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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없는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별관신사 2017. 9. 30. 05:15

집이 없는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자는 빈 들녁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위에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것도 없고 얻은것도 없다

모든것들이 빈 들녁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갔다.

어떤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자는 웃음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 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꽃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있는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이상 살지못함을 아쉬워 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서 길에서 쓰러진다.


                                                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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