같은데
무슨 일로 속세의 일에 매인단 말인가?
제9수
맑은 새벽에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옷을 뒤집어 입고 가서 스스로 문을 열었다
그대에게 묻노니 "구신가요?"
농부가 좋은 생각이 있어
술병을 가지고 멀리서 와서 문안하네
그러면서 내가 시대와 어긋나고 있다고 의심하네
남루한 모습으로 초가 추녀 밑에 살면
고고한 삶이 되기에는 부족하도다
온 세상이 모두 같아지기를 바라니
그대는 그 진흙으로 진흙탕을 만드시오
그 노인의 말에 깊이 느꺼우나
타고난 성품이 조화력이 부족하네
고삐에 얽힘이 진실로 배울만 하지마는
나를 어기니 어찌 흘리는 것이 아닌가요?
바야흐로 함께 이 술을 마시며 즐깁시다
내 수레를 돌이킬 수가 없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