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진보(古文眞寶)

강남에서 천보 연간의 악공을 만난 노래. 백거이.

별관신사 2015. 10. 2. 06:47

머리 의고 병든 영감이 울면서 이렇게 말하데나

안녹산이 난을 일으키기 전에 이원에 들어 갔는데

비파를 잘 타고 범곡을 익히어

늘 화청궁에서 천자 모셨었네

이때 천하는 오랬동안 태평하여

해마다 10월이면 조원각에서 잔치 별였는데

여러 관리들 앉았다 일어섰다. 하면 패옥들 서로 부딫쳤고

만국의 사절들 모이느라 수레와 말 분주했었네

여인들의 금비녀 석옹사에 번쩍거리고

난향과 사향 온천 중기에 섞여 퍼졌네

양귀비 날렵하게 임금 곁에서 시중하는데

몸은 가냘퍼서 진주와 비취의 번거로움 이기지 못하였네

겨울 눈이 휘날릴 적엔 비단 옷 따스하게 입었고

봄바람 살랑이면 얇은 비단 옷 펄렁이게 하였네

즐김에 물릴 줄 모르는 판에 안녹산 반군 쳐들어 왔는데

강한 활에 살찐 말 탄 오랑캐 말 세상에 시끄러웠네

장안 땅 사람들 딴곳으로 오랑캐 피하여 떠났으니

정호에서 만든 솥 용 타고 신선되어 가리어 황제 우셨던 꼴이었네

이로부터 떠 돌아 다니다 남녁땅에 이르렀는데

만이이 모두 죽었으되 이 한몸은 살아 남았네

가을 바람 부는 강가엔 물결 끝없이 이는데

비내리는 저녁 배 안에 술 한통 있네

물마른 연못 고기가 바람 불고 물결이는 형세 잃은지 오래된 형국인데

이 마른 풀같은 자도 일찍이비 이슬같은 천자의 은혜 입은 적 있다오

내가 장안 쪽에서 왔다고 그곳 소식 묻지 마소

여산과 위수근처 황폐한 마을처럼 되었다오

신풍의 나무 늙어 밝은 달 가리고

장생전은 어둑어둑 황혼이 깃들어 있으며

붉은 나뭇잎 어지러이 이그러진 기왓장 덮고 있고

파란 이끼 잔뜩 무너진 담을 뒤덮고 있다오

오직 내시가 궁성되어

매년 한식날에 한번씩 문을 연다 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