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교수님 중 한 분은, 선생님께서 저희들에게 하시는 말씀이 비현실적이라고
하십니다. 그 교수님은 선생님께 120루피의 봉급으로 아들 여섯 딸 여섯을 한번 길러 보라고
비아냥거리시더군요. 이 비판에 대한 선생님의 대답을 듣고 싶습니다.
크리슈나무르티: 내 봉급이 120루피밖에 안 된다면 나는 아들 여섯 딸 여섯을 기르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게 내 첫번째 대답입니다. 두번째는, 내가 교수였다면, 나는 그것을
헌신의 수단으로 삼았지 밥벌이의 수단으로 삼지는 않았으리라는 것입니다. 헌신과 밥벌이
수단의 차이를 알겠습니까? 어떤 것을 가르치든, 가르친다는 일은 직업일 수 없습니다.
밥벌이의 수단일 수 없습니다. 그건 헌신하는 행위입니다. '헌신'이라는 말뜻은 알고
있겠지요? 헌신한다는 것은, 반대급부를 전혀 바라지 않고 자신을 완전히 어떤 것에 바친다는
뜻입니다. 수도승처럼, 은자처럼, 위대한 스승이나 과학자들처럼 자신을 바치는게 헌신이지,
시험에 합격하고, 그래서 자신이 교수라고 불리는 건 헌신이 아닙니다. 나는 지금,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소명 의식 때문에, 그 일에 대한 사랑 때문에 자신을 가르침에 헌신한
사람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선생님이 있다면, 이들은 내가 말하고 있는걸
소년 소녀들에게 훌륭하게 가르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르치는 일을 밥벌이 수단으로
삼고 있는 선생님, 교육자, 교수 - 내 말이 비현실적이라고 하는 분들은 바로 이런
분들입니다. 현실적이라는 게 뭡니까? 한번 생각해 봅시다. 우리가 지금 사는 방식, 우리가
지금 가르치고 있는 방식, 끊임없이 전쟁이나 일으키는 부패한 정부가 꾸려 나가고 있는
정치 - 이걸 '현실적'이라고 하는 겁니까? 야심이 현실적입니까? 탐욕이 현실적입니까?
야심은 경쟁을 낳습니다. 이 경쟁이 인간을 파괴합니다. 탐욕과 소유욕에 그 바탕을 두고
있는 사회는 늘 그 안에서 전쟁과 갈등과 고통의 싹을 틔우고 있습니다. 이게 현실적입니까?
분명히 아닙니다. 내가 기회 있을 때마다 여러분에게 말하려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사랑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현실적인 것입니다. 사랑하는 것, 친절을 보이는 것,
탐욕과 야심을 버리는 것, 다른 사람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고 혼자 생각하는 것 - 이런
것들이야말로 현실적입니다. 이런 것들은 현실적인 사회, 행복한 사회를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그러나, 헌신하지 않는 선생님, 사랑하지 않는 선생님, 이름 뒤로 학위를 거느리고
다니되 책에서 건져 낸 정보의 전달자에 지나지 않는 사람 - 이런 사람은 모든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본 적이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되는 일입니다. 혼자 설 수도 없고, 스스로 어떤
문제를 생각할 줄도 무르는 시민이나 길러내는 이른바 교육이라는 것의 말도 안되는
현실성보다 훨씬 현실적으로 되는 일입니다.
잘 들으세요. 이런 일이 깨어 있는 일입니다. 한쪽 구석에서 그들이 시시덕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진지한 작업을 계속하는 것, 이것이 바로 깨어 있는
일입니다.
어른들에게 있어서 참으로 곤란한 것은, 자기네 삶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으면서,
여러분에게 "무엇이 현실적이고 무엇이 아닌지 가르쳐 주겠다."고 하는 일입니다. 지금은
형편없이 타락했지만 가르침이라는 것은 삶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소명입니다. 가장
고귀하고 고상한 소명입니다. 그러니 선생님은 마땅히 헌신해야 합니다. 교육에 온몸을
바쳐야 합니다. 온 마음 온 정성 온 존재를 던져 가르쳐야 합니다. 이 헌신이 있어야 참
가르침이 가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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