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의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눈.

2. 티벳 : 영적인 문명

별관신사 2013. 5. 27. 09:05

 



승원은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최근 3세기 동안, 티벳 사람들의 삶의 중심 역할을 했
다. 교육, 문학, 철학, 명상 수행, 제의와 축제, 예술의 발달 등이 모두 사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영적인 스승들은 최고의 존경을 받았으며, 자아를 계발하는 영적인 과학인
요가 탄트라 수행을 통해 완전한 붓다가 될 사람들로 인정을 받았다. 그들은 서양의 우
주 비행사들과 같은 용기로 내면 세계를 탐색하는 모험가들이었다. 사실 '정신세계 비

행사'(psychonaut)라는 말을 만들어 그들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하는 게 좋을 듯도 싶
다. 그들은 그들이 속해 있던 사회가 그렇게도 발견하기를 열망하던 내면 세계의 깊은
미개척지를 향해, 삶과 죽음의 바다를 건너 개인적으로 배를 저어 나갔다.
물질 세계의 정복을 목표로 하는 서구 문명의 마지막 미개척지는 우주 공간이다.
그러므로 서양에서는 미지의 우주 공간을 여행하는 우주 비행사가 영웅 대접을 받는

다. 그러나 티벳 사람들은 내면의 우주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들은 죽음과 중간계, 그리
고 환희가 넘치는 無我의 세계를 향해 여행을 떠난다. 그래서 그들은 의식을 가진 채
죽음이라는 해체 과정을 통과하는 능력, 마음을 육체에서 분리하여 마음으로 신비한
몸을 만들어 내는 능력, 그리고 그 몸으로 인간의 의식이라는 다른 우주를 여행하는 법

을 터득하게 되었다. 티벳에서는 이런 능력을 갖춘 '정신세계 비행사'들이 영웅이다. 달
라이 라마와 수천을 헤아리는 환생한 라마(이들은 '뛸꾸'라고 하는데 '붓다의 化身'이
라는 뜻이다)들은 모두 티벳의 영웅들이다. 사람들은 그들이 죽음과 중간계와 환생 과

정을 마스터했다고 믿는다. 그러나 티벳 사람들과 다른 모든 중생을 깨달음의 길로 인
도하고자 하는 자비로운 마음에서, 스스로 환생을 결정한 사람들이라고 믿는다.
근대 티벳 문명은 지구상에서 가장 독특한 문명이다. 죽는 방법과 죽음에 대한 과
학은 티벳 문명과 같은 문명이 아니고서는 만들어 내지 못한다. 현대 티벳 문명의 정신

적인 특성은 '내적인 현대성'이다. 현대 서구 문명의 특성인 '외적인 현대성'과는 사뭇
대조가 된다. 서구 문명의 현대성은 보통 근대 이전의 '전통적'인 특성과 대조되는 현
상을 가리킨다. 개인주의, 개방성, 유연한 주체성, 끊임없는 사색, 이성과 합리성 등이
서구에서 말하는 현대의 특성이다. 이러한 서구의 현대적인 특성들은, 궁극적으로는 모

든 것-심리적이고 정신적 것까지 포함하여-을 물질적인 量으로 환원시킬 수 있다는 생
각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므로 현대 서구 문명은 '외향성'을 띨 수밖에 없다.
그러나 티벳 문명은 모든 것이 영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의식 영역에서는 모
든 것 사이에서 상호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불교적인 생각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티벳 사람들은 서양 사람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생각한다. 그들은 정신적.영적인 것
은 어떤 경우에도 물질적인 量으로 환산할 수 없으며,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영적인 것
이 물질적인 것 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으로 활동하는 에너지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티벳 문명의 특성은 자연히 '내향성'을 띠게 되었다. 서구 사회의 '현대화'라는

말과 티벳 문명의 '현대화'라는 말이 뜻하는 바가 이렇게 다르다. 서구 사회는 현대화
될수록 외부의 물질 세계를 향해 밖으로 나갔고, 티벳은 현대화될수록 마음을 향해 안
으로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문명의 차이는 그 구성원들의 생각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미국의 국가적인 목표는
물질적으로 보다 더 번영하는 데 있는 반면, 티벳의 국가적인 목표는 영적으로 보다 더
풍요로와 지는 데 있다. 영적인 풍요는 지혜를 얼마나 깊게 갈고 닦느냐, 또 사랑의 힘

을 얼마나 널리 펼치느냐에 달려 있다. 티벳의 불교도들은 외부 세계는 '시작도 끝도
없는 윤회를 거듭하며 성숙하는' 내면 세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들은 영적으로 얼마나 더 성숙해야 되고, 주위 환경을 얼마나 더 좋
게 바꾸어야 하는 지에 대해 한계를 두지 않는다. 그들은 누구나 완전한 지혜와 자비의

존재인 붓다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또한 이 세상이 아무도 고통받는 이가 없
고 서로가 서로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 완전한 붓다의 땅(佛國土)으로 바뀔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죽음에 관련된 가르침은 티벳 사람들이 내면 세계를 탐색한
결과로 나온 것들 중에 하나다. 밖으로 치달리고 있는 서구인들의 마음 속에서는 죽음

이나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한 생각이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그들은 이런 생각을 고리타
분하게 여긴다. 물질적인 사고 습관은 그들의 마음을 물질에 붙들어 매 놓고, 영혼에
대한 문제는 까마득히 잊어버리게 만들었다. 그들은 애써 죽음 이후의 삶을 무시하면
서, 죽음을 단지 뇌파 측정기에 직선이 나타나는 육체적인 현상 정도로 여긴다. 그들은

죽음 이후의 마음과 존재의 상태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 그들이 말하는 과학적인 탐
구라는 것은, 육체적인 존재로 살아 있는 동안, 감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물질적인
量을 기계의 힘을 빌려 측정하는 데에 국한되어 있다. 그들은 또 외적인 세계에서 가장
멀고 깊은 곳을 향해 탐험의 닻을 올렸다. 은하계를 향해 끝없이 먼 세계에 발을 들여
놓았고, 세포와 미립자와 원자의 세계를 탐색하기 위해 끝없이 깊은 영역에 발을 들여
놓았다.

내면 세계에 관심이 있는 티벳 사람들에게는 물질 세계는 부차적인 의미밖에 없다.
그들의 주된 관심은 깨어 있음, 인과 관계, 상관성, 감각과 인식, 미묘한 이미지의 영역,
빛, 무아경, 脫身, 꿈, 죽음, 초월 등과 같은 내적인 체험에 쏠려 있다. 티벳 사람들은 신
비한 내면 세계가 주관적인 체험과 객관적인 사건 일체를 조절하고 통제한다고 믿는
다. 그래서 그들은 분석적인 통찰과 매 순간 집중하여 깨어 있는 명상을 통해 내면 세
계를 탐색하고자 한다.

내면 세계를 탐색하기 위해 그들은 꿈을 조절하고, 명료한 의식을 가지고 意識下意
識 세계를 여행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또 미묘한 의식 영역에 도달하기 위해, 육체와
관련된 '나'라고 하는 주관적인 느낌과 자신을 분리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리고 마치
꿈처럼 느껴지는 죽음과 태어남 사이의 중간계의 체험을 포함하여, 前生의 체험을 기
억해 내기 위해 집중력과 기억을 확장시키는 방법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