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의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눈.
4. 몸과 마음의 복합체
별관신사
2013. 5. 31. 12:18
4. 몸과 마음의 복합체
<티벳 死者의 書> 바닥에 깔려 있는 우주론을 개관하려면 먼저 몸과 마음의 복합
체라는 티벳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해야 한다. 불교는 목적에 따라 인간과 우주의 여러
가지 모델을 제시한다. 그 중에서 여기서 살펴보고자 하는 것은, 몸과 마음의 복합체인
인간에게는 거친 차원[肉]과 미묘한 차원[魂]과 지극히 미묘한 차원[靈 ]이라는 세 차
원이 있다는 모델이다. 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를 구성하고 있는 5가지 무더기[五蘊]와
5가지 근본 요소[五大]와 6가지 감각-의식[六識]에 관한 것이다.
이들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기억해 둘 사실이 있다. 불교 과학이 제
시하는 이런 도식적인 구조는 스스로 발견하게 하는 교수법의 일종으로, 기억하기 쉽
도록 일정한 패턴에 따라 만든 하나의 방편이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꼭 5가지이
고 저것은 꼭 6가지뿐이라는 식으로 보아서는 곤란하다. 모든 범주를 보다 더 크게 나
눌 수도 있고 보다 더 잘게 나눌 수도 있다. 티벳 사람들이 위와 같이 나누는 것은, 오
랜 경험에 비추어 그렇게 나누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개념상
의 도식은 사진과 비슷하다. 동일한 피사체를 향해 셔터를 눌러도 105미리 렌즈를 끼우
고 찍은 사진과 35미리 렌즈를 끼우고 찍은 사진은 서로 다른 그림을 나타내 보인다.
그 두 사진을 놓고 어느 것이 진짜인지를 따지는 것은 전혀 필요치 않은 일이다. 모습
은 서로 다를지라도 둘 다 진실한 사진이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의 복합체에 세 차원이 있다는 것은 일상적인 체험을 하는 자기와 명상
상태의 미묘한 자기를 통합하고자 하는 불교 수행자에게 유용한 틀 역할을 한다. 이 틀
을 기반으로, 습관적으로 '나'라고 생각하는 관념[我相]을 떨쳐 버리기 위해 의식이 말
똥말똥 깨어 있는 상태로 意識下意識 속으로 들어가는 수행을 한다. 우리가 보통 무엇
을 보거나 느끼는 것은 의식의 표면에서 이루어진다. 저기에 나무가 있다든지 아니면
배가 아프다고 느끼는 것 등은 모두 표피 차원 의식의 활동이다. 시신경을 자극하여 무
엇이 보이게 만드는 빛 에너지[光子]는 의식하지 못한다. 중추 신경계를 통해 뇌로 하
여금 배가 아프다고 느끼게 만드는 신경 전달 물질의 활동도 의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내면 세계를 탐구하는 불교 수행자 혹은 정신세계 비행사들은 意識下意識 영역에서 일
어나는 그런 일련의 과정을 의식하기 위해 훈련해 왔으며, 자신들의 내적인 탐험 결과
를 표현할 개념이 필요했다. 그래서 인간 존재를 묘사하는 특이한 모델을 만들어 냈다.
이 모델은 표면 의식으로는 알 수 없는 내적인 과정을 직접 체험하기 위한 오랜 수행의
결과로 나온 것이다.
몸과 마음의 복합체인 인간에게는 거친 차원[肉], 미묘한 차원[魂], 지극히 미묘한
차원[靈]이라는 세 차원이 있다. 거친 차원은 육체와 마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차
원의 육체는 피와 살과 뼈 그리고 앞으로 살펴볼 5가지 근본 요소[地.水.火.風.空]로 이
루어져 있다. 여기서는 원소를 아주 잘게 분류하는 현대 과학의 화학적인 분석은 필요
치 않다고 본다. 그런 방법으로는 '나'라고 하는 실체를 밝힐 수 없기 때문이다. 거친
차원의 마음은 6가지 감각-의식[六識]으로 이루어진다. 6가지 감각-의식이란 육체의
감각 기관인 눈.귀.코.혀.피부[眼.耳.鼻.舌.身]를 통한 5가지 감각-의식[五識: 眼識, 耳識,
鼻識, 舌識, 身識]에 감각이 받아들인 정보를 통합하는 생각, 상상, 충동과 의지 등의 정
신[意] 작용[意識]을 더한 것이다.
미묘한 차원의 몸은 우리가 중추 신경계라고 부르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 거친 차
원에서 경험을 정리하는 뇌는 축축한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중추 신경계는 축
축한 물질 구조가 아니다. 우리 몸에는 미간에서 정수리를 거쳐 꼬리 뼈와 성기 끝에
이르는 신경[에너지] 통로가 있는데, 그 통로 중간 중간에 5개나 6개 또는 7개의 차크
라가 있다. 차크라는 원반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바퀴라고 부르기도 하고 연꽃 모양
이라고 해서 연꽃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에서는 빛을 내뿜는 일종의 섬유질을 발산한다.
이 발광체 섬유질이 바로 미묘한 몸을 구성하는 물질 아닌 물질이다. 신경[에너지] 통
로로 골격을 이루고 있는 이 미묘한 몸 속에는 존재의 精髓를 담고 있는 각성된 빈두
[精液]가 프라나[氣또는 숨]의 기운을 타고 흐른다.
이렇게 형성된 미묘한 몸에도 3단계가 있으며, 3단계의 몸은 모두 육체적인 감각과
는 관계없이 자신의 주체적인 의식 활동을 한다. 3단계의 미묘한 몸은 깊은 차원으로
들어갈수록, 차원에 따라 밝은 달빛, 밝은 햇빛, 그리고 순수한 어둠의 빛과 같은 빛을
발산한다. 깨달음이 없는 사람의 경우에는, 보통 이 세 몸이 잠재의식과 뒤엉켜 80가지
형태의 본능적인 행위로 나타난다. 80가지 형태의 본능적인 행위란 욕망과 공격성과
무지에서 비롯되는 여러 행위들을 (편의상 80가지로) 분류해 놓은 것이다.
지극히 미묘한 몸[영적인 몸]은 흔히 불멸의 빈두[精液]라고 하는데, 보통은 심장
부근에 있는 차크라에만 미미한 에너지 형태로 존재한다. 여기에 상응하는 지극히 미
묘한 마음은 투명한 직관의 빛이다. 이 차원에서는 몸과 마음의 구별이 사라진다. 몸이
마음이고 마음이 몸인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투명한 각성을 그 내용으로 하는 이 불멸
의 빈두[精液]가 바로 생명과 의식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영혼이다. 삶은 이
생에서 저 생으로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불멸의 빈두[精液]인 영혼의 연속성은 끊어지
지 않는다. 이 지극히 미묘한 몸과 마음의 복합체를 각성시키는 것이 곧 佛性을 깨닫는
것이다. <티벳 死者의 書>도 바로 이 상태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표 4. 몸과 마음의 복합체의 세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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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원 몸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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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차원 5가지 근본 요소 6가지 의식-작용
(肉) (五大) (六識)
미묘한 차원 신경(에너지) 통로, 80가지 본능과 뒤얽힌
(魂) (신경) 에너지, 세 차원의 직관
각성된 빈두[精液]
지극히 불멸의 빈두 속에 투명한 빛 에너지의 精髓
미묘한 차원 있는, 투명한 빛을 또는 불멸의 빈두[精液]
(靈) 운반하는 에너지체(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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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의 복합체를 이해하기 위해 만든 또 다른 중요한 도식은, 한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몸(色), 느낌(受), 지각(想), 의지(行), 의식 활동(識)이라는 다섯 무더기[五蘊]
또는 5가지 과정에 대한 개념이다. 이를 일컫는 산스크리트어 '스칸다'skandha는 문자
그대로 '무더기' 또는 '더미'를 뜻한다. 나는 몇 가지 이유에서 이들의 역동적인 성격을
드러내는 '과정'이라는 말을 더 좋아하지만, 불교의 표준 번역어는 '무더기'[蘊]이다.
다섯 과정 중에서 첫 번째인 몸(色)은 거친 차원의 육체에 상응하며, 나머지 넷은
거친 차원의 마음과 그 마음의 내적인 작용과 관련이 있다. 인간 존재를 구성하는 요소
를 이렇게 다섯으로 분석한 근본 목적은 몸과 마음의 복합체인 자기 자신을 정확히 이
해하여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되는 구속에서 해방되는 데 있다. 즉 존재를 구성하는 다
섯 과정[무더기]에 대한 이해를 통해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나'라고 주장할 수 있
는 고정 불변의 실체가 없음을 깨닫고, 그 깨달음을 통해 '나'라고 생각하는 습관적인
에고 의식[我相]에서 비롯되는 굴레에서 벗어는 것이 이 구조를 만든 목적이다. <도표
5>는 몸과 마음의 복합체를 구성하는 다섯 무더기 또는 다섯 과정의 구조를 요약해 놓
은 것이다.
<도표 5. 존재를 구성하는 다섯 무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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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기 구성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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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色) 5가지 근본 요소(地, 水, 火, 風, 空),
또는 5가지 감각 대상(色, 聲, 香, 味, 觸)과
5가지 감각 기관(眼, 耳, 鼻, 舌, 身)
느낌(受) 5가지 감각 기관의 작용
쾌감, 불쾌감, 즐거움, 고통 또는 무감각 등
지각(想) 체험을 만들어 내기 위해 사용하는 모든 말과 상징[이미지]
의지(行) 욕망, 증오심, 망상, 그리고 여러 가지 감정
의식 활동(識) 6가지 감각-의식(眼識, 耳識, 鼻識, 舌識, 身識, 意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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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식에서는 거친 차원[육적인 차원]의 몸과 마음의 복합체는, 의식 활동[識] 하
나를 뺀 나머지 넷은 출생과 더불어 시작했다가 죽음과 동시에 끝난다. 정신적인 의식
은 죽음과 동시에 오감(五感)과 관련을 끊고 육체에서 빠져나가, 중간계 존재의 의식으
로 변한다. 정신적인 의식이 물질적인 육체와 관련 없이 독자적으로 활동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좋은 예가 꿈이다. 꿈을 꾸는 동안, 의식은 육체와는 다른 새로운 몸이나 주
변 환경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꿈 속의 존재도 경치나 색깔을 보기도 하고 소리를 듣
기도 한다. 꿈을 꾸는 동안 자기라는 몸이 있다는 느낌을 받는데, 중간계 존재의 자아
의식이 그와 비슷하다.
물론 특별한 훈련을 하지 않고는 그런 몸에 대한 자각이 생기지 않는다. 보통의 경
우에는 꿈을 꾸었는지 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꿈을 기억한다 할지
라도, 꿈이 시작되는 상황과 끝나는 상황에 대해서는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특
별한 훈련을 하면 꿈을 꾸면서도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구나' 하는 자각을 가질 수 있
다. 즉 잠을 자면서도, 의식이 각성되어 있는 상태에서 투명한 꿈을 꿀 수가 있다. 이런
능력이 계발되면 투명하게 죽는 능력도 생긴다. 즉 새로운 세계로 넘어가는 죽음의 과
정을 의식이 초롱초롱 각성된 상태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투명하게 죽는 능력을 계발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몸과 마음의 복합체
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차원 또는 다양한 상태를 이해하고 그 변화에 대한 감각을 키우
는 것이다. 미묘한 차원[혼적인 차원]의 몸과 마음을 묘사하는 도식은 특별히 이 목적
을 위해 고안된 것이다. 에너지 통로[수슘나, 이다, 핑갈라], 프라나[氣], 빈두[精液]로
이루어져 있는 미묘한 몸의 구조에 대한 이해는 특별한 내적인 감각을 각성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이마에서 시작하여 정수리로, 정수리에서 척추를 타고 아래로 꼬리뼈까지, 그리고
꼬리뼈에서 생식기 끝까지 연결된 중앙 에너지 통로가 있다. 3개의 줄기[수슘나, 이다,
핑갈라]로 이루어져 있는 중앙 에너지 통로는 정수리, 목, 심장, 하복부[단전], 생식기
부위에 있는 바퀴 모양의 차크라[에너지 센터] 중앙을 관통한다. 그리고 이 중앙 통로
에는 72,000 개의 부수적인 에너지 순환 통로가 연결되어 있으며, 이 작은 에너지 통로
들이 온 몸에 퍼져 있다. 에너지 통로로 에너지 센터를 묘사하고 있는 그림은 종류가
다양하다. 수행자마다 자기가 특별히 계발하고자 하는 내적 감각이 다르기 때문에, 묘
사하는 방법도 자연히 달라진 것이다.
에너지 통로 내부에 흐르는 에너지를 프라나[氣 또는 숨]라고 한다. 프라나는 5가
지 주요 프라나와 5가지 부수적인 프라나로 나뉜다. 그리고 각 프라나는 모양, 크기, 색
깔, 기능, 성격이 다른데 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여기서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므로
생략하겠다. 단, 이런 여러 종류의 프라나의 상태에 따라 몸의 기능이 변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체험하는 것이야말로 삶과 죽음의 과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계발하는 열쇠라는
사실 하나만은 강조해 두기로 하자.
빈두[精液]는 각성-전달 물질로서, 생식과 관련된 일종의 화학적인 엣센스[精]이다.
빈두가 어느 차크라에 도달하느냐에 따라 의식 상태에 변화가 생긴다. 예를 들어 칼라
차크라 시스템의 경우, 4종류의 빈두에 대한 체계가 있다. 깨어 있는 상태로 활동하는
동안에는 빈두가 이마나 배꼽[丹田]에 있다. 그래서 깨어 있다는 생각과 자아 의식을
갖도록 만든다. 꿈꾸는 동안에는 빈두가 목이나 꼬리뼈 부근에 있으면서, 꿈 체험의 진
원지 역할을 한다. 깊이 잠들었을 때에는 빈두가 심장 의식 센터 주위나 생식기 중심에
자리 잡고 편안한 휴식을 체험하도록 만든다. 마지막으로 4번째 상태의 빈두는 심장 센
터 중심이나 생식기 끝에 머물며, 깨달음으로 인한 희열과 지복감 또는 성적인 오르가
즘의 근원이 된다. 수행자는 빈두의 활동과 역할을 이해함으로써 각성에 수행의 초점
을 맞출 수 있고, 또 일상적인 체험과 깨달음의 강도를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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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서 39쪽 그림(차크라 모형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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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 6. 미묘한 몸을 구성하는 에너지 통로와 차크라>
미묘한 몸의 신경 시스템을 묘사한 그림이다. 3개의 중앙 통로와, 그 통로를 따라
5개나 6개 또는 그 보다 많은 신경 에너지[의식] 센터가 배치되어 있다. 신경 에너지 센
터에는 이 그림에는 묘사되어 있지 않지만, 72,000개의 부수적인 에너지 순환 통로가
연결되어 온 몸에 퍼져 있다. 이 그림에서 보듯, 요가 수행자들이 계발한 인간의 자기
이미지는 에너지와 의식이 회전 운동을 하는 역동성과 민감성을 가지고 있다. 경직된
에고 의식이 결코 아니다.
<도표 7. 미묘한 차원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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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한 마음 경험상의 유추 관련된 본능적인 행위 또는 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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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직관 밝은달빛 욕망에서 비롯되는 33가지 본능적인 행위
2단계 직관 밝은 햇빛 공격성에서 비롯되는 40가지 본능적인 행위
3단계 직관 어두움 무지에서 비롯되는 7가지 본능적인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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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한 차원의 마음은 에너지 통로와 프라나[氣]와 빈두[精液]로 구성되어 있는 미
묘한 몸의 주체로 보면 된다. <도표 7>은 3가지 상태로 나타나는 미묘한 차원의 마음
과, 그에 관련된 (깨달음이 없는 사람의) 80가지 본능적인 행위를 요약한 것이다. 1, 2,
3 단계의 직관은 미묘한 몸이 특정한 상태에 도달할 때 나타나는 마음 상태이다.
티벳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이런 미묘한 마음이 있으며, 누구나 이 세계를 체험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미묘한 차원의 몸과 마음을 체험적으로 알고 느끼기 위해서는, 이
차원에 대한 각성을 키우는 특별한 훈련을 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존재의 가장 깊은 단계인 지극히 미묘한 차원[영적인 차원]이 있다. 이
차원에 이르면 몸과 마음이라는 이원성(二元性)이 사라진다. "투명한 빛을 발산하는,
에너지와 마음이 하나로 융합된" 불멸의 빈두[精液]가 이 차원의 몸과 마음이다. 불멸
의 빈두는 설명하기도 곤란하고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불멸의 빈두를 어떤 독특한 성
질을 가지고 있는 물질로 오해하면 안된다. 불멸의 빈두는 인간 존재의 지극히 미묘한
핵심으로써, 물질이면서 마음이고 마음이면서 물질이다. 이것은 세상에서 가장 미묘하
고 감수성이 예민한, 살아 있는 지성적인 에너지로 이루어져 있다. 불멸의 빈두는 영혼
의 속알이다. 이 속알에서 발산되는 빛이 지성과 생명과 독자성의 근원이다. 지성과 생
명과 독자성은 만물과 무한한 관계를 맺으며 변화한다. 하지만 영혼의 속알인 불멸의
빈두의 연속성은 끊어지지 않는다.
불멸의 빈두는 탐욕과 공격성과 무지에서 비롯되는 본능적인 행위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모든 이원성(二元性)을 초월해 있다. 불멸의 빈두는 궁극적인 실재와 모든 붓다
들의 진리의 몸과 하나이다. '불성(佛性)'이라는 말과 '불멸의 빈두'라는 말은 는 같은
뜻이며, <티벳 死者의 書>의 목표는 바로 이 불멸의 빈두 즉 불성을 체험적으로 깨닫
는 데 있다. 티벳 불교의 닝마파(派)에서는 수행이 최고 단계에 이르면 존재의 가장 깊
은 본래 상태에서 휴식하는 특별한 방법을 가르치는데, '위대한 완성'(the Great
Perfection)이라고 부르는 그 특별한 수행의 핵심이 바로 불멸의 빈두 행법(行法)이다.
모든 생명체의 가장 깊은 차원에는 불멸의 빈두가 있다. 불멸의 빈두는 모든 존재
의 생명이며 영혼이다. 끝없는 환생 과정은 불멸의 빈두의 끊어지지 않는 연속성 때문
에 생긴다. 불멸의 빈두는 항상 열려 있는 해탈로 들어가는 문이다. 휘몰아치는 고통
속에 있을지라도, 영혼의 속알인 불멸의 빈두는 늘 자유롭다. 불멸의 빈두는 평화롭고
투명하며 조화롭다. 불멸의 빈두는 창조된 피조물이 아니다. 붓다는 이 사실을 깨닫고
미소 지었다. 이 자리에서는 모든 붓다와 중생이 하나가 된다.
힌두교에는 에고 의식이 모두 부정된 자리에 남는 아트만[atman 眞我]과 파라마트
만[paramatman 至高我]에 대한 개념이 있는데, 불멸의 빈두와 상당히 비슷하다. 붓다는
자신의 가르침에 대해 결코 교리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자신의 가르침
의 핵심이랄 수 있는 '비어-있음[空]'에 대해서조차 그랬다. 절대주의자들에게는 '비어
-있음'에서 '빔'을 강조했고, 허무주의자들에게는 '있음'을 강조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
면 초기 불교가 '빔'에 매달린 반면, 후대에 탄트라와 티벳 불교가 '있음' 또는 '자아'에
대한 탐구로 방향을 바꾼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붓다는 인간을 수없이 반복되는 윤회 과정을 거치고 있는 존재라고 가르쳤다. 그에
따르면 고정 불변의 절대적인 자아는 없으며, 원인과 결과의 법칙에 따라 수시로 변하
는 상대적인 자아만이 있을 뿐이다. 지극히 미묘한 불멸의 빈두에 대한 확실한 체험과
'비어-있음' 또는 '자기 없음'에 대한 완전한 깨달음은 그 내용이 같다. 그 자리에 도달
하면 <마이트레야나타 Maitreyanatha>에 나오는 표현대로 '비어 있는 지고한 자아'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극히 미묘한 차원을 철학적으로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은 아니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창조적으로 죽는 법을 수행하는 요가
체계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인간 존재에 관한 도식만을 확실히 설명해 두
는 것으로 그치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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