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심을 막는 최상의 수호신은 그것을 경멸하는 거만이다. 그러나
허영심보다도 훨씬 위험한 적인 거만은 오직 신의 곁에 가까이 있는 것으로써만
막을 수 있다. 신의 얼굴 앞에서는 모든 인간적인 의의가 무나 다름없이 되고,
어떤 인간적 차별도 차츰 소멸되어 하찮은 것으로 되어 버린다.
세상 사람들이 가장 많이 상대를 칭찬하고 싶어지는 것은, 그들의 칭찬을
바라지도 않고, 게다가 그것을 경멸하지도 않는 그런 허영심이 없는, 침착하고
확고한 자의식을 가진 사람에게 부딪쳤을 경우이다. 칭찬의 촉구나 경멸은
다같이 그들의 반감을 유발하거나, 적어도 칭찬을 억제하게 한다.
수양에 의해서 약간 겸손의 미덕을 지닌 사람은, 명예로운 표창을 사양하거나
하는데, 속마음은 역시 그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그것이 주어지지 않을 때는
서운함을 느낀다. 좀더 겸손한 사람은 자신의 진정한 행복을 지키기 위하여
조심스럽게 그것을 피한다. 더욱 겸손한 사람은 그런 것에는 이미 마음이
안 움직이므로 전혀 관심이 없다.
명예를 거부하지만 이 거부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는 것을 열렬히 소망하는
사람은 조금도 겸손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는 그런 저의를
세상에서는 알 턱이 없다는 달콤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