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근본적으로는 하나의 돌맹이 구더기 혹은 강아지와
똑같은 원칙에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 물질이나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인간이 어떻게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느냐 하는 문제는 인간이
다른 동물에서는 찿아볼 수 없는 어떤 기능이나 특성을 갖고
있느냐 하는 문제로 바뀌는데 이것은 곧 인간에 대한 정의의
문제에 귀결된다. 인간이 갖고있는 생리기능이나 먹고 자고
성장해서 생식하고 노화하는 과정으로 보아서 인간은 원숭이는
물론 개나 돼지와도 근본적으로 다른바가 없다.
그러면서 우리는 인간만이 어떤 특수한 기능을 갖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인간만이 어떤 형태인가의 최소한의
문화를 갖고 있다. 인간만이 주어진 자연을 자기의 뜻대로
변화해 간다. 이와 같은 인간은 흔히 합리적동물 또는 논리적
동물 사회적동물 언어사용동물 등으로 불린다.이와같은 인간
정의는 합리성 윤리성 사회성 언어등의 개념을 분명히 하지
않고서는 무의미한 정의가 된다. 왜냐하면 위와 같은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 따라서 인간 아닌 동물도 합리적 논리적
사회적 존재라고 말할 수 있고 새나 돼지도 언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합리성이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의미한다면 키가 닿지않는 나무가지에 매달린
바나나를 따먹기 위해 궤짝을 괴어놓고 막대기로 두드려서
떨어트리는 침팬지의 행동은 확실히 합리적인 행동이라고 할 수
있고 윤리성이 옳고 그름을 따지는 능력을 따지는 능력을 의미
한다면 왕벌이 말을 듣지않는 다른 벌을 잡아죽이는 행위도
윤리적인 윤리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또 한편 사회성인 집단
생활이 분업화를 뜻한다면 개미나 벌은 발달된 훌륭한 사회생활
을 하고 있다 할 것이요. 언어가 의사전달 방법을 뜻한다면 다른
동물들도 발달된 차이는 있을 지언정 각기 언어를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에서 관찰될 수 있는
합리성 윤리성 사회성 언어는 생리적인 식욕이나 마찬가지로
순전히 본능에 지배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동물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자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행위는 그들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 결정되지 않는다.
바꾸어 말하면 그들의 행위는 어떤 종류의 것이든 간에 완전히
자연의 일부 즉 자연의 현상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이에 반해서
인간은 비록 동물보다도 겉으로 봐선 덜 합리적이거나 덜 사회
적인 행위를 하더라도 그는 자기가 하는 일을 의식한다. 이것은
다름아닌 경험주체로써의 자기자신을 경험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객관화의 기능인 자의식을 뜻한다. 주체로써의 나는
나 아닌 다른사람들이나 현상들을 객관화해서 거리를 두고
관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과도 거리를 둘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거리는 물론 공간적 거리가 아니라 논리적 거리를 의미
한다. 나는 이런 논리적 거리가 바로 자유라고 믿는다. 주체와
객체와의 논리적 거리는 일종의 공간을 낳게 하는데 자유는
다름아닌 공간에 의해서 가능하게 된다. 언어는 주체와 객체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에 일종의 쐐기와 같이 끼어있는 존재다.
엄밀한 의미에 있어서의 언어 즉 동물이 사용하는 본능에 의한
의사소통 방법과는 다른 인간 언어는 메타포를 조금식 써서
표현하자면 자연의 외부에 존재하는 자연아닌 현상이다.
다시 말하면 어떤 의미에서 자연법칙을 벗어나서 존재한다.
동물언어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서 공동적인 데 반하여
인간 언어는 어떤 우연의 결과이긴 하지만 가지각색이라는 것
한 언어가 계속해서 변천한다는 사실 그리고 한국인이 영어를
배우거나 불어를 배워서 같은 뜻을 여러가지 다른 양식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인간 언어가 자연밖에 있다는 것 즉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규칙(rule) 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언어를 쓰게 되기 이전에는 자의식이 있을 수 없다고 믿어진다.
자의식과 언어사용 능력은 결국 똑같은 하나의 현상을 두고
가리키는 두가지 표현방법에 불과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따라서 언어사용 이전의 유아는 엄격한 의미에서 아직 인간
이라기 보다 동물에 가깝다. 그 많은 동물 가운데서 현재까지는
인간만이 엄밀한 의미에서 자의식을 가질 능력이 있고 언어를
사용할 가능성을 갖고 태어난다.
언어사용 능력에 의해서 특정되는 인간의 세계는 자연세계로 부터
의미세계로 변한다. 오직 인간만이 의미세계 속에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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