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앙 통로에서 투명한 빛을 경험하는 중간계
중간계 라는 말은 적어도 3가지 의미로 쓰인다. 그래서 약간 혼
동될 우려가 있다. 첫째, 가장 일상적인 의미는 죽음에서 재탄
생에 이르는 전 과정을 가리킨다. 둘째, 전문적인 의미로는 삶
과 죽음과 재탄생의 전 과정인 여섯 중간계를 일컫는다. 여섯
중간계는 이승 중간계, 꿈 중간계, 명상 중간계, 죽음 중간계, 저
승 중간계, 탄생 중간계로 이루어져 있다. 일상적인 의미로 사
용하는 중간계라는 말 속에는 죽음 중간계, 저승 중간계, 탄생
중간계가 포함되어 있는 셈이다. 셋째, 여섯 중간계 중에서 어
떤 특정한 시기에 경험하게 되는 특정한 중간계 상태 도 중간
계 라는 말로 표현한다.
죽음 중간계는 다시 두 단계의 중간계, 즉 중앙 통로에서 투명
한 빛을 경험하는 중간계와 몸 밖에서 투명한 빛을 경험하는 중
간계로 나누어진다. 저승 중간계 역시 자애로운 붓다와 보살들
이 나타나는 중간계와 무서운 모습의 붓다와 보살들이 나타나
는 중간계로 구분된다. 자애로운 모습과 무서운 모습의 붓다와
보살들이 나타나는 저승 중간계의 두 단계는 다시 첫째 날, 둘
째 날 하는 식으로 나누어진다. 본문에서는 이 모두를 중간계라
는 말로 일컫고 있다. 이 책에서는 혼동을 피하기 위해, 기본적
인 여섯 중간계 이외의 구분은 (무슨 무슨) 중간계 단계 라는
말로 표현했다. 때에 따라서는 아예 중간계라는 말을 빼 버리기
도 했다.
이 책 <중간계에서 듣고 이해함으로써 그 자리에서 절대 자
유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위대한 가르침>은 모든 종류의 사람에
게 읽어 주어야 한다. 투명한 빛이 무엇인지 이해는 했으나 체
험하지 못한 사람, 체험은 했으나 수행이 부족하여 체험을 깊이
심화시키지 못한 사람, 또는 에고 의식이 강해 어떤 가르침도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 모두에게 읽어 주라. 그대가 읽어 주는
것을 듣고 그들이 투명한 빛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게 된다면, 다
른 중간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상승하여,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진리의 몸을 성취할 것이다.
여기에는 <중간계에서 듣고 이해함으로써 그 자리에서 절대 자
유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위대한 가르침>의 위력이 나타나 있
다. 중간계 상태의 의식은 매우 유동적이기 때문에, 실재를 이
해하는 것만으로도 완전한 변형이 일어난다. 진리를 듣고 이해
하는 즉시 그 자리에서 절대 자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중간계에서 듣고 이해함으로써 그 자리에서 절대 자유의 경
지에 이르게 하는 위대한 가르침>은 생전에 죽은 사람을 가르쳤
던 스승이 읽어 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럴 수 없는 경우
에는 같은 신앙 고백을 하던 영적인 형제 자매가 읽어 주도록
하라. 그들이 그 자리에 없으면, 같은 영적인 전통에 속한 누군
가가 읽도록 하라. 그것도 불가능하면, 아무나 큰소리로 또박또
박 여러 차례 읽어 주도록 하라. 그러면 죽은 사람은 생전에 스
승이 가르쳐 준 것을 기억하고, 투명한 빛을 인식함과 동시에
즉시 절대 자유의 경지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분명히 그렇게
될 것이다.
티벳어는 가르침이나 교훈에서 인칭 대명사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인칭 대명사를 3인칭 주어로 사용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경우에도 남녀 성의 구별이 없다. 대부
분의 영적인 스승이 남자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티벳에는 여
자 스승 또는 여자 라마도 있다. 죽음에는 성의 구별이 없다. 남
자가 죽는 만큼 여자도 죽는다. 이 번역에서 남성 인칭 대명사
만 사용한다면, 티벳 사람들이 마치 성차별주의자인 것처럼 보
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번번이 그 또는 그녀 라고 하는 것도
어색하다. 그래서 이 번역에서는 남성 인칭 대명사와 여성 인칭
대명사를 자유롭게 번갈아 가면서 사용했다.
<중간계에서 듣고 이해함으로써 그 자리에서 절대 자유의 경
지에 이르게 하는 위대한 가르침>을 읽어 줄 시기는 다음과 같
다. 숨이 멎고, 전신에 퍼져 있던 프라나[氣]가 중앙 통로로 퇴각
하면서 의식이 투명한 빛을 경험하게 된다. 프라나가 중앙의 좌
우 통로[이다와 핑갈라]로 퇴각할 때 중간계의 환상이 보이기 시
작하는데,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 전에 이 책을 읽어 주어야 한
다. 외적인 숨이 멎은 다음에도 내적인 숨은 (중앙 통로 안에)
남아 있다. 이 때가 이 책을 읽어 줄 적절한 시기이다.
숨이 멎으려는 순간에 의식이 이미 성공적으로 이동되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그러나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읽
어 주라:
오, 고귀한 가문의 자손 아무개여! 진리의 길을 찾을 때가 왔
소. 지금 그대의 숨이 멎으려 하고 있소. 숨이 멎자 마자 첫 번
째 중간계의 투명한 빛이 나타날 것이오. 그 빛에 대해서는 그
대의 스승에게 들은 바가 있을 것이오. 허공처럼 비어 있고, 중
심도 없고 경계도 없는, 투명한 그 빛은 실재의 본질이자 그대
의 순수한 마음이라오. 그 빛이 나타나면, 그 빛이 그대 자신인
줄 알고 그 속에 머물러 있도록 하시오. 이 점에 대해서는 그
빛이 나타날 때 다시 일러 드리리다.
중간계 첫 번째 단계에서 나타나는 투명한 빛을 인식하라는 가
르침이다. 이 책 8장에 실려 있는 <지적인 이해력을 통해, 있는
그대로를 봄으로써 그 자리에서 절대 자유의 경지에 이르는
길>에는 투명한 빛을 인식하는 것과 관련된 자세한 설명이 있
다. 투명한 빛으로 나타나는 순수한 각성은 형태도 내용도 없
다. 주관적인 느낌도 아니도 객관적인 대상도 아닌 것처럼 보인
다. 이원성에 사로잡힌 사람은 보는 자 와 보이는 대상 을 구별
하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투명한 빛이 나타날 때, 그것을 외적
인 대상으로 여긴다. 그 빛이 자기 자신의 순수한 각성인 줄을
모르고 두려워한다. 그래서 그 빛 속에 머물지 못한다. 죽는 사
람으로 하여금 첫 번째 단계에서 나타나는 투명한 빛이 곧 자기
자신, 즉 에고가 사라진 자신의 본성임을 인식하도록 권면하라
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죽는 사람이 마음 속으로 확신할 수 있도록, 외적인 숨이 멎
기 전에 이 가르침을 여러 번 반복해서 들려주도록 하라. 숨이
멎으려고 하면 사자가 누워 있는 자세처럼 오른 쪽으로 돌려 눕
히고, 목에 있는 양쪽 경동맥을 눌러라. 피가 통하지 않도록 세
게 눌러서 잠에 빠지지 않도록 하라. 그러면 프라나가 중앙 통
로로 들어가 다시 빠져 나오지 않고, 정수리에 있는 브라흐마의
구멍을 통해 빠져나갈 것이다.
숨이 멎는 순간을 알아차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고도로
숙련된 경험자가 아니고는 그 순간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오른 쪽으로 돌려 눕히고 경동맥을 압박하
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브라흐마의 구멍 은
정수리에 있는 숫구멍[頂門]을 가리킨다. 미묘한 에너지로 이루
어져 있는 영혼은 그 구멍을 통해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 영혼
을 이동시키는 수행을 통해서도 빠져나갈 수 있고, <중간계에
서 듣고 이해함으로써 그 자리에서 절대 자유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위대한 가르침>을 듣고 이해함으로써도 그렇게 빠져나갈
수 있다.
이때 앞에서 읽은 내용을 다시 한 번 읽어 주어라. 영혼이 브
라흐마의 구멍을 통해 빠져나가는 순간, 몸 밖에서 투명한 빛을
경험하는 중간계 로 들어감과 동시에 진리의 몸에 대한 순수한
각성이 생긴다. 이 경험은 누구나 한다. 외적인 숨이 멎은 후에
도 내적인 숨은 한동안 남아 있다. 이때 온 몸에 퍼져 있던 프
라나가 중앙 통로로 퇴각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의식을 잃었다
고 말한다. 이 상태가 지속되는 기간은 일정하지 않다. 어떻게
살았느냐, 또는 프라나와 의식-에너지 통로를 활성화시키는 수행
을 얼마나 했느냐에 따라 개인적으로 차이가 난다. 수행을 통해
정신의 안정을 오래 지속시킬 수 있던 사람이나 의식-에너지 통
로를 상당히 활성화시킨 사람에게는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앞에서 읽은 내용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
주도록 하라. 그래서 그의 결단이 확고해지게 하라. 눈, 코, 귀
등의 감각 기관에서 누런 액체가 흘러나올 때까지 거듭거듭 읽
어 주어라. 악으로 일관된 삶을 산 사람이나 의식-에너지 통로가
막혀 있는 사람에게는 몸 밖에서 투명한 빛을 경험하는 중간계
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상태가
한 끼 밥 먹는 시간 정도만 지속될 것이다. 대부분의 경전과 탄
트라 문헌은, 외적인 숨이 멎은 후 의식이 중앙 통로에 머무는
기간을 4일 반 정도라고 말하고 있다. 어쨌든 죽는 사람이 이
상태에 머무는 동안 투명한 빛에 대해서 거듭거듭 설명해 주어
야 한다.
설명해 주는 방법은 이렇다. 생전에 받은 가르침에 따라 스스
로 죽음의 해체 과정을 갈 수 있는 사람이라면 문제가 없다. 하
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이라면, 그의 스승이나 영적인 형제 자매
또는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곁에 앉아서 해체 과정에서 단계적
으로 나타나는 징조들을 다음과 같이 알려 주어야 한다.
지금 그대가 보고 있는 신기루는 흙의 요소가 물의 요소로
해체되고 있는 징조라오. 자욱한 연기는 물의 요소가 불의 요소
로 해체되고 있는 징조라오. 반짝이는 반딧불은 불의 요소가 바
람의 요소로 해체되고 있는 징조라오. 밝은 촛불은 바람의 요소
가 의식[空]으로 해체되고 있는 징조라오. 달빛 밝은 하늘은 의
식이 1단계 직관으로 해체되고 있는 징조라오. 햇빛 찬란한 하
늘은 1단계 직관이 2단계 직관으로 해체되고 있는 징조라오. 순
수한 어두움은 2단계 직관이 3단계 직관으로 해체되고 있는 징
조라오. 투명한 새벽 빛은 3단계 직관이 투명한 빛 속으로 해체
되어 들어가는 징조라오.
본문에는 신기루를 비롯한 여러 징조들 로 되어 있는데, 번역
에서는 8단계 해체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든 징조들을 재구성하
여 삽입했다. 죽음의 길을 가는 사람에게는 이 징조들을 이해하
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 징조들을 이해하면 낯선 영역으로
들어가는 데 따른 두려움을 극복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죽음의 징조가 모두 나타난 다음에는, 그의 깨달은 존재의 마
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권면하라. 만약 죽음의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이 승려라면 다음과 같이 부드럽게 말하라.
존경하는 스님! 스님의 영적인 인식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십
시오.
깨달은 존재의 마음 은 산스크리트어 보디치타bodhichitta의 번
역이고, 영적인 인식 은 보디치토트파다bodhicittotpada의 번역
이다. 둘 다 중생을 고통에서 구원하기로 맹세한 메시아적인 영
웅, 보디사트바(菩薩)의 영적인 특징이다. 깨달은 마음 과 영적
인 인식 은 완전한 깨달음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중생을 고통
에서 건져 행복으로 인도하겠다는 결심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이
다. 보디사트바의 사랑과 자비는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지
혜와 모든 중생이 무한한 상호 관계 속에 있다는 깨달음에서 나
온다. 티벳 사람들은 이타적인 태도가 자신의 운명에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역설적인 믿음을 갖고 있다. 따라서 죽음의
길을 가고 있는 사람에게 이러한 영적인 인식을 되새기도록 하
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만약 죽음의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이 승려가 아닌 일반인이라
면 그의 이름을 부르고 다름과 같이 말하라.
오, 고귀한 가문의 자손 아무개여! 그대가 지금 맞이하고 있
는 것이 소위 죽음 이라는 것이오. 그러므로 그대는 그대의 영
적인 인식에 따라 행동하도록 하오. 다음과 같은 태도를 갖도록
하시오. 아! 이제 죽는구나. 이 죽음을 기회로 삼아 완전한 깨
달음을 얻으리라. 사랑과 자비로 충만한 깨달은 존재의 마음에
초점을 맞추고, 우주를 가득 메운 중생들을 위해 완전한 불성을
성취하고 말리라. 특히 이런 생각을 품도록 하시오. 모든 중생
을 위해, 지금 내가 경험하는 죽음의 투명한 빛을 붓다의 진리
의 몸으로 인식하리라. 이 체험 속에서, 마하무드라[大印]의 지고
한 깨달음을 얻으리라. 그리하여 모든 중생을 바른 길로 인도하
리라. 혹시 완전한 깨달음을 얻지 못할지라도, 중간계를 지나는
동안 이것이 중간계라는 것만큼은 인식하리라. 그리하여 중간계
에서 마하무드라의 통합된 몸을 성취하여, 무한한 우주를 가득
메운 중생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리라. 필요한 때 필요한 모습으
로 나타나 그들을 인도하리라. 그대는 이같은 영적인 인식이
약해지지 않도록 하시오. 그대가 생전에 들은 영적인 가르침과
수행을 통해 얻은 체험을 기억하도록 하시오.
산스크리트어 마하무드라mahamudra의 문자적인 뜻은 위대한
도장(大印) 이다. 궁극적인 실재인 우주적인 비어-있음 에 대한
체험적인 깨달음을 가리킨다. 이 상태에 도달하면 비어-있음 의
본질인 투명한 지혜와 하나 됨으로써 우주적인 오르가즘을 체
험한다. 마하무드라는 위대한 완성 이라는 말과 함께, 탄트라
수행의 최고 경지를 일컫는다.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사람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 분명한
발음으로 읽어 주도록 하라. 그의 마음이 한 순간이라도 흩어지
지 않도록, 간청하는 심정으로 읽어 주어라.
외적인 숨이 완전히 멎으면, 목에 있는 경동맥을 세게 누르고
다음과 같이 말하라.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사람이 승려나 영적
으로 높은 경지의 수행을 쌓은 사람이라면 이렇게 말하라.
존경하는 스승이시여! 지금 당신에게 근원적인 투명한 빛이
밝아 오고 있습니다. 그것을 인식하도록 하십시오. 부디 그 빛과
하나 되도록 하십시오.
승려나 높은 경지에 도달한 수행자가 아니라면 이렇게 말하
라.
오, 고귀한 가문의 자손 아무개여! 지금부터 하는 말을 잘 듣
기 바라오. 지금 근원적인 실재의 순수하고 투명한 빛이 그대에
게 비치고 있소. 그것을 알아차리도록 하시오. 오, 고귀한 가문
의 자손이여. 그 빛은 본래 투명하게 비어-있는 그대 자신의 의
식이라오. 그대의 의식은 원래 구성 물질도 없고, 어떤 특징이나
색깔도 없는 궁극적인 실재 그 자체라오. 투명하게 비어-있는
그대의 의식[空]과 어머니 사만타바드리(普賢) 붓다는 원래 하나
라오. 그대의 의식이 비어 있다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뜻이
아니오. 그대의 의식은 끊임없이 빛을 발하며 진동하고 있소. 끊
임없이 빛을 발하며 진동하고 있는 그대 의식의 각성이 곧 아버
지 사만타바드라(普賢) 붓다라오. 그대의 본래 의식은 물질적인
실체가 없는 비어 있음 이라오. 끊임없이 빛을 발하며 진동하고
있는 비어-있음 , 즉 그대의 각성된 의식이 곧 붓다의 진리의 몸
(法身)이라오. 그대의 의식과 투명하게 비어-있는 무한한 빛은
구별할 수 없다오. 그대의 의식은 태어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영원한 빛의 붓다[아미타바]라오. 이 점을 확실히 인식하도록 하
시오. 그대의 순수한 의식이 곧 붓다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그대
의 의식이 모든 붓다들의 깨달음 상태에 안주하고 있는 모습에
주목하도록 하시오.
보현보살(普賢菩薩)의 산스크리트어 이름 사만타바드라와 여성
형 사만타바드리의 문자적인 뜻은 완전한 선 (all-around good
ness)이다. 사만타바드라는 아바탐사카 수트라(Avatamsaka-sut
ra 華嚴經)에 나오는 유명한 보살이다. 그는 아무리 작은 것이
든지 아무리 큰 것이든지, 어느 곳에든지 자유자재로 깃들어,
동시 다발적으로 선을 행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자면
아원자 세계로 들어가 그 세계의 중생들을 아원자 세계의 붓다
들께 인도함과 동시에, 현상 세계에 나타나 현상 세계의 중생들
을 진리의 길로 인도하기도 한다. 어머니 사만타바드리 와 아
버지 사만타바드라 의 결합은 투명하게 비어 있는 의식의 본질
[空]과 그에 대한 각성[진동하는 빛]의 영원한 결합을 상징한다.
그 결합체가 곧 진리의 몸(法身)이며, 결합의 결과가 무한한 희
열(法悅)이다.
이 부분의 설명은 요가 탄트라의 4단계 입문 중에서 제 3단계
입문(智慧入門)의 내용과 비슷하다. 궁극적인 실재(法身)는 태어
난 것도 아니고, 노력으로 만들어 낸 것도 아니다. 궁극적인 실
재는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영원토록 각성 상태로 존재한다.
그러므로 깨닫기 위한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모든 존재
가 이미 깨달음 상태에 있다. 필요한 것은 궁극적인 실재와 자
신이 지금 하나라는 사실에 대한 이해뿐이다. 그러면 그 자리
에서 절대 자유의 경지에 도달한다.
이것을 똑똑한 발음으로 명확하게 읽어 주어라. 3번이나 7번
반복해서 읽어 주도록 하라. 첫 번째 읽어 줄 때는 생전에 배운
스승의 가르침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읽어 줄 때는 투
명하게 빛나는 자신의 순수한 각성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세
번째 읽어 줄 때는 자신의 본성과 진리의 몸이 하나임을 인식하
고 그 결합 상태에 머물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틀림없이 절대
자유의 경지에 이를 것이다. 죽음의 길을 가는 사람이 첫 번째
단계에서 나타나는 투명한 빛을 인식하기만 하면 틀림없이 절대
자유의 경지에 이르게 되어 있다.
중간계 라는 말은 적어도 3가지 의미로 쓰인다. 그래서 약간 혼
동될 우려가 있다. 첫째, 가장 일상적인 의미는 죽음에서 재탄
생에 이르는 전 과정을 가리킨다. 둘째, 전문적인 의미로는 삶
과 죽음과 재탄생의 전 과정인 여섯 중간계를 일컫는다. 여섯
중간계는 이승 중간계, 꿈 중간계, 명상 중간계, 죽음 중간계, 저
승 중간계, 탄생 중간계로 이루어져 있다. 일상적인 의미로 사
용하는 중간계라는 말 속에는 죽음 중간계, 저승 중간계, 탄생
중간계가 포함되어 있는 셈이다. 셋째, 여섯 중간계 중에서 어
떤 특정한 시기에 경험하게 되는 특정한 중간계 상태 도 중간
계 라는 말로 표현한다.
죽음 중간계는 다시 두 단계의 중간계, 즉 중앙 통로에서 투명
한 빛을 경험하는 중간계와 몸 밖에서 투명한 빛을 경험하는 중
간계로 나누어진다. 저승 중간계 역시 자애로운 붓다와 보살들
이 나타나는 중간계와 무서운 모습의 붓다와 보살들이 나타나
는 중간계로 구분된다. 자애로운 모습과 무서운 모습의 붓다와
보살들이 나타나는 저승 중간계의 두 단계는 다시 첫째 날, 둘
째 날 하는 식으로 나누어진다. 본문에서는 이 모두를 중간계라
는 말로 일컫고 있다. 이 책에서는 혼동을 피하기 위해, 기본적
인 여섯 중간계 이외의 구분은 (무슨 무슨) 중간계 단계 라는
말로 표현했다. 때에 따라서는 아예 중간계라는 말을 빼 버리기
도 했다.
이 책 <중간계에서 듣고 이해함으로써 그 자리에서 절대 자
유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위대한 가르침>은 모든 종류의 사람에
게 읽어 주어야 한다. 투명한 빛이 무엇인지 이해는 했으나 체
험하지 못한 사람, 체험은 했으나 수행이 부족하여 체험을 깊이
심화시키지 못한 사람, 또는 에고 의식이 강해 어떤 가르침도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 모두에게 읽어 주라. 그대가 읽어 주는
것을 듣고 그들이 투명한 빛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게 된다면, 다
른 중간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상승하여,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진리의 몸을 성취할 것이다.
여기에는 <중간계에서 듣고 이해함으로써 그 자리에서 절대 자
유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위대한 가르침>의 위력이 나타나 있
다. 중간계 상태의 의식은 매우 유동적이기 때문에, 실재를 이
해하는 것만으로도 완전한 변형이 일어난다. 진리를 듣고 이해
하는 즉시 그 자리에서 절대 자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중간계에서 듣고 이해함으로써 그 자리에서 절대 자유의 경
지에 이르게 하는 위대한 가르침>은 생전에 죽은 사람을 가르쳤
던 스승이 읽어 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럴 수 없는 경우
에는 같은 신앙 고백을 하던 영적인 형제 자매가 읽어 주도록
하라. 그들이 그 자리에 없으면, 같은 영적인 전통에 속한 누군
가가 읽도록 하라. 그것도 불가능하면, 아무나 큰소리로 또박또
박 여러 차례 읽어 주도록 하라. 그러면 죽은 사람은 생전에 스
승이 가르쳐 준 것을 기억하고, 투명한 빛을 인식함과 동시에
즉시 절대 자유의 경지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분명히 그렇게
될 것이다.
티벳어는 가르침이나 교훈에서 인칭 대명사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인칭 대명사를 3인칭 주어로 사용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경우에도 남녀 성의 구별이 없다. 대부
분의 영적인 스승이 남자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티벳에는 여
자 스승 또는 여자 라마도 있다. 죽음에는 성의 구별이 없다. 남
자가 죽는 만큼 여자도 죽는다. 이 번역에서 남성 인칭 대명사
만 사용한다면, 티벳 사람들이 마치 성차별주의자인 것처럼 보
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번번이 그 또는 그녀 라고 하는 것도
어색하다. 그래서 이 번역에서는 남성 인칭 대명사와 여성 인칭
대명사를 자유롭게 번갈아 가면서 사용했다.
<중간계에서 듣고 이해함으로써 그 자리에서 절대 자유의 경
지에 이르게 하는 위대한 가르침>을 읽어 줄 시기는 다음과 같
다. 숨이 멎고, 전신에 퍼져 있던 프라나[氣]가 중앙 통로로 퇴각
하면서 의식이 투명한 빛을 경험하게 된다. 프라나가 중앙의 좌
우 통로[이다와 핑갈라]로 퇴각할 때 중간계의 환상이 보이기 시
작하는데,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 전에 이 책을 읽어 주어야 한
다. 외적인 숨이 멎은 다음에도 내적인 숨은 (중앙 통로 안에)
남아 있다. 이 때가 이 책을 읽어 줄 적절한 시기이다.
숨이 멎으려는 순간에 의식이 이미 성공적으로 이동되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그러나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읽
어 주라:
오, 고귀한 가문의 자손 아무개여! 진리의 길을 찾을 때가 왔
소. 지금 그대의 숨이 멎으려 하고 있소. 숨이 멎자 마자 첫 번
째 중간계의 투명한 빛이 나타날 것이오. 그 빛에 대해서는 그
대의 스승에게 들은 바가 있을 것이오. 허공처럼 비어 있고, 중
심도 없고 경계도 없는, 투명한 그 빛은 실재의 본질이자 그대
의 순수한 마음이라오. 그 빛이 나타나면, 그 빛이 그대 자신인
줄 알고 그 속에 머물러 있도록 하시오. 이 점에 대해서는 그
빛이 나타날 때 다시 일러 드리리다.
중간계 첫 번째 단계에서 나타나는 투명한 빛을 인식하라는 가
르침이다. 이 책 8장에 실려 있는 <지적인 이해력을 통해, 있는
그대로를 봄으로써 그 자리에서 절대 자유의 경지에 이르는
길>에는 투명한 빛을 인식하는 것과 관련된 자세한 설명이 있
다. 투명한 빛으로 나타나는 순수한 각성은 형태도 내용도 없
다. 주관적인 느낌도 아니도 객관적인 대상도 아닌 것처럼 보인
다. 이원성에 사로잡힌 사람은 보는 자 와 보이는 대상 을 구별
하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투명한 빛이 나타날 때, 그것을 외적
인 대상으로 여긴다. 그 빛이 자기 자신의 순수한 각성인 줄을
모르고 두려워한다. 그래서 그 빛 속에 머물지 못한다. 죽는 사
람으로 하여금 첫 번째 단계에서 나타나는 투명한 빛이 곧 자기
자신, 즉 에고가 사라진 자신의 본성임을 인식하도록 권면하라
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죽는 사람이 마음 속으로 확신할 수 있도록, 외적인 숨이 멎
기 전에 이 가르침을 여러 번 반복해서 들려주도록 하라. 숨이
멎으려고 하면 사자가 누워 있는 자세처럼 오른 쪽으로 돌려 눕
히고, 목에 있는 양쪽 경동맥을 눌러라. 피가 통하지 않도록 세
게 눌러서 잠에 빠지지 않도록 하라. 그러면 프라나가 중앙 통
로로 들어가 다시 빠져 나오지 않고, 정수리에 있는 브라흐마의
구멍을 통해 빠져나갈 것이다.
숨이 멎는 순간을 알아차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고도로
숙련된 경험자가 아니고는 그 순간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오른 쪽으로 돌려 눕히고 경동맥을 압박하
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브라흐마의 구멍 은
정수리에 있는 숫구멍[頂門]을 가리킨다. 미묘한 에너지로 이루
어져 있는 영혼은 그 구멍을 통해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 영혼
을 이동시키는 수행을 통해서도 빠져나갈 수 있고, <중간계에
서 듣고 이해함으로써 그 자리에서 절대 자유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위대한 가르침>을 듣고 이해함으로써도 그렇게 빠져나갈
수 있다.
이때 앞에서 읽은 내용을 다시 한 번 읽어 주어라. 영혼이 브
라흐마의 구멍을 통해 빠져나가는 순간, 몸 밖에서 투명한 빛을
경험하는 중간계 로 들어감과 동시에 진리의 몸에 대한 순수한
각성이 생긴다. 이 경험은 누구나 한다. 외적인 숨이 멎은 후에
도 내적인 숨은 한동안 남아 있다. 이때 온 몸에 퍼져 있던 프
라나가 중앙 통로로 퇴각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의식을 잃었다
고 말한다. 이 상태가 지속되는 기간은 일정하지 않다. 어떻게
살았느냐, 또는 프라나와 의식-에너지 통로를 활성화시키는 수행
을 얼마나 했느냐에 따라 개인적으로 차이가 난다. 수행을 통해
정신의 안정을 오래 지속시킬 수 있던 사람이나 의식-에너지 통
로를 상당히 활성화시킨 사람에게는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앞에서 읽은 내용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
주도록 하라. 그래서 그의 결단이 확고해지게 하라. 눈, 코, 귀
등의 감각 기관에서 누런 액체가 흘러나올 때까지 거듭거듭 읽
어 주어라. 악으로 일관된 삶을 산 사람이나 의식-에너지 통로가
막혀 있는 사람에게는 몸 밖에서 투명한 빛을 경험하는 중간계
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상태가
한 끼 밥 먹는 시간 정도만 지속될 것이다. 대부분의 경전과 탄
트라 문헌은, 외적인 숨이 멎은 후 의식이 중앙 통로에 머무는
기간을 4일 반 정도라고 말하고 있다. 어쨌든 죽는 사람이 이
상태에 머무는 동안 투명한 빛에 대해서 거듭거듭 설명해 주어
야 한다.
설명해 주는 방법은 이렇다. 생전에 받은 가르침에 따라 스스
로 죽음의 해체 과정을 갈 수 있는 사람이라면 문제가 없다. 하
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이라면, 그의 스승이나 영적인 형제 자매
또는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곁에 앉아서 해체 과정에서 단계적
으로 나타나는 징조들을 다음과 같이 알려 주어야 한다.
지금 그대가 보고 있는 신기루는 흙의 요소가 물의 요소로
해체되고 있는 징조라오. 자욱한 연기는 물의 요소가 불의 요소
로 해체되고 있는 징조라오. 반짝이는 반딧불은 불의 요소가 바
람의 요소로 해체되고 있는 징조라오. 밝은 촛불은 바람의 요소
가 의식[空]으로 해체되고 있는 징조라오. 달빛 밝은 하늘은 의
식이 1단계 직관으로 해체되고 있는 징조라오. 햇빛 찬란한 하
늘은 1단계 직관이 2단계 직관으로 해체되고 있는 징조라오. 순
수한 어두움은 2단계 직관이 3단계 직관으로 해체되고 있는 징
조라오. 투명한 새벽 빛은 3단계 직관이 투명한 빛 속으로 해체
되어 들어가는 징조라오.
본문에는 신기루를 비롯한 여러 징조들 로 되어 있는데, 번역
에서는 8단계 해체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든 징조들을 재구성하
여 삽입했다. 죽음의 길을 가는 사람에게는 이 징조들을 이해하
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 징조들을 이해하면 낯선 영역으로
들어가는 데 따른 두려움을 극복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죽음의 징조가 모두 나타난 다음에는, 그의 깨달은 존재의 마
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권면하라. 만약 죽음의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이 승려라면 다음과 같이 부드럽게 말하라.
존경하는 스님! 스님의 영적인 인식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십
시오.
깨달은 존재의 마음 은 산스크리트어 보디치타bodhichitta의 번
역이고, 영적인 인식 은 보디치토트파다bodhicittotpada의 번역
이다. 둘 다 중생을 고통에서 구원하기로 맹세한 메시아적인 영
웅, 보디사트바(菩薩)의 영적인 특징이다. 깨달은 마음 과 영적
인 인식 은 완전한 깨달음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중생을 고통
에서 건져 행복으로 인도하겠다는 결심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이
다. 보디사트바의 사랑과 자비는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지
혜와 모든 중생이 무한한 상호 관계 속에 있다는 깨달음에서 나
온다. 티벳 사람들은 이타적인 태도가 자신의 운명에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역설적인 믿음을 갖고 있다. 따라서 죽음의
길을 가고 있는 사람에게 이러한 영적인 인식을 되새기도록 하
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만약 죽음의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이 승려가 아닌 일반인이라
면 그의 이름을 부르고 다름과 같이 말하라.
오, 고귀한 가문의 자손 아무개여! 그대가 지금 맞이하고 있
는 것이 소위 죽음 이라는 것이오. 그러므로 그대는 그대의 영
적인 인식에 따라 행동하도록 하오. 다음과 같은 태도를 갖도록
하시오. 아! 이제 죽는구나. 이 죽음을 기회로 삼아 완전한 깨
달음을 얻으리라. 사랑과 자비로 충만한 깨달은 존재의 마음에
초점을 맞추고, 우주를 가득 메운 중생들을 위해 완전한 불성을
성취하고 말리라. 특히 이런 생각을 품도록 하시오. 모든 중생
을 위해, 지금 내가 경험하는 죽음의 투명한 빛을 붓다의 진리
의 몸으로 인식하리라. 이 체험 속에서, 마하무드라[大印]의 지고
한 깨달음을 얻으리라. 그리하여 모든 중생을 바른 길로 인도하
리라. 혹시 완전한 깨달음을 얻지 못할지라도, 중간계를 지나는
동안 이것이 중간계라는 것만큼은 인식하리라. 그리하여 중간계
에서 마하무드라의 통합된 몸을 성취하여, 무한한 우주를 가득
메운 중생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리라. 필요한 때 필요한 모습으
로 나타나 그들을 인도하리라. 그대는 이같은 영적인 인식이
약해지지 않도록 하시오. 그대가 생전에 들은 영적인 가르침과
수행을 통해 얻은 체험을 기억하도록 하시오.
산스크리트어 마하무드라mahamudra의 문자적인 뜻은 위대한
도장(大印) 이다. 궁극적인 실재인 우주적인 비어-있음 에 대한
체험적인 깨달음을 가리킨다. 이 상태에 도달하면 비어-있음 의
본질인 투명한 지혜와 하나 됨으로써 우주적인 오르가즘을 체
험한다. 마하무드라는 위대한 완성 이라는 말과 함께, 탄트라
수행의 최고 경지를 일컫는다.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사람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 분명한
발음으로 읽어 주도록 하라. 그의 마음이 한 순간이라도 흩어지
지 않도록, 간청하는 심정으로 읽어 주어라.
외적인 숨이 완전히 멎으면, 목에 있는 경동맥을 세게 누르고
다음과 같이 말하라.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사람이 승려나 영적
으로 높은 경지의 수행을 쌓은 사람이라면 이렇게 말하라.
존경하는 스승이시여! 지금 당신에게 근원적인 투명한 빛이
밝아 오고 있습니다. 그것을 인식하도록 하십시오. 부디 그 빛과
하나 되도록 하십시오.
승려나 높은 경지에 도달한 수행자가 아니라면 이렇게 말하
라.
오, 고귀한 가문의 자손 아무개여! 지금부터 하는 말을 잘 듣
기 바라오. 지금 근원적인 실재의 순수하고 투명한 빛이 그대에
게 비치고 있소. 그것을 알아차리도록 하시오. 오, 고귀한 가문
의 자손이여. 그 빛은 본래 투명하게 비어-있는 그대 자신의 의
식이라오. 그대의 의식은 원래 구성 물질도 없고, 어떤 특징이나
색깔도 없는 궁극적인 실재 그 자체라오. 투명하게 비어-있는
그대의 의식[空]과 어머니 사만타바드리(普賢) 붓다는 원래 하나
라오. 그대의 의식이 비어 있다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뜻이
아니오. 그대의 의식은 끊임없이 빛을 발하며 진동하고 있소. 끊
임없이 빛을 발하며 진동하고 있는 그대 의식의 각성이 곧 아버
지 사만타바드라(普賢) 붓다라오. 그대의 본래 의식은 물질적인
실체가 없는 비어 있음 이라오. 끊임없이 빛을 발하며 진동하고
있는 비어-있음 , 즉 그대의 각성된 의식이 곧 붓다의 진리의 몸
(法身)이라오. 그대의 의식과 투명하게 비어-있는 무한한 빛은
구별할 수 없다오. 그대의 의식은 태어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영원한 빛의 붓다[아미타바]라오. 이 점을 확실히 인식하도록 하
시오. 그대의 순수한 의식이 곧 붓다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그대
의 의식이 모든 붓다들의 깨달음 상태에 안주하고 있는 모습에
주목하도록 하시오.
보현보살(普賢菩薩)의 산스크리트어 이름 사만타바드라와 여성
형 사만타바드리의 문자적인 뜻은 완전한 선 (all-around good
ness)이다. 사만타바드라는 아바탐사카 수트라(Avatamsaka-sut
ra 華嚴經)에 나오는 유명한 보살이다. 그는 아무리 작은 것이
든지 아무리 큰 것이든지, 어느 곳에든지 자유자재로 깃들어,
동시 다발적으로 선을 행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자면
아원자 세계로 들어가 그 세계의 중생들을 아원자 세계의 붓다
들께 인도함과 동시에, 현상 세계에 나타나 현상 세계의 중생들
을 진리의 길로 인도하기도 한다. 어머니 사만타바드리 와 아
버지 사만타바드라 의 결합은 투명하게 비어 있는 의식의 본질
[空]과 그에 대한 각성[진동하는 빛]의 영원한 결합을 상징한다.
그 결합체가 곧 진리의 몸(法身)이며, 결합의 결과가 무한한 희
열(法悅)이다.
이 부분의 설명은 요가 탄트라의 4단계 입문 중에서 제 3단계
입문(智慧入門)의 내용과 비슷하다. 궁극적인 실재(法身)는 태어
난 것도 아니고, 노력으로 만들어 낸 것도 아니다. 궁극적인 실
재는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영원토록 각성 상태로 존재한다.
그러므로 깨닫기 위한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모든 존재
가 이미 깨달음 상태에 있다. 필요한 것은 궁극적인 실재와 자
신이 지금 하나라는 사실에 대한 이해뿐이다. 그러면 그 자리
에서 절대 자유의 경지에 도달한다.
이것을 똑똑한 발음으로 명확하게 읽어 주어라. 3번이나 7번
반복해서 읽어 주도록 하라. 첫 번째 읽어 줄 때는 생전에 배운
스승의 가르침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읽어 줄 때는 투
명하게 빛나는 자신의 순수한 각성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세
번째 읽어 줄 때는 자신의 본성과 진리의 몸이 하나임을 인식하
고 그 결합 상태에 머물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틀림없이 절대
자유의 경지에 이를 것이다. 죽음의 길을 가는 사람이 첫 번째
단계에서 나타나는 투명한 빛을 인식하기만 하면 틀림없이 절대
자유의 경지에 이르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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