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의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눈.

탄생 중간계 길 안내

별관신사 2013. 6. 25. 02:27

탄생 중간계 길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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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무리들 앞에 엎드려 절하나이다.
모든 영적인 스승, 모든 수호불, 모든 다끼니들께
경배하며 청하옵나니,
저로하여금 중간계에서 자유의 경지에 이르게 하소서.

저승 중간계에 관한 가르침은 앞에서 제시한 바와 같고, 이제
부터는 탄생 중간계에 관한 가르침을 시작하겠다.

자애로운 모습이나 무서운 모습으로 나타나는 붓다와 보살들의
초청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5가지 지혜의 빛과 융합하지 못한
사람들은 탄생 중간계로 접어든다. 이들은 깨달음 속에 들어가
지 못했기 때문에 윤회 세계에서 방황한다. 이들은 현상 세계에
다시 태어나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어떤 존재로든 태어날 운명
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이 중간계를 탄생 중간계 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를 성취할 기회는 아직 있다. 그래서 탄생
중간계에서 안내가 필요한 것이다. 물론 앞으로 태어날 환경을
선택하는 문제가 중점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다시 태어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보다 바람직한 환경에 태어나도
록 인도하기 위해서이다. 진리를 배우고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선택하여 태어남으로써,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화하도록 하는
것이 탄생 중간계 가르침의 주된 목적이다.

[서론]

죽음의 길을 가는 사람은, 저승 중간계에 관한 안내는 이미
여러 번 받았다. 생전에 수행을 통한 분명한 체험이 있던 사람
이나 긍정적인 진화의 추진력이 강한 사람은 이미 빛을 인식하
고 자유의 경지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생전에 수행과 체험
이 거의 없고 악업을 쌓은 사람들은, 공포와 부정적인 진화의

추진력 때문에 빛을 인식하기가 어렵다. 그런 사람에게는 앞으
로 10일 동안 탄생 중간계에 관한 가르침을 일러 주어야 한다.
그대는 먼저 3가지 보물 앞에 제물을 바치고, <붓다와 보살들께
도움을 청하는 기도>를 드려라. 그런 다음 죽음의 길을 가는 사
람의 이름을 부르고 다음과 같이 일러주도록 하라.

오, 고귀한 가문의 자손이여!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잘 들으시
오. 지옥계와 천상계와 중간계의 몸은 물질적인 실체가 없는 환
영(幻影)이오. 그대는 저승 중간계에서 자애로운 모습과 무서운
모습의 신들이 나타날 때 그들을 올바로 인식하지 못했소. 무서
운 모습의 신들이 나타나는 동안에는, 몽롱한 상태에서 두려움

에 떨며 5일 반을 지냈소. 이제 그대는 다시 깨어나 정신을 차
렸소. 전보다 정신이 훨씬 더 맑을 것이오. 몸도 옛날의 몸과 비
슷하다고 느낄 것이오. 지금 그대와 같은 상태의 몸에 대해 탄
트라 경전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소.

(탄생 중간계에서는) 전생과 내생의 몸을 가진다. 이 몸은
감각이 온전히 살아 있고, 장애물에 상관없이 움직이며, 진화
의 추진력에 의해 초능력을 행할 수 있고, 자기와 같은 차원
에 속해 있는 존재들을 순수한 투시력을 통해 볼 수 있다.

탄트라의 가르침은 하나가 아니다. 매우 다양한 체계가 있다.
본문의 내용은 그 중에서 구야가르바Guhyagarba 탄트라의 가르
침과 비슷하다. 파드마 삼바바는 위에 인용한 구절이 중간계의
몸에 대한 상당히 권위가 있는 가르침으로 보고 있다. 뒤따르는
가르침은 이 인용문에 대한 설명이다.

여기서 전생의 몸 이라고 하는 것은, 생전에 쌓은 습성이 만
들어 낸, 마치 피와 살로 이루어진 육체처럼 느껴지는 몸을 말
한다오. 이런 그대의 몸에서 빛이 나거나 성자의 흔적이나 상서
로운 징조가 있다면, 그건 그대의 상상이 그대의 몸을 변형시켰
기 때문이라오. 중간계의 몸을 정신적인 몸 [心體]이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소.

중간계의 몸은 마치 홀로그램 영상처럼 미묘한 의식 에너지로
이루어져 있다. 몸의 형태는 상상 즉 생각에 의해 결정되고 변
형된다. 따라서 생전에 자기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존재와 동
일시하는 상상 훈련을 한 사람은, 중간계 상태에서 쉽게 그런
모습으로 변형될 수 있다. 창조 단계 수행에서 붓다와 수호불을
시각화하는 훈련을 하는 목적도 여기에 있다. 생전에 쌓은 시각
화 상상 훈련은 중간계 상태에서 대단히 큰 힘을 발휘한다.

그대가 천상계에 태어난다면 신들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오.
아수라계, 인간계, 축생계, 아귀계, 또는 지옥계 중 그 어느 곳에
태어나든 그대가 태어난 차원에 있는 존재들의 모습이 보일 것
이오. 여기서 전생의 몸 이라고 하는 것은 (앞으로) 4일 반 동
안 경험하게 될 그대의 몸을 가리킨다오. 이 몸은 그대의 이전
몸에 대한 기억이 만들어 내는 몸이라오. 그대는 앞으로 태어나
게 될 몸에 대한 환상을 갖기 시작할 것이오. 위에서 내생의
몸 이라고 한 것이 바로 그 미래의 몸에 대한 환상을 가리키는
것이오. 전생과 내생의 몸 이라는 건 이런 것이오.

그러므로 그대는 어떤 모습이 투영되더라도 따라가지 마시
오. 어떤 형태에도 집착하거나 매달리면 안되오. 만약 이게 내
몸이다 라는 생각을 끝까지 버리지 못하면, 여섯 차원의 윤회 세
계를 괴로움 속에서 방황하게 될 것이오. 그대는 어제까지 저승
중간계에서 나타나는 환상을 보았지만 그 본질을 깨닫지 못했

소. 그래서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오. 이제부터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영적인 스승의 가르침을 이해하려고 애쓰도록 하시오.
그러면 투명한 빛 즉 순수하고 생동감 넘치는 비어-있음 을 깨
닫게 될 것이오. 투명한 비어-있음 속으로 들어가, 아무 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아무 것도 억지로 하지 않는 편안함을 맛보도록
하시오. 자궁 속으로 기어 들어가지 말고, 절대 자유의 경지에
이르도록 하시오.

투명한 빛을 인식하지 못하겠거든, 그대의 스승이나 수호불
에 대해 명상하도록 하시오. 그들이 그대의 머리 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의지하는 마음과 믿음을 가지고 그들에게 마음을 집
중하시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오. 그러니 마음이 흩어지
지 않도록 거듭거듭 다잡으면서 그들에 대해 명상하도록 하시
오.

여기서 그대가 읽어주는 가르침을 듣고 투명한 빛을 인식한
다면, 그는 여섯 차원의 존재 영역을 방황하지 않고 절대 자유
의 경지에 들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