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界의 名詩.

침묵 속에서. 파블로 네루다.

별관신사 2018. 9. 28. 06:06

이제 열둘을 세면

우리 모두는 침묵에 빠지리라

한동안 지구의 어깨 위에서

단 일초만이라도 멈추어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손도 들지 말라.


그것은 색다른 순간

차소리도 엔진소리도 숨을 죽일 때

갑작스레 몰려온 신비함 속에서

우리는 모두 하나가 되리라


차가운 바다 위의 어부들도

고래를 해치지 않으리라

소금을 담는 아낙들의

거친 손을 보지 않으리라


푸른 전쟁을 준비하는 전사들

가스와의 전쟁 불과의 전쟁

생존자는 아무도 없고

승리의 깃발만 나부끼는 전쟁터에서

돌아와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고

형제들과 거니는 일꾼들도

그늘에서 잠시 멈추리라


단 하나 바라는 것은

완전한 정지 속에서 당황하지 말것

삶이란 바로 그러할 지니.....


만일 우리가 한마음이 되어

우리의 삶을

잠시동안 멈출 수 없다면

아마도 거대한 침묵이

우리 위로 다가와

자신을 깨닫지 못하고

자신을 죽음으로 위협하는

이 슬픔을 짖눌러 버릴지니


아마도 우리는 세상에서 배우리라

한겨울 동안 만물이 숨을 죽였다가

후에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볼 때 처럼


자, 이제 열둘을 세리니

그대 침묵을 지키면 나는 물러 나리라.


                                         파블로 네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