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진보(古文眞寶)

이조의 팔분소전을 노래함. 두보.

별관신사 2015. 9. 26. 04:03

창힐이 새 발자국을 보고 만든 글자 이미 어떤건지 모르게 되었으니

자체의 변화는 뜬 구름처럼 알 수 없네

진창의 석고도 이미 변해 버렸으니

대전과 소전의 팔분서를 낳게 했네

진나라에는 이사가 있었고 한나라에는 채웅이 있었으나

그 밖의 작가들에 대하여는 아무것도 전하지 않네

시황의 역산비도 들불에 타 버리니

대추나무 옮겨 새긴 게 전한다 하지만 자획 굵어져 진짜와 다른 것일세

고현은 한대에 세운 노자비 아직 우뚝 서 있는데

글씨란 여위면서도 힘있게 씀이 귀중한데 그래야만 신통하게 된다네

애석하게도 이사와 채옹 다시 나올수도 없으나

내 생질 이조의 글씨 그들에게 가깝고

또 상서 한택목과

병조참군 채유린이 있네

개원이래로 몇명의 팔분서 쓰는 이 있는데

이조에겐 밑에 두 아들이 있으니 합치면 세사람일세

더욱이 이조의 소전은 진상이사에 가까워서

예리한 칼과 긴 창이 삼엄하게 마주 보고 있는 듯하네

팔분서 한자는 백금의 값이 나가니

교룡이 틀임을 하여 근육이 억세 보이는 것 같네

오근의 장전이 초서를 뽐내고 있지만

초서는 옛것이 아니고 부질없이 웅장하기만 한 것일세

어찌 내 생질이 멋대로 굴지 않을만 하랴?

이사나 채옹같은 노성한 경지에 이르러 있네

파동에서 이조를만나

한 달 넘도록 내게 노래 지어줄 것을 요청하네

나는 지금 노쇠하고 재주와 능력도 없으니

이조여 ! 이조여! 그대 어이 노래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