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의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눈.

중간계 여행 안내서

별관신사 2013. 6. 14. 02:51

저승 중간계에서 드리는 기도


스승을 통해 나타난 붓다의 세 몸께 절하나이다:
무한한 빛이며 진리의 몸이신 아미타바께 절하나이다.
자애로운 모습과 무서운 모습으로 나타나시는
연꽃 붓다들의 깨달은 몸 앞에 절하나이다.
중생들의 구원자로 나투시는 파드마 삼바바께 절하나이다.

산스크리트어 이름 아미타바 의 문자적인 뜻은 무한한 빛(無量
光) 이다. 아미타바는 서쪽에 있는 붓다의 땅 수카바티를 지배
하는 붓다이며, 탄트라에서는 연꽃 계열 붓다의 우두머리로 등
장한다. 기도하는 사람은 여기에서 그를, 붓다의 속성 중에서

궁극적인 실재성을 상징하는 진리의 몸(法身)이라고 고백한다.
연꽃 계열 붓다와 보살들은 붓다의 속성 중에서 초월적인 지혜
를 상징하는 깨달은 몸(報身)과 관련되어 있다. 파드마 삼바바
는 인간으로 나타난 붓다의 나투는 몸(化身)이다. 수행자는 스

승을 붓다의 세 몸이 구현된 존재로 보고 경의를 표한다. 현대
인들로서는 자기가 편안하게 느끼는 존재를 대신 설정하고, 그
에게 기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삼위일체나 유일한 하느님을
경배와 기도의 대상으로 삼는 것도 괜찮다.

이 책 <중간계에서 듣고 이해함으로써 그 자리에서 절대 자
유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위대한 가르침>은 평범한 수행자들로
하여금 중간계를 통과하는 동안 절대 자유의 경지에 이르게 하
는 방편이다.

[준비]

뛰어난 수행자라면 적절한 수행을 통해 절대 자유의 경지에
이를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못한 평범한 수행자라면, 죽음 중간
계에서 의식을 이동시키는 수행 을 함으로써 절대 자유의 경지
에 이를 수 있다.

의식을 이동시키는 수행 은 티벳어 포바 pho-ba의 번역이다.
포바는 지극히 미묘한 의식이 정수리를 통해 육체에서 빠져나
가 붓다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고도로 숙련된 요기와 요기니들

만이 할 수 있는 수행이다. 이 수행법은 입문을 해야만 배울 수
있다. 육체와 미묘한 신경 에너지인 의식을 분리하는 수행을 오
랜 세월 반복함으로써 의식을 성공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명상을 통한 자유> 문헌은, 이 구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의

식을 이동시키는 수행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
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입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이 수행을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 포

바 는 흔히 나로빠 6법 이라고 하는 나로빠가 체계를 세운 6가
지 요가에도 포함되어 있다. 의식전이행법(意識轉移行法)이 곧
그것이다. 역자주]

의식을 이동시키는 수행도 할 수 없는 사람은, 중간계를 여행
하는 동안 <중간계에서 듣고 이해함으로써 그 자리에서 절대 자
유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위대한 가르침>에 계속 귀를 기울이도
록 하라.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죽음의 징조를 통해 그 자리에서 절
대 자유의 경지에 이르는 길>에 나오는 내용을 숙지하여, 차례
로 나타나는 죽음의 징조들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죽음의 징조를 통해 그 자리에서 절대 자유의 경지에 이르는
길>은 <중간계에서 듣고 이해함으로써 그 자리에서 절대 자유
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위대한 가르침>과 함께 <명상을 통한

자유> 문헌에 포함되어 있다. 그 안에는 여러 가지 죽음의 징
조, 꿈에 대한 해석, 의학적인 관찰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 내용을 기초로 죽음을 예견할 수 있다.

나타나는 여러 가지 징조들로 미루어 죽은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면, 죽은 자로 하여금 의식의 이동을 통해 그 자리에서
절대 자유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수행을 하도록 일러 주라. 의

식이 성공적으로 이동되면, 이 책 <중간계에서 듣고 이해함으로
써 그 자리에서 절대 자유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위대한 가르
침>은 읽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의식의 이동이 성공적으로 이
루어지지 않으면, 시신 옆에서 이 책을 또렷한 발음으로 읽어
주라.

시신이 없는 경우에는 생전에 그가 사용하던 침상이나 의자
옆에서 읽어 주라. 그가 그대 앞에 앉아서 그대의 말을 듣고 있
다고 생각하고, 진리의 힘에 대해 확신을 갖도록 권고한 다음
이 책 <중간계에서 듣고 이해함으로써 그 자리에서 절대 자유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위대한 가르침>을 읽어 주라. 이 책을 읽는
동안 가족이나 친지들이 슬퍼하거나 울면 안된다. 조용히 있어
야 한다. 슬퍼하거나 울면 죽은 자의 영혼이 혼란스러워진다.

시신이 곁에 있으면, 외적인 숨은 멎었지만 내적인 숨이 아직
끊어지지 않고 지속되고 있는 동안, 그의 스승이나 동료 또는
믿고 의지하던 친척이나 친구가 입술이 귀에 닿지 않도록 조심
하면서 이 책을 읽어 주도록 하라.

[실제적인 적용]

이 책에 나오는 모든 내용을 다 읽을 필요는 없다. 그렇게 하면
죽은 자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 굵은 큰 글씨로 인쇄된 부분
만 읽어 주면 된다. 나머지는 언제 어떻게 읽어 줄 것인가를 알
려 주는 해설이다.

먼저 3가지 보물(三寶) 앞에 정성껏 준비한 제물을 바쳐야 한
다. 그럴 수 없는 경우에는 성대한 제물을 바친다고 구체적으로
상상하면서 마음으로 상징적인 제사를 드려라. 그런 다음 <붓다

와 보살들께 도움을 청하는 기도>를 3번 또는 7번 반복하라. 그
리고 <중간계 여행의 두려움에서 구원을 청하는 기도>와 <여섯
중간계에 들어가기 전에 드리는 기도>를 선율에 맞추어 큰 소리

로 암송하라. <중간계에서 듣고 이해함으로써 그 자리에서 절대
자유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위대한 가르침>은 그 다음에 3번이
나 7번 반복해서 읽어라. 읽는 회수는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
다.

3가지 보물 은 붓다(佛)와 그의 가르침(法) 그리고 그 가르침을
따르는 공동체(僧)를 가리킨다. 본문은 제단을 마련하고 제물을
바칠 것을 요구한다. 불상과 때에 따라서는 불경을 함께 모셔

놓은 제단 위에 제물을 바친다. 꽃으로 장식한 제단 위에 향을
피우고 촛불을 켜고 정화수를 바친다. 정성껏 준비한 다른 제물
도 올려놓는다. 외적인 제물이 없이, 시각화 상상을 통해서도

제사를 드릴 수 있다.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찬 우주를 시각적
으로 그리고 깨달은 존재들께 그 우주를 제물로 바친다. 죽은
사람이 그대와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었다면, 그의 종교에서 거
룩하게 여기는 상징이나 경전이나 제물을 사용해서 이 과정을

진행한다. 죽은 사람이 종교가 없는 사람이라면, 그가 기분 좋
게 여길 만한 환경을 상상 속으로 만들어 이 과정을 진행한다.
<붓다와 보살들께 도움을 청하는 기도>, <중간계 여행의 두려
움에서 구원을 청하는 기도>, <여섯 중간계에 들어가기 전에
드리는 기도>는 5장에 본문이 실려 있다.

[죽음 중간계에서 경험하는 투명한 빛]

여기서 경험하는 온 천지에 충만한 투명한 빛 은 햇빛이나 달
빛과는 다르다. 어두움도 아니다. 본문에서 이 단락의 제목은
<저승 중간계에서 드리는 기도>로 되어 있다. 저승 중간계와

죽음 중간계는 다르다. 그런데 여기서는 죽음 중간계에서의 경
험을 말하고 있는데, 제목 때문에 저승 중간계의 경험 인줄 착
각할 우려가 있다. 죽음 직후의 짧은 기간인 죽음 중간계는 다

시 둘로 나뉜다. 하나는 투명한 빛 중간계이고 다른 하나는 이
름이 없다. 투명한 빛 중간계는 의식이 미묘한 신경 시스템의
중앙 통로에서 완전히 빠져 나오기 전에 나타난다. 의식이 완전

히 빠져 나온 다음에는 두 번째 단계의 죽음 중간계가 시작된
다. 의식은 정수리를 통해 빠져 나올 수도 있고 다른 길로 빠져
나올 수도 있다. 이 책에서는 죽음 중간계의 첫 번째 단계를 중
앙 통로에서 투명한 빛을 경험하는 죽음 중간계 라고 부르고,

두 번째 단계를 몸 밖에서 투명한 빛을 경험하는 죽음 중간계
라고 하겠다. 중앙 통로에서 투명한 빛을 경험하는 죽음 중간계
는 호흡이 멎은 직후에 나타나며, 몸 밖에서 투명한 빛을 경험
하는 죽음 중간계는 그 뒤를 이어 나타난다.

죽음의 전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통과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면 죽음 중간계 기간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기임을 알아야 한
다. 의식을 절대 자유의 경지로 인도하기 위해서는, 아니면 최

소한 붓다의 땅과 깨달음을 향해 방향을 돌리도록 하려면 이 기
간이 최적기이다. 모든 생명체, 특히 인간은 죽는 순간에 본능
적인 습관과 무지와 망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맞

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티벳 사람들은 누가 죽을 때, 죽는 사
람이 병원 응급실 같은 혼란스러움 속에서 놀라지 않게 하려고
조용한 분위기를 만든다. 임종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죽음을 향
해 여행을 떠나는 사람의 숨이 멎은 다음에도 여러 시간 그런
분위기를 유지한다.

티벳어 본문에는 각 단락마다 소제목이 붙어 있다. 읽는 사람으
로 하여금 상황을 올바로 판단하고 정확하게 읽게 하기 위해서
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본문을 간단명료하게 하려고 번잡스
러운 소제목은 모두 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