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의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눈.
4. 간추린 불교
별관신사
2013. 5. 27. 09:07
4. 간추린 불교
불교란 무엇인가? <티벳 死者의 書>는 독자들이 '불교도'라고 가정하고 죽음에 대
한 가르침을 펼친다. 그러나 '불교도'라는 말이 문자적인 의미의 불교도만 가리킨다면,
<티벳 死者의 書>는 그들에게만 필요한 책이 되리라. 그렇다면 불교도가 아닌 일반인
들을 위해서는 굳이 번역할 필요도 없다. 또 서구인들이 <티벳 死者의 書>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티벳 死者의 書>는 어떤 특정한 믿음에 토대를
두고 있다. 이 점에서 '종교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불교를 종교로 볼 수 있는
유일한 근거도 믿음을 토대로 성립된 체계라는 사실 하나 뿐이다. 하여튼 <티벳 死者
의 書>는 종교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꼭 불교도가 아니라도 종교적인 입장에서
이 책에 관심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불교는 약 2500년 전에 활동한 석가모니 붓다의 가르침에서 시작되었다. 인도에서
생겼지만 인도의 전통적인 종교나 문화를 개혁한 것도 아니고 또 그런 것을 기반으로
삼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어떤 신적인 계시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다. 석가모니는 당시
인도 사람들이 믿고 있던 전능한 창조자에 대한 종교적인 믿음을 단호하게 거부했다.
그는 서구인들이 이해하고 있는 하느님과 같은 신을 믿지 않았다. 그래서 서구인들의
눈에는 그가 (전능한 존재는 아니지만, 그는 초인간적인 존재들을 '신들'이라고 부르면
그들의 존재를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신론자로 보이기도 한다.
석가모니 붓다는 일반 대중들을 위해서는 실천적인 믿음을 가질 것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그의 궁극적인 가르침은 종교적인 믿음이나 신앙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
는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는 전통적인 믿음을 의심해 보고,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잘못된
것임이 판명되는 믿음이나 신앙은 거부할 것을 요구했다. 진리를 탐구하는 그의 태도
역시 종교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석가모니는 자신이 실재와 본성에 관해 완전한 깨달음을 얻었노라고 선언했다. 그
래서 '깨달은 사람'이라는 뜻의 '붓다'라는 이름이 덧붙여졌다. 그는 왕자로 태어나 왕
궁에서 교육받았다. 그러나 출가하여 6년 동안 요가 수행을 했고, 그에 만족하지 못하
여 실재의 본질을 파고드는 깊은 명상에 들어갔다. 그는 인간의 마음은 모든 것에 대한
완전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는 선천적인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완전한 이해
에 도달하기 위해 영웅적인 수행을 했다.
그는 35세에 완전한 깨달음을 얻었다. 깨달음을 얻은 다음에는, 다른 사람들도 자
기와 같이 완전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45년 동안 모든 계층의 사람
들을 대상으로 가르침을 폈다. 역사 기록에 의하면, 그가 살아 있을 당시 이미 높은 수
준의 깨달음에 도달한 제자들이 많이 나타났다. 제자들은 붓다의 가르침을 전파하기
시작했고, 그 가르침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인도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점차 거
의 모든 아시아 지역으로 퍼져 나갔다. 붓다의 가르침은 종교적인 차원에서 전파되기
도 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사회적.지적 운동 차원에서 확산되었다는 점도 꼭 기억해야
한다.
붓다는 자신이 전하는 진리나 가르침을 일컫는 말로 '다르마'Dharma라는 산스크리
트 용어를 사용했다. 하지만 그가 사용한 '다르마'라는 말에는 새로운 의미가 덧붙어
있었다. '다르마'는 '붙잡다', '유지하다', '지탱하다'를 뜻하는 동사 어근 dhr에서 파생된
말로써 유지하고 지탱하는 것과 관련된 여러 가지 중요한 뜻이 있다.
1) 다르마는 특별한 성격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나 현상 또는 특별한 성격 그 자
체를 가리킬 수 있다. 2) 다르마는 인간의 행동을 어떤 특정한 형태로 유지시키는 관습
이나 의무나 법률을 가리킬 수 있다. 3) 다르마는 특별한 믿음이나 의식을 유지한다는
관점에서, 종교를 가리킬 수도 있다. 하지만 붓다가 발견한 진리의 핵심은 모든 존재
의 현재 상태는 궁극적으로 완전히 자유롭다는 것이었다. 그는 누구나 자신의 진정한
본성은 고통과 구속과 무지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고 가르쳤
다. 이런 깨달음은 일상의 습관적인 고통의 굴레에서 인간을 해방시킨다. 그래서 깨달
은 사람은 고통에서 벗어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고, 아무 것도 '붙잡지' 않으며(집착
하지 않으며), '매여' 있던 습관의 굴레에서 벗어난다. 이런 이유로 붓다가 사용한 '다르
마'라는 말은 '고통에서 벗어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는 뜻이 되었다.
더 나아가 '다르마'는 붓다의 가르침, 그 가르침에 따라 수행하는 길, 수행의 힘, 붓
다의 가르침 속에 포함되어 있는 진리, 그리고 진리가 가져다주는 자유인 니르바나 등
을 가리키는 말로 그 의미의 폭이 확장되었다. 붓다의 가르침으로서의 다르마는 크게
두 가지, 문헌 다르마와 수행 다르마로 나누어진다. 문헌 다르마는 經(붓다 자신이 설
한 가르침과 교리).律(수행자가 지켜야 할 계율).論(진리에 대한 논리적인 탐구) 三藏으
로 이루어져 있고, 수행 다르마는 戒(윤리적 실천).定(명상 수행).慧(지혜의 연마) 三學
으로 구분된다.
<도표 1. 다르마의 구조>
-------------------------------------------------------
+-- 經.가르침과 교리
+----- 문헌 다르마 --+-- 律.수행자의 계율
| +-- 論논리적인 탐구
다르마 --+
| +-- 戒.윤리적 실천
+------수행 다르마 --+-- 定.명상 수행
+-- 慧.지혜의 연마
-------------------------------------------------------
붓다는 45년 동안 인도 전역에 다르마를 전파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의 가르침을
받아들였다. 제자들로 이루어진 새로운 공동체가 형성되었는데, 그 공동체를 '샹가
'Shangha[僧家]- 이 말은 원래 단순히 공동체를 일컫는 용어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
공동체 안에서 남녀 출가자들인 비구와 비구니들로 조직된 수행자 제도가 자연스럽게
생겼다. 붓다 이전에는 떠돌아다니는 고행자나 수도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붓다는 도시
근교에 붙박이 사원 공동체를 이곳 저곳 설립했다.
사원 공동체는 불교의 역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사원 공동체는 붓
다의 가르침을 따르려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가르치는 역할을 했다. 불교에서는 붓다[佛
/스승]와 다르마[法/가르침]와 샹가[僧/공동체]를 3가지 보물[트리라트나/三寶]이라고
한다. 즉 무지와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이 3가지가 가장 귀중하다는 뜻
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이 3가지 보물에 몸과 마음을 맡긴 사람을 불교도라
고 불렀다. 그러므로 불교도란 붓다처럼 살고자 애쓰고, 다르마를 깨닫고자 정진하며,
그런 소원을 가진 사람들로 이루어진 공동체의 일원이 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결국 붓다는 역사적으로 세 차원 즉 사회.정치적 차원, 종교.윤리적 차원, 철학.과학
적 차원에서 발전한 일종의 교육 운동을 창시한 셈이다. 이 세 차원의 운동은, 만물은
육체는 물론 정신까지 포함하여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붓다 자신의 깨달음을 토대로
전개되었다. 붓다는 인간의 이성을 평가 절하하거나, 비이성적인 것을 정당화하려는 독
단, 그리고 권위로 억누르려는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일체의 선입관을 배제한 상태에
서, 종교적인 교리에 구애받지 않는 체험적인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진리를 깨달으면
삶의 모습이 완전히 변하고 초월적인 자유와 행복을 누리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인간과 삶의 본성에 관한 다양한 이론은 붓다 시대에도 있었다. 정교한 유신론적
논리로 무장한, 실체로서의 영혼이 존재한다는 이론부터 현대의 물질적 허무주의와 아
주 흡사한 이론까지 실로 다양한 이론이 있었다. 그런 중에 붓다는 '나'라고 주장할 수
있는 영혼이라는 고정된 실체가 존재한다는 견해를 거부했으며, 이것은 그의 無我(아나
트마anatma)에 대한 가르침을 요체가 되었다.
붓다는 '나'라고 하는 견고한 실체가 있다고 생각하는 무지로 말미암아 삶의 고통
이 생긴다고 가르쳤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나타나는 '나'라고 하는 현상은 결코 부인한
적이 없다. 그는 이 생에서 저 생으로 변화하며 흘러가는 '영혼의 흐름'의 '연속성'을
인정했다. 그는 영혼을 포함한 모든 것을, 되는대로 나타나는 물질적인 부대 현상 정도
로 여기는 동시대의 허무주의를 단호히 배격했다. 그는 (절대적인 실체로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상처받기 쉽고, 스스로의 삶에 책임이 있으며, 성숙할 가능성이 있는 '상대적
인 현상으로서의 자아'의 존재를 인정했다. 자아의 상대성에 대한 그의 가르침은, 각각
의 모든 생명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새로운 깨달음의 문
을 열어 주었다. 그리고 이런 깨달음은 불교로 하여금, 필연적으로 자신들의 무한한 가
능성을 일깨움과 동시에 상대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세상 전체를 좋은 쪽으로 변화시
키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도록 만들었다.
붓다 이후 약 400년 동안 인도에 널리 퍼진, 깨달음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대
승불교 경전에는 붓다가 3가지 몸[三身]을 가진 우주적인 존재로 묘사되어 있다. 붓다
의 세 몸 중에서 첫째는 붓다의 완전한 지혜를 상징하는 진리의 몸[法身]이다. 진리의
몸은 궁극적인 실재라고 할 수 있다. 깨달은 사람은 이 진리의 몸 안에서 온 우주와 자
신이 하나임을 체험한다. 다음에는 붓다의 지극한 자비를 상징하는 두 몸이 있다. 궁극
적인 실재에 대한 깨달음을 얻어 순수한 기쁨을 누리는 몸[報身]과 뭇 중생을 그들 본
래의 모습인 자유로 인도하는 나투는 몸[化身]이 그것이다.
깨달은 몸은 완전한 깨달음을 얻어 일체의 고통에서 벗어나 순수한 기쁨을 누리는,
육체 뒤에 있는 일종의 신비한 정신적인 몸이다. 이 몸은 무한하며, 붓다는 이 몸을 통
해 만물 속에 기쁨을 전달한다. 나투는 몸은 붓다의 무한한 기쁨의 몸이 자기를 둘러싸
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하는 무지한 중생들을 돕기 위해, 기쁨의 몸이 육체적인 모습을
띠고 나타나는 몸이다. 붓다는 중생들을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여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서, 상황에 따라 어떤 모습으로도 나타날 수가 있다. 역사적인 인물인 석가모
니 붓다는 바로 이러한 붓다의 나투는 몸이었다. 하지만 석가모니의 모습으로 나툰 붓
다는, 뭇 존재들을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기 위해 여러 가지 다른 모습으로도 나타날 수
있는 무한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모든 붓다에게는 진리의 몸, 깨달은 몸, 나투는 몸이
라는 세 몸이 있다. 붓다의 몸에 관한 이런 분류는, 티벳 사람들이 붓다나 성자의 환생
이라고 말하는 '뛸꾸'의 존재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붓다는 우주의 본질을 깨닫고 온 세상을 행복한 세상으로 만들려면 물질과 마음의
본성을 철저하게 탐구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는 제자들에게 합리적인 이성의 힘과
내적인 반성과 정확한 판단, 그리고 훈련을 하지 않은 사람은 감도 잡을 수 없을 정도
의 예민한 집중력을 통해 감각과 마음의 작용을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붓다는 후대에 큰 나무로 자라난 마음을 탐구하는 과학(아디야트마비드야
adhyatmavidya)을 창시했다. 이것을 '과학'이라고 하는 것은, 정확한 방법으로 마음을
밝히는 훈련으로 체계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행자들은 이 과학적인 훈련을 통해 자
신의 긍정적인 요소를 깨달음과 동시에 부정적인 요소들로부터 해방된다. 붓다는 이후
오랜 세월 인도와 아시아 각지에서 번성하게 될, 남녀 출가 수행자 단체를 조직했다.
이들 단체들은 이슬람 세력과 세계적인 세속화 바람이 불어닥치기 전에는 아시아 거의
전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들 중에는 죽음과 중간계와 환생 과정을 탐구하는
단체와 수행자들도 있었으며, 그들의 누적된 연구 결과는 방대한 문헌으로 남게 되었
다. 죽음에 관한 이 과학적인 문헌들은 세계 문명의 역사에서 아주 독특한 자리를 차지
하고 있다. <티벳 死者의 書>도 그런 문헌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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